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을 통해 1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전달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친서 내용에 관심이 쏠린다.
친서 전달은 김 부위원장이 이번 방미 기간 맡은 가장 큰 업무다. 김 위원장의 '직접 메시지' 발신이 6·12 북미정상회담을 한차례 취소했던 트럼프 대통령의 마음을 최종적으로 돌리는 '마지막 관문'으로 여겨져 왔던 상황이었다.
친서는 또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24일 정상회담 취소 서한에서 "마음이 바뀌면 주저 말고 언제든 전화나 편지 달라"고 한 데 따른 '응답' 차원이기도 하다.
친서의 내용이 아직 공개되지 않은 가운데 '비핵화 결단'과 관련해 구체적 메시지가 어느 정도 담겼는지가 관건으로 꼽힌다.
CNN은 "최고위급 미국 당국자들이 친서를 읽어보진 못했지만 내용에 관해서는 외교적 채널을 통해 대체로 파악하고 있었다"며 친서에는 대체로 긍정적 내용이 담겼지만, 비핵화에 대한 특별한 약속이 명시돼 있지는 않았을 것으로 당국자들이 이해하고 있다고 한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친서 내용에 관해 이야기를 들었다는 한 외국 정부 관계자를 인용, "꽤 기본적인 내용이 담겨 있으며, 북미정상회담에 대한 김정은(국무위원장)의 관심이 표현돼 있지만, 의미 있는 양보나 반대로 위협이 들어가 있진 않았다"고 전했다.
봉인된 상태로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달된 이 친서는 트럼프 대통령과 김 부위원장의 회동 당시에는 개봉되지 않았다.
CNN은 "트럼프 대통령이 김 부위원장이 떠난 뒤 친서를 열어봤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접견 장소인 백악관 집무실에서 A4 크기의 친서 봉투를 들고 김 부위원장과 찍은 사진도 이 방송에 공개됐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김 부위원장이 떠난 직후 기자들에게 "굉장히 멋지고 흥미로운 친서였다. 그 안에 어떤 내용이 들어있는지 보고 싶으냐"며 "어느 시점에 여러분에게 보여줄 수 있을지 모른다. 아마도 곧…"이라고 공개 가능성도 시사했다.
그러나 몇 분 후 "아직 안 읽어봤다. 일부러 개봉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 부위원장에게 면전에서 읽기를 원하느냐고 물었더니 김 위원장이 "나중에 보셔도 된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웃으며 "(서한을 읽으면) 매우 놀라게 될지도 모르겠다"고 궁금증을 자아내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과정에서 정상회담을 취소했던 것과 관련, 귀책사유가 북측에 있음도 분명히 했다. 그는 "내 서한은 그들의 서한(담화)에 대한 반응이었다"며 "나는 그들의 매우 거친 성명에 대한 반응 차원에서 취소한 것"이라고 말했다. 자신이 당시 '엄청난 분노와 공개적 적대감'이라고 지목한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의 담화를 가리킨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당시 북미 간 갈등이) 완전히 끝난 일"이라며 "우리는 지금 협상을 하고 있고 진정으로 하나의 과정을 시작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과) 관계는 형성되고 있고 이는 매우 긍정적인 일"이라고도 했다.
전지연기자 now2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