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기기 규제 개선이 출발점입니다. 병원이 국산 의료기기를 사용하게끔 인센티브를 확대하고, 대기업이 시장에 참여할 환경을 조성해야 합니다.”
김선태 가천대 길병원 의료기기융합센터장은 의료기기 규제개선 방안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지속적으로 강력한 육성책이 더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확실한 수요처를 만드는 게 핵심이다. 물건을 팔아야 투자가 이어지고, 글로벌 경쟁력이 갖춘 제품 개발로 이어진다.
김 센터장은 “국내 의료기기 기업 90%가 매출 100억원 안 되는 영세기업”이라면서 “이들이 대규모 R&D를 하고 글로벌로 진출하려면 돈을 벌게 해야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너무나 힘들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번 규제개선 방안에서 국산 의료기기 사용 확대를 위해 병원 내 테스트베드를 늘리겠다고 밝혔다. 국산 의료기기 신뢰성과 유효성을 확인하는 인프라다. 하지만 김 센터장은 단순히 테스트 공간을 늘리는 것보다는 직접적인 인센티브가 효과적이라고 주장했다. 국산 초음파 의료기기 등 주요 의료기기를 도입한 사례를 병원 평가에 반영하는 게 대표적이다.
그는 “중국은 정부가 자국 산업 육성을 위해 과감하게 외산 의료기기 사용을 제한한다”면서 “우리나라는 통상 마찰 등을 우려해 중국처럼 하기 어렵지만, 병원 평가에 국산 의료기기 사용 실적을 반영한다면 큰 효과를 볼 것”이라고 전망했다.
글로벌 진출을 위해서는 대기업 시장 참여가 필요하다. 대규모 R&D 자금, 글로벌 네트워크, 중장기적 투자 등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중소기업은 역부족이다. 이 역시 대기업이 매력을 느끼고 시장에 참여하게끔 환경을 바꿔야 한다.
김 센터장은 “결국 병원이 국산 의료기기를 많이 써줘야 중소기업도 재투자 여력을 확보하고, 대기업도 시장에 참여할 매력을 느낀다”면서 “정부가 검증된 국산 의료기기를 병원이 사용하게끔 과감한 육성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자신문 CIOBIZ] 정용철 의료/바이오 전문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