[이슈분석]전력수급량 불안해 대규모 정전 사태 노출

대만은 한국 축소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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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대만 전력시장은 우리나라의 축소판이라 볼 수 있다. 전력설비용량은 약 50GW로 우리의 절반 수준이다. 원전 설비용량은 10%에 불과하지만, 자원 수입·화석연료 중심 발전·국영전력기업 중심 시장 등 유사한 점이 많다. 발전설비 증설보다 전력소비 증가량이 높아 전력수급에 어려운 점을 겪는 모습은 2011년 9·15 정전사고를 겪을 당시 우리를 보는 것 같다.

대만 원전 축소는 2010년대 시작됐다. 2010년 79.8%에 달했던 화력발전 비중은 2016년 83.2%로 높아졌다. 그 사이 원전 비중은 16.9%에서 12%로 낮아졌다. 대만 탈원전 정책이 법령으로 확정된 것은 전력시장 자유화가 도입된 지난해 1월 전기사업법 개정으로 이뤄졌다. 대만은 법령 개정을 통해 2025년까지 자국 내 모든 원자력 발전소를 가동 중단한다는 계획을 확정했다.

대만은 원전을 대체하기 위해 2028년까지 10GW LNG 발전소 증설과 함께 2025년까지 27GW 신재생 증설 계획을 마련했다.

하지만 대만 전력사정은 탈원전을 견뎌낼 정도로 여유롭지 못했다. 대만의 연평균 전력소비 증가율은 1.3%였지만, 전력생산 증가율은 1%로 수요가 공급을 따라가지 못하는 형국이다.

탈원전을 강행하기엔 국가 전력수급체계가 불안하고, 이에 따른 전기요금 인상도 예상됐다. 악재도 겹쳤다. 지난해 7월 말 50년 만에 동시 발생한 '쌍둥이 태풍'으로 주요 전원설비가 고장 나 수급문제가 발생했다. 다음달 8월에는 다탄 LNG 발전소 고장으로 대규모 정전이 일어났다. 작업자 밸브 조작실수에 의한 일시 가동 중단이었지만, 전력수급상황이 좋지 못했던 탓에 대규모 정전으로 이어졌다. 유난히 더웠던 올 여름에도 전력부족 사태가 계속되면서 일부 원전이 재가동됐다.

대만의 2025년 원전 전면 폐로 계획은 여러 한계에 봉착했다. 원전 중단에 따른 전력부족을 석탄화력으로 대체하면서 지난해 석탄화력 발전비중이 40%에 달했다. 환경을 위해 줄여야 할 발전원이 거꾸로 늘어났다. LNG화력 가동 능력은 포화상태에 이르렀다. LNG 추가 수입을 위해 터미널 증설을 추진 중이지만 환경논란으로 지연됐다.

신재생에너지도 이렇다 할 성과를 보이지 못했다. 대만은 2016년부터 2018년까지 총 1.4GW 태양광을 설치할 계획이었지만 절반도 이루지 못했다. 적정부지 대부분이 농어업 지역인데다 환경단체 반발도 심하기 때문이다. 규제로 인해 인허가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것도 문제다.

조정형 산업정책부(세종) 기자 jeni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