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무역확장법 232조'에 근거해 유럽연합(EU), 캐나다, 멕시코의 철강·알루미늄 제품에도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기로 확정하자 EU와 캐나다가 잇따라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 절차를 밟는 등 동맹 간 '무역 전쟁'이 격화하는 양상이다.
EU는 1일(현지시간) WTO에 미국이 EU산 철강, 알루미늄에 부과한 고율 관세에 대한 양자 협의를 요청했다.
양자 협의는 WTO가 분쟁에 개입하기 전 당사국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는 제도로 최장 60일 진행된다. 양자 협의 요청은 제소의 첫 단계로 인정된다. EU에 이어 캐나다도 미국의 고율 관세 부과 조치에 반발해 WTO 제소 절차에 착수했다.
크리스티아 프리랜드 캐나다 외교부 장관은 1일 성명에서 "미국 국가안보 수호라는 거짓 핑계를 바탕으로 부과된 일방적 관세는 미국의 국제 무역 의무와 WTO 규칙에 위배된다"며 "미국 철강의 최대 구매자로서 우리는 캐나다산 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한 미국의 제한 조치가 절대 수용 불가능한 것으로 본다"고 강조했다.
캐나다는 이 문제에 관해 같은 처지의 EU와 공조하기로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결정에 따라 미국 정부는 지난 1일 0시를 기해 EU, 캐나다, 멕시코의 철강과 알루미늄 제품에 각각 25%, 10%의 관세를 부과한다.
앞서 미국은 '무역확장법 232조'에 의거, 러시아, 중국, 인도 등 다른 국가의 철강과 알루미늄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기 시작했지만, EU 등 일부 동맹국에는 고율 관세 부과를 한시적으로 유예한 바 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결국 이들 동맹국의 철강과 알루미늄에까지 고율 관세를 부과하기로 하면서 상대국의 거센 반발을 샀다.
미국 우선주의와 공정 무역을 내세운 트럼프 대통령은 나프타(NAFTA·북미자유무역협정) 개정 문제를 놓고도 캐나다와 멕시코를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그는 최근 나프타 개정 협상이 지지부진하자 아예 나프타를 폐기하고 새로운 양자 무역 협정을 맺을 가능성까지 내비쳤다.
그는 1일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솔직히 나는 캐나다와 별도의 협정을 맺고 멕시코와도 또 다른 협정을 맺어서 다른 이름을 따르는 나프타를 보고 싶다"면서 "이들은 매우 다른 두 나라"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좌충우돌'식 무역 전쟁 전선 확대에 미국 내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철강 등 핵심 산업 원자재에 무차별적인 고율 관세를 부과하는 것은 결국 국내 물가 인상으로 이어져 특정 기업을 보호하는 것에 불과할 뿐, 궁극적으로 소비자들의 이익을 침해하는 것이라는 비판도 대두하고 있다.
미국 금속제조·수요자연대는 최근 성명에서 "미국의 원자재 공급을 제한하고 최우방들의 제품에 관세를 부과하는 것은 국내 제조업체들을 직접 위험에 빠뜨리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전지연기자 now2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