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안전부가 공공기관의 민간 클라우드 이용 확대에 적극성을 보이지 않고 있다. 민간 클라우드 산업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이 미미할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민간 클라우드 산업 발전을 위한 법률을 제정해 시행하는 상황에서 관련 업계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24일 정부와 업계에 따르면 행안부는 최근 국무조정실에 공공기관의 민간 클라우드 이용 확대에 소극적 의견을 전달했다. 이후 국조실은 행안부 견해에 대한 의견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요청했다.
전자신문이 단독으로 입수한 관련 문건에 따르면 행안부가 제시한 반대 의견은 네 가지다. 우선 국내 기업의 기술력, 서비스 품질, 경쟁력 등이 글로벌 기업에 뒤떨어져 공공 시장 개방 시 글로벌 기업에 잠식될 가능성이 짙다는 것이다. 행안부는 글로벌 기업과 국내 기업 간 클라우드 기술 격차가 2.5년에 이르고 미국 업체인 아마존웹서비스(AWS) 국내 민간 시장 점유율이 60∼70%에 이른다는 배경을 설명했다.
공공 부문 민간 클라우드 활용에 따른 산업 활성화 효과도 미미하다고 주장했다. 민간 클라우드 이용 확대 시 일자리 소멸로 일자리 창출에 어려움을 겪는다고 적시했다. 기존 시스템을 민간 클라우드로 대체하는 것에 불과하다는 입장이다. 공공 시장 개방 시 국내 데이터가 국외 저장이 되기 때문에 데이터 주권 상실 문제도 우려했다.
관련업계는 행안부의 부정 시각 공식화로 민간 클라우드 시장 확대가 더딜 것을 우려했다. 정부가 지난 2015년 세계 처음으로 '클라우드발전법'을 제정하고도 도입이 느린 이유로 정부 도입 의지 부족을 꼽는다. 국내 중소 클라우드 업체 대표는 “법을 제정한 이유는 공공이 우선 민간 클라우드를 도입해서 선도 사례를 만들고, 사례가 점차 민간에까지 확대돼 클라우드 산업을 육성하자는 공감대가 있었기 때문”이라면서 “법 시행 후 3년 동안 인증제 확보, 기술 투자 등 비용을 아끼지 않은 이유는 공공이 조만간 나서 줄 것이라고 기대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산업 효과 미미와 데이터 주권 상실 우려에 대해서도 지나친 기우라고 주장했다. 또 다른 클라우드 업체 대표는 “국내 대기업과 중견기업 등이 클라우드 시장에 적극 뛰어들었다”면서 “정부가 국내 기업 실력을 운운하며 도입 어려움을 이야기하는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전했다.
정치권도 공공 부문 클라우드 도입 확대를 위해 움직이고 있다. 정부가 반대 시각을 드러내면서 업계와 논의 마당이 필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송희경 자유한국당 의원은 오는 3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정병국 바른미래당 의원과 공동으로 '공공부문 민간 클라우드 활용 이대로 좋은가?'를 주제로 하는 정책 간담회를 개최한다. 행안부와 과기부 등 부처를 비롯해 네이버비즈니스플랫폼, 오라클, AWS 등 국내외 기업이 참석해 토론을 벌인다. 송희경의원실 관계자는 “민간 클라우드 시장 확대를 위해 정부와 기업 간 현실을 살펴보는 논의 마당이 필요하다”면서 “클라우드 경쟁력 강화에 필요한 정책을 모색하겠다”고 말했다.
과기정통부는 행안부 주장에 대해 의견서를 준비하고 있다. 과기부 관계자는 “민간 클라우드 이용 확대를 위해 행안부와 협력하고 있다”면서 “가이드라인 개정 등 정책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행안부 관계자는 “국내 기업을 깎아내린 것이 아니라 공식 자료를 인용한 것이고, 민간 클라우드 이용은 확대할 것”이라면서 “과기정통부와 협력해서 공공 민간 클라우드 이용 확대 정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클라우드 이용 대상 확대와 데이터 등급 분류 완화 등도 고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전자신문 CIOBIZ]김지선기자 riv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