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과 전기화 시대를 이끄는 '글로컬 KERI' 비전 달성의 핵심은 세계가 인정하는 연구개발 성과와 역량이다.
한국전기연구원(KERI)은 '글로컬 KERI' 새 기치로 대규모 파급효과를 거둘 수 있는 대형 연구과제에 역량을 집중하기로 했다. 차세대전력망과 신재생에너지, 초고압직류송전(HVDC), 전기추진 응용기기, 나노신소재와 전지 기반 융합형 의료기술 등이다.
먼저 차세대 전력망과 스마트 전기융합 기술 개발에 착수했다. 전기전문 정부 출연연의 기본 역할인 국가 에너지 정책 실현에 기여하기 위해서다.
현재 정부 에너지 정책의 중심은 온실가스 감축과 미세먼지에 대응한 신재생에너지 확대와 원전 축소다. 남북 정상회담을 계기로 남북한 및 동북아 전력망 연계 사업도 주요 이슈로 떠올랐다.
KERI는 '2030년까지 발전량의 20%를 신재생에너지로 공급한다'는 정부 '재생에너지 3020' 계획에 발맞춰 '고신뢰·친환경 국가 전력망 구축기술'을 개발할 계획이다.
개발 기술을 활용해 신재생에너지 수용성을 높인 맞춤형 고효율 전력기기, 고출력 전력통신기기, 스마트전기융합기기 등 상용화 제품을 개발, 전력분야 신산업 창출을 지원한다는 목표다.
국내 주력산업 경쟁력 향상에 기여할 로봇과 로봇부품, 전기추진 고효율 기기, 전기의료 융합기기 개발도 추진한다.
현재 진행하고 있는 '스마트 액추에이터와 공작기계용 정밀제어'와 '스마트 팩토리용 생산시스템 최적화 알고리즘'은 로봇과 생산 자동화 분야의 핵심 기술이다. 제조업 경쟁력을 한단계 높여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전력반도체 기반 펄스파워 극한구동 기술을 개발, 세계 전력반도체 기술 주도권을 확보하고 국방 및 반도체산업 고도화에 기여한다는 계획도 수립했다.
전기추진 분야는 선박용 전기추진 시스템 기술을 국산·고도화해 정부 친환경 정책과 조선산업 부활을 도모할 계획이다.
연구원의 국제 무대 진출과 활동 지원도 강화한다.
윤재영 차세대전력망연구본부장은 최근 북한 전력계통을 분석한 '전력 3.87억kWh 투입하면 북한 경제성장률 1% 상승'이라는 연구로 전력 분야 남북협력 과제와 방향성을 제시했다. 강도현 전동력연구센터 책임연구원은 세계전력산업기술협의체인 '국제대전력망회의(CIGRE)' 워킹그룹 의장으로 선출됐다.
KERI의 새기치 '글로컬 KERI'는 그간 거둔 연구개발 성과에 대한 자신감에서 나왔다.
KERI는 최근까지 '스마트 보청기 기술', 고출력 LED 광원과 반도체 레이저를 이용한 '형광 복강경 기술', '임플란트용 전기화학 나노 표면처리 기술' 등을 개발, 기업에 이전했다. 기술 이전료와 러닝로얄티만 수십억 규모다.
250억원 규모의 차세대 리튬금속 이차전지 국가연구개발사업을 주도하고 있으며 이달 초 '은'을 대체해 단가를 10분의 1로 낮춘 '구리-그래핀 복합잉크'를 개발, 세계 이목을 끌었다. 지난해 정부출연연 기관평가 등급도 '우수'를 받았다.
'글로컬 KERI'로 도약을 위해서는 풀어야할 숙제도 있다. 개인 연구풍토 개선과 연구인력 노화에 따른 원활한 세대교체다.
최규하 KERI 원장은 “원내에 연구 자율과 책심 의식을 강화해 연구문화의 경직성을 털어내겠다”면서 “국가에 기여하는 세계적인고 차별화한 연구, 외부 환경 변화에 빠르게 대응하는 조직 체계를 구축해 이 같은 숙제를 해소하겠다”고 말했다.
창원=임동식기자 dsl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