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기자 칼럼]대한민국 축구와 바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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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W융합산업부 정용철 기자

국민 기대치가 가장 높은 운동경기는 축구다. 4년 마다 열리는 월드컵뿐만이 아니다. 축구 국가대표 경기는 온 국민이 지켜보는 관심사다. 누가 국가대표팀을 이끌 감독이 되느냐는 더 큰 관심사다. 국가대표팀 감독은 한 두 경기로 냉탕과 온탕을 오가는 평가를 받기 때문에 국가대표 감독직을 두고 '독이 든 성배'라는 얘기까지 나온다.

축구만큼 국민 기대가 큰 산업분야가 있다. 바이오 산업이다. 불치병과 난치병으로 고통 받는 환자와 그 가족에게 바이오 업체가 전해주는 임상시험 소식은 한줄기 희망을 전해주기도 한다. 10년을 바라봐야 하는 바이오 신약이지만 가족을 살릴 수 있다는 희망에 기도하는 심정으로 정보를 검색한다.

투자자도 마찬가지다. 매 분기 바이오 투자는 사상 최대치를 경신하고 있다. 한국벤처케피탈협회 '2018년도 벤처투자 동향'에 따르면 상반기 바이오·의료 분야 벤처투자액은 4139억원에 이른다. 전년동기와 비교해 169.3%나 늘어나면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비록 기다리는 시간은 길지만 결정적 '한방'이 타 업종과 비교해 크다는 인식이 강하기 때문이다.

바이오산업은 가능성을 먹고 크는 분야다. 상품화 주기가 매우 길고 불확실성도 높다. 다만 성공했을 때 돌아오는 경제적 가치는 어떤 산업보다도 높다.

물론 '가능성'이라는 단어 자체가 긍정적인 부분과 부정적 부분을 함께 간직하고 있는 말이다. 항상 균형을 잡는 것은 어렵다. 어느 한쪽으로 기울어지면 기대치가 높아지거나 비난을 사기 마련이다.

축구 국가대표팀은 월드컵 이후 심한 욕을 먹기도 하고 졌지만 잘 싸웠다는 칭찬을 듣기도 한다. 마치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는 듯하다. 욕을 먹는 원인은 대부분 선수(기업)보다 집행부에서 나왔다. 선수선발 공정성에서부터 감독의 능력 문제까지 거론된다.

정부 바이오 정책도 비슷한 평가를 받는다. 박근혜 정부 시절 바이오헬스 산업은 국가 신성장 동력으로 가장 많은 정책 수혜를 받았다. 보건의료발전전략을 포함한 국가전략프로젝트를 비롯해 수많은 대형 국책과제와 전략이 쏟아졌다. 이 시기에 사상 최대 규모 벤처 투자와 창업 열기가 일면서 '제2의 바이오붐'을 형성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 들어 분위기가 급변했다. 바이오산업 정책 기조는 바뀌지 않았지만, 정부가 시장에 주는 신호는 크게 달랐다. 차바이오텍, 셀트리온 등 바이오기업의 연구개발(R&D)비 자산처리 논란이 일더니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가 불거졌고, 네이처셀 대표가 구속되는 등 회계 관련 이슈가 연이어 터졌다. 정부 신호는 바이오 거품론으로 이어졌고, 국민들이 보내왔던 기대는 비난으로 변했다.

냉탕과 온탕 속에서 혼란스러운 곳은 기업이다. 호평을 받던 기업도 한 순간 '거품'으로 전락한다. 장외시장에서 시가총액 1조원을 넘나들다 각종 루머로 주가가 반 토막 난 신라젠이 대표 사례다. 기술력 있는 바이오기업의 상장을 지원하기 위해 마련한 기술특례상장도 갈수록 통과율이 떨어진다.

대한축구협회는 장기 비전을 가지고 대표팀을 이끈다는 '철학'에 부합하는 새 감독을 물색하고 있다. 정부도 장기 안목에서 철학을 접목할 정책이 필요하다. 기업이 외부 요인에 흔들리지 않고 세계 무대에서 경쟁할 무기를 갖출 수 있을 때까지 지켜줄 필요가 있다.


[전자신문 CIOBIZ] 정용철 의료/바이오 전문기자 jungyc@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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