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바이오산업 해외 경쟁력이 퇴보한다. 규제와 정치 등 불확실성이 가장 큰 원인이다. 미국 컨설팅 업체 푸가치 컨실리엄이 발표한 'BCI 서베이'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바이오산업 경쟁력은 신흥국 21개 중 4위다. 2016년 2위에서 두 계단 하락했다.
경쟁력 순위는 △과학적 능력·인프라 △임상 연구조건 △규제환경 △시장 진입·금융 △지식재산권 등 다섯 개 영역 설문조사 결과 바탕으로 매긴다. 우리나라는 종합점수 100점 만점에 72점을 받았다. 조사대상 가운데 전년대비 점수 하락폭이 가장 크다.
부문별로 과학적 능력·인프라를 제외하고 모든 영역에서 경쟁력이 하락했다. 보고서는 우리나라 바이오산업 승인 과정이 복잡하고 외국계 기업과 협업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시장 접근성과 투자 역시 선진국 대비 43%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강력한 규제가 원인이다. 연구는 활성화됐지만 상업화로 이끌 제도적 장치가 부족하다. 유전체 분석, 줄기세포, 유전자 가위 등 세계 각광받는 영역조차 우리나라는 안전성, 사회적 합의 등을 이유로 연구에 국한한다.
약가 통제도 심하다. 문재인 정부 들어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가 추진되면서 약가인하 움직임이 활발하다. 환자 입장에서 저렴하게 약을 공급받지만, 기업은 타격이 크다. BCI 서베이 보고서에서도 정부 강력한 약가통제와 정책 예측 불가능성이 글로벌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이라고 꼬집었다.
신흥국 바이오산업 경제력 1위는 싱가포르다. 세계에서도 바이오 생태계 우수 사례로 꼽힌다. 정부의 적극적 기업 유치, 세제 혜택, 규제개선 등 삼박자가 고르게 갖춰지면서 신흥국을 넘어 성숙국으로 발돋움한다. 우리나라를 제친 이스라엘과 대만 역시 최근 국가차원에서 기업 유치와 투자가 활발하다. 전문인력 양성도 집중해 미래 산업을 준비한다.
[전자신문 CIOBIZ] 정용철 의료/바이오 전문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