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연구윤리 문제, 연구계 자정 기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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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계 부정, 비리 사례가 연일 드러나고 있다. 미성년 자녀 논문 공저자 등록, 연구비 유용, 부실 학회 참석 등 유형도 다양하다. 현 정부 과학기술 정책 수립에 영향을 미치는 핵심 인사 이름도 심심치 않게 오르내린다. 연구계 도덕성 해이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는 지적이 수차례 나왔지만 줄줄이 이어진 사건, 사고에 파장은 일파만파로 커지고 있다.

연구계는 자성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다양한 문제를 원인으로 진단했다. “부실 학회에 대한 정보 공유가 이뤄지지 않았다” “연구비를 연간 계약하는 구조 때문에 연구비를 어영부영 소진하는 관행이 만들어졌다” “연구자가 연구비 사용, 검증을 도맡고 있다” 등이다.

원인의 본질은 어느 정도 파악됐지만 해결은 쉽지 않다. 연구 윤리 위반 사례에 대한 처벌 강화 목소리가 높다. 섣부르게 환부를 도려내려다 연구 창의성을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도 비등하다. 중견 연구자에게 연구비가 집중되면서 이들이 실세 행세를 하는 구조 문제도 하루아침에 해결하기 어렵다.

내년 국가 연구개발(R&D) 예산은 처음으로 20조원을 넘어선다. 절대 규모로 보나 국내총생산(GDP) 대비 비중으로 보나 세계 2~4위권 규모다. 규모는 크지만 고비용·저효율 꼬리표가 붙는다. R&D 예산이 정부가 외치는 혁신 성장 마중물로 쓰이려면 '효율성'을 개선해야 한다.

이를 위해 가장 시급한 과제가 연구계 부정·비리 해결이다. 과거에도 문제가 제기됐지만 논의는 조용히 끝나곤 했다.

최근 연구계에서는 바닥까지 떨어진 연구 윤리 회복을 위한 노력이 한창이다. 당연한 말이지만 연구자 스스로 연구 윤리를 회복시켜야 한다는 인식이 반갑다. 연구 윤리는 연구자에게는 '최상위법'이다. 자율성을 외치려면 높은 윤리 의식도 갖춰야 한다. 최근 연이어 불거진 문제가 연구계 쇄신 기회로 작용되길 바란다.


최호 산업정책부기자 snoop@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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