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교수포럼의 정책 시시비비]<5>소득주도성장, 통합 설계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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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6일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 경제수석을 전격 교체했다. 이를 놓고 최근 고용 상황에 대한 문책성 인사라는 시각도 있고, 소득주도성장보다 혁신성장에 초점을 맞추기 위한 포석이라는 얘기도 나왔다.

이유야 어떠하든 소득주도성장을 주창한 학자 출신 경제수석이 정책 공과를 확인받기도 전에 경질된 것은 무척 안타까운 일이다. 특히 그가 중소기업과 기술 혁신 분야에서 명망을 쌓아 온 학자였음을 아는 정책 서클에서 느끼는 아쉬움은 더 크다.

한국개발연구원(KDI)도 29일 급거 논쟁 당사자들을 불러 토론회를 열고 의견을 하나로 모으는 형식을 갖추면서 정리되는 모양새다. 그러나 이 일로 자칫 정책이 추동력을 잃을 수 있는 만큼 정부도 서둘러 소득주도성장과 혁신성장이라는 두 축을 본궤도로 올려놓아야 한다.

이런 면에서 이날 KDI가 주최한 '소득주도성장 정책 평가와 과제'란 토론회보다는 부처가 직접 나서서 이 두 정책 축을 앞으로 어떻게 운영할지 설명했다면 더 좋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왜냐하면 여전히 정책에 빈틈이 보이기 때문이다.

첫째, 좀 더 통합되고 체계화한 정책으로 설계할 필요가 있다. 29일 토론회에서도 소득주도성장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최저임금 인상에 갇혀서는 안 되며, 사회 안전망 강화 및 민간 투자 등 다양한 보완책이 병행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었다.

이들 지적이 모두 정답은 아니겠지만 일자리 창출에서 가계 소득 증대, 다시 이것이 내수 확대와 안정 성장이라는 고리를 돌리게 하기 위해선 지금보다 훨씬 정교한 정책이 동원돼야 하는 것만큼은 분명해 보인다. 동시에 재정 지출에 의존한 공급 주도 전략이라는 세간의 인식도 어느 정도 불식시킬 수 있으면 하는 바람도 든다.

둘째, 소득주도성장과 혁신성장이란 두 개 정책 축을 어떻게 연계·통합할지도 제시하면 좋겠다. 27일 기획재정부 워크숍에서 김동연 경제부총리는 “소득주도성장과 혁신성장을 연계해서 균형 있게 추진할 것”을 주문했다고 하지만 아직 부처 책상머리를 벗어난 것 같지는 않다.

의도한 것은 아니겠지만 '소득주도성장'과 '혁신성장'이 별개라는 뉘앙스도 곳곳에 남겨져 있다. 부총리 역시 소득주도성장만으로는 지속 성장이 어려울 수 있으니 혁신성장을 통해 공급 확대와 경제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는 취지의 설명을 하기도 했다.

이번 경제수석 경질에 우려 섞인 목소리가 있은 것도 이것을 소득 주도 성장에 제동이 걸린 것으로 본 측면도 있다. 이미 사람들이 이 두 정책을 별개로 인식하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자칫 소득주도성장과 혁신성장이 대척점에 있는 것으로 비쳐지지나 않을까 염려된다.

셋째, 성장 정책 한 축을 미시경제 부처에서 찾아야 할 필요도 있다. 혁신 성장이 담론으로 되지 않으려면 성공 사례가 있어야 하고, 결국 그것은 R&D와 기술이 중심 되는 기업과 산업일 수밖에 없다. 소득주도성장과 혁신성장이 쉽게 공존할 수 있는 영역이 어쩌면 신산업에 있을지 모른다는 의견도 한번 짚어 봤으면 한다.

김대중 정부 출범 초기에도 학자 출신 경제수석을 관료 출신으로 바꾼 일이 있다고 한다. 외환위기 조기 극복을 바란 김 대통령이 속도와 실질을 택한 결과였다는 뒷얘기가 있다.

이번 경제수석 교체 배경이 뭐든 경제부처 목소리는 커질 테지만 반대로 져야 하는 부담도 더 커졌다. 이제 확고하고 통합된 정책을 제시하고 다른 부처로 하여금 성공 사례를 만들어 내도록 독려해야 한다. 앞으로 1년에 정책 공과가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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