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취임 이후 처음으로 테크노파크와 소통했다. 중기부가 출범한 지 1년, 장관이 취임한 지 8개월 18일 만이다. 이 자리에서 홍 장관은 정부의 중소기업 정책 방향을 설명하고, 테크노파크에 많은 것을 주문했다.
첫 번째는 테크노파크 역할과 관련된 것이었다. 홍 장관은 지역 혁신 성장 거점, 스마트공장 확산 첨병, 4차 산업혁명 전초기지 등 역할을 주문했다. 테크노파크가 중기부와 지방자치단체를 연결하는 가교 역할을 해 달라고도 했다.
성과 중심 운영도 요구했다. 성과가 있는 정책과 지역 특화 육성 사업에는 예산을 확대해서 전폭 지원하겠지만 성과 없는 것은 없애겠다는 것이다. 경영 실적 평가도 성과로 하겠다고 했다.
기존 사업에 안주하지 말고 열린 마음으로 중소기업을 지원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찾아달라는 의미의 '개방성'도 거론했다.
테크노파크 원장들은 잔뜩 긴장하는 분위기였다. 약간의 온도차는 있었지만 대체로 “앞으로 일하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는 반응을 보였다. 잘하면 예산을 더 주고 못하면 줄이겠다는 협박으로 들린다는 것이었다. 물론 “이제야 소통이 이뤄져서 서로 이해하는 시간이 됐다”며 반기는 곳도 없지 않았다.
사실 테크노파크는 중기부 출범 이후 가장 큰 진통을 겪고 있는 기관이다.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지역 산업 육성 거점 기관'에서 중기부 산하 '지역 중소기업 기술 혁신 거점 기관'으로 변경됐다. 이 과정에서 역할과 기능은 물론 업무 영역에도 큰 변화가 있었다.
산업부와 중기부 간 업무 조정으로 예산을 양 부처에서 받아 써야 하는 상황이 됐다. 지역 산업 육성 예산은 산업부가 계속 관장하기로 하면서 시어머니가 둘로 늘어난 셈이다.
1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업무 영역이나 정책 방향을 두고 혼란스러워 하는 테크노파크가 적지 않다. 아직까지도 중기부에서 테크노파크 업무와 기능을 아직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사실 산업부에서 중기부로 자리를 옮긴 테크노파크 관련 인력은 21명 가운데 7명에 불과하다. 중기부에 맞게 테크노파크 운영 및 정책 방향을 새로 만드는데 어려움이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러다 보니 테크노파크는 지난 1년 동안 거의 방치된 상태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원장 없이 운영되고 있는 테크노파크가 6곳이나 된다. 1년째 공석인 곳도 있다. 장관도 간담회 자리에서 “원장이 공석인 곳이 이렇게 많은 줄 몰랐다”면서 “서둘러 원장 선임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고 한다. 그동안 그만큼이나 신경을 쓰지 않았다는 얘기다.
이제라도 장관이 직접 테크노파크를 챙기고 나선 것은 다행이다. 사실 지난 1년 동안 테크노파크에는 혼란이 많았다. 바뀐 환경에 따른 지역 산업 육성 방향과 활성화 정책에 대한 교통정리가 없다 보니 기존 업무만 그냥 해 나가는 상황이었다. 인사나 조직 개편에도 한계가 있었다.
그러는 사이 지역 지원 기관 가운데 맏형 노릇을 해 오던 테크노파크의 위상이 크게 추락했다. “산업부 적자에서 중기부 서자로 전락한 셈”이라는 소리까지 들린다.
테크노파크는 올해로 설립 20주년을 맞는다. 지역 산업 육성 거점 기관 탄생이라는 점에서 역사적으로도 의미가 큰 해다. 그동안 지역 사회에 기여한 공도 크다. 모쪼록 이번 간담회가 테크노파크가 제자리를 찾는 기폭제로 돼 주기 바란다.
김순기기자 soonk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