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국방과학 선진국의 전유물이던 고주파 가속기 핵심장치를 개발했다.
한국원자력연구원(원장 하재주)은 정영욱 초고속방사선연구실 박사팀이 고체소자 펄스전원장치 기술 국산화에 성공했다고 28일 밝혔다.
고주파 가속기는 양성자나 중이온, 전자 같은 하전입자를 강력한 전기장으로 가속시켜 큰 운동 에너지를 만드는 장치다. 고주파 가속기로 발생시킨 방사선을 물체에 투과시키면 물체를 파괴하지 않고도 내부 정보를 확인하거나 수술 없이 암세포를 파괴할 수 있다. 2차 세계대전 당시 군용 레이더 개발 연구를 원형으로 해 국방과학 선진국만 관련 기술력을 확보하고 있었다. 우리나라는 연간 30억원 규모의 고주파 발생장치와 고체소자 펄스전원장치를 전량 수입해 가속기를 운용했다.
연구팀이 국산화한 장치는 고출력-고주파를 발생시키는 '고주파 발생장치'와 이를 작동시키는 '고체소자 펄스전원장치', 발생 고주파를 전기장으로 가속하기 위해 모아두는 '가속관' 등이다.
핵심은 고체소자 펄스전원장치다. 이것은 고주파 발생장치를 구성하는 '마그네트론'이라는 진공전자소자에 높은 전류와 전압을 파장 형태로 변환해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 고주파 가속기의 성능과 직결된다. 그동안 고체소자 펄스전원장치는 마그네트론의 성질에 따라 파장의 형태와 질이 결정되는 제약이 따랐으나, 이번 국산화 기술을 적용할 경우 사용자가 직접 파장의 크기 및 형태를 조절할 수 있어 보다 자율적으로 양질의 고주파를 생성할 수 있다.
정영욱 박사는 “고체소자 펄스전원장치 기술 개발과 국산화는 종래의 기술적 한계를 우리 힘으로 극복한 결과”라며 “내년 1분기 내 특허등록을 완료하고, 기업 기술이전을 통해 국내 산업기술 경쟁력 강화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전=김영준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