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지난 8일 이란 핵협정(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 탈퇴를 공식화하면서 국내 가전업계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미국은 이란 핵협정 탈퇴 이틀 만에 첫 단독제재를 가하면서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미국이 대이란 경제제재를 본격화할 경우 국내 가전제조사도 실적 하락이 우려된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가전사는 미국 대이란 경제제재안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직접 대응하기 쉽지 않은 이슈다. 이란 현지에는 LG전자, 삼성전자, 대우전자 등이 진출해있다. 업계는 과거에도 이란이 경제제재를 받은 적이 있기 때문에 당장 현지 영업에 큰 타격은 없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가전업계 한 관계자는 “이미 이란시장 학습효과가 있어 대금지불에 문제가 생기거나 수출길이 막히지는 않을 것”이라며 “다만 제재가 장기화될 경우 이란 경제 둔화로 소비여력이 떨어지면서 일부 실적 하락은 나타날 수 있다”고 답했다.
국내 업계가 이란 지역에서 사업하는 비중이 아주 크지는 않다. 다만 이란은 중동지역에서도 규모와 잠재력이 큰 시장으로 손꼽혀왔다.
문병기 국제무역연구원 수석연구원은 “미국 경제제재가 재개되면 원유 등 제재품목이 발표될 것”이라며 “이란은 원유 수출 의존도 높기 때문에 현지 소비자 구매력에도 직격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우리나라의 대이란 가전제품 수출량은 약 2억5000만달러 규모다. 가전수출 기준 국내에서 9번째로 많은 물량을 수출하는 나라다. 국내 기업이 해외공장에서 생산하는 물량과 부품을 조달해 이란 현지에서 생산하는 물량을 포함하면 실질 수출 규모는 더 커진다.
JCPOA는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재임기간이던 2015년 7월 체결했다. 미국, 중국, 러시아, 프랑스, 영국, 독일 6개국과 이란이 참가했다. 이란은 핵 개발을 포기하고 6개국은 이란 경제제재를 해제하는 것이 골자다.
이영호기자 youngtig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