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은 바이오리듬부터 일상 전반에 생동감을 주는 계절이다. 봄의 생기에 젖은 대중은 일상으로 활발한 접근과 함께 다양한 심리변화를 겪으며, 문화적 영역에서 다양한 수요를 만들어낸다. 대중과 접점이 가장 큰 가요 영역에서 다양한 흐름은 세대를 막론하고 다이내믹하게 펼쳐진다. 이번 주 컬처 에센스에서는 최근 대중에게 인기를 얻는 봄 차트 내 대중 음악을 살펴보고, 기저에 깔린 대중의 감성을 확인해본다.
◇대표적인 봄 감정 '설렘', 봄 음악차트의 새싹을 틔우다
'설렘'은 인간의 마음에서 시작을 알리는 기분 좋은 긴장감의 다른 표현이다. 봄은 날씨 자체가 주는 온화함과 함께 생체리듬이 깨어나면서 다양한 시작을 결심하는 경우가 많아, 설렘이라는 기본 감정이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감정은 음악차트 선호도에서도 그대로 나타난다. 흔히 '벚꽃좀비'로 불리는 버스커버스커 '벚꽃엔딩'은 곡의 소재가 벚꽃인 탓도 있지만, 사랑을 시작하고 싶은 사이 또는 연인관계의 설렘을 잘 드러내고 있는 덕분에 매년 봄 음악차트에서 상위권에 모습을 드러낸다.
인기 래퍼 로꼬와 그룹 '여자친구'의 메인보컬 유주가 부른 '우연히 봄'도 차트 내에서 봄의 설렘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곡으로 많은 인기를 모은다. 2015년 봄에 방영됐던 드라마 '냄새를 보는 소녀'의 OST인 이 곡은 드라마 자체의 인기만큼이나 피아노 선율 속 유주의 목소리와 로꼬의 랩핑이 더해져 봄의 설렘을 제대로 표현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루시드폴의 봄눈의 경우에는 오랜 연인에게 느끼는 따뜻하고 달달한 감정을 표현하는 곡으로, 인기 아이돌의 노래 못지않게 음악대중 사이에서 잔잔하게 유행곡으로 퍼져나가고 있다.
최근에도 봄의 설렘을 드러내는 곡들의 존재는 다양한 아티스트들의 앨범에서 나타난다. 인기 아이돌 세븐틴이 2016년 발표한 첫 정규앨범 타이틀곡 '예쁘다', 국민 '고막여친' 소유가 지난달 발표한 싱글 'My Blossom(마이 블라썸)', '프로듀스101 시즌2' 출신 유선호가 내놓은 데뷔곡 '봄이 오면', 황치열 신곡 '별, 그대', 그룹 러블리즈 새 앨범 '치유(治癒)' 속 '수채화' 등은 각각 '썸'관계에 있는 상대방에게 느끼는 애타는 마음 또는 연인에게 전하는 따뜻한 마음을 전하면서 봄 음악으로 대중에게 주목받고 있다.
◇'알고 보면 봄 감정의 절대자' 그리움, 음악차트의 홍수 이루다
계절 가운데 시작을 상징하는 봄은 '설렘'만큼이나 그리움을 떠올리게 한다. 봄이 주는 그리움은 마무리에 가까운 아픔과 애잔함이 두드러진 가을의 그리움과는 달리, 새로운 시작에 대한 아름다움을 회상하면서 느끼는 애틋함과 아련함이 남아있어 다소 차이가 있다. 이런 봄의 그리움을 주로 담아내는 곡들은 사실 '설렘'을 테마로 하는 곡보다 상당히 많은 비율로 차트순위와 대중의 입에 오르내린다.
대표 곡으로는 버스커버스커와 마찬가지로 '봄 음원차트 킬러'로 불리는 로이킴 '봄봄봄'이 있다. 2013년 발표된 이 곡은 로이킴 자작곡으로도 잘 알려져 있지만, 어쿠스틱 기타와 드럼, 휘파람으로 만들어내는 멜로디와 사랑을 다시 시작하고 싶은 마음을 드러낸 가사가 애틋함을 드러내면서 많은 인기를 모으고 있다.
배우로의 활동과 함께 성숙한 감성을 노래하는 싱어송라이터로 유명한 아이유도 7080 리메이크곡과 함께 △하루 끝 △복숭아 △그 애 참 싫다 △마음 △밤편지 △사랑이 잘(With 오혁) 등 그리움이 묻어나는 곡들로 대중의 봄 감성을 이끌어내는 대표적인 아티스트로 불린다.
이 밖에도 2004년 발표된 자우림 보컬 김윤아 '야상곡(夜想曲)과 2010년 발표된 이은미 '녹턴(Nocturn)'은 제목 그대로 낭만파 클래식 피아노 소곡과 같은 느낌으로 봄이 주는 애틋함을 묘사하면서 다양한 음악대중의 사랑을 받고 있다. 에이핑크 정은지 첫 솔로앨범 타이틀곡 '하늘바라기(feat. 하림)'이나 마마무 솔라 자작곡으로 알려진 '별, 바람, 꽃, 태양' 등도 각각 아버지와 연인 등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애틋함과 아련함을 떠올리게 하는 봄의 대표적인 곡으로서 많은 인정을 받고 있다.
◇'사이다급 봄의 매력' 청량미 담은 K팝, 봄 차트를 점령하다
봄과 맞물린 다양한 음악적 감정에서 두드러지는 마지막 하나는 '청량함'이다. '청량함'은 기존 봄 음악은 물론이지만, 특히 K팝 아이돌들이 내놓는 최근 신곡들에서도 바로 느낄 수 있다. 워너원(WannaOne)의 '약속해요(I.P.U.)', 엑소-첸백시(EXO-CBX) '花요일', 슈퍼주니어 '로시엔토(Lo Siento), 빅스(VIXX)의 '향(Scentist)', 몬스타엑스(MonstaX) 'Jealousy', 펜타곤 ' 빛나리' 등 최근 발표된 인기 보이그룹들의 신곡들은 겨울에 주로 유행하던 짙고 깊은 비트와 감성의 무게를 한꺼풀 벗고, 펑키나 트로피컬, 라틴 등의 장르로 가벼우면서도 유려한 안무와 섬세한 감정라인의 보컬로 세련된 청량미를 드러낸다.
걸그룹의 모습에서도 청량한 모습의 음악들은 대거 등장한다. 트와이스 'What is love', 레드벨벳 'Bad Boy'·'Would U', 마마무 '별이 빛나는 밤', 러블리즈 '그날의 너', 우주소녀 '꿈꾸는 마음으로', 오마이걸 '비밀정원', 구구단 'The Boots', 에이프릴 '파랑새'·'봄의 나라 이야기' 등의 봄 음악들은 기본적인 매력 이상의 청량함과 순수함을 드러내며 인기 걸그룹의 입지를 다지고 있다.
이런 봄 음악의 청량함은 꾸준한 인기와 활동영역을 창출해야 하는 가요계 트렌드에 맞게 종전과는 다른 매력을 보여주기 위한 새로운 음악콘셉트의 요구에 따라 나타난다. 여기에 봄이 주는 다양한 감정들을 자신들의 표현방식대로 드러내면서 매력을 전하겠다는 아티스트들의 마음, 당시 음악적 트렌드 등이 합쳐져 이뤄지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밖에도 최근 들어서는 2014년 발표된 하이포(HIGH4)·아이유 '봄 사랑 벚꽃 말고', 2016년 발매된 십센치(10cm) '봄이 좋냐' 등 '솔로감성' 음악이 등장해 재치 넘치는 가사와 따뜻한 멜로디를 통해 솔로들의 질투어린 마음을 직설적이면서도 유쾌하게 풀어내면서 사랑과 이별 위주의 음악들을 누르고 대중에게 인기를 얻고 있다.
요컨대 봄 음악은 설렘과 그리움, 청량함 등 대중이 느끼는 계절의 특성이 함께 녹아있음은 물론, 봄의 감성을 통해 대중과 교류하며 자신들의 매력을 전하려는 아티스트의 노력들이 합쳐져 만들어낸 음악트렌드라 볼 수 있다. 이들 음악은 과거의 인기 발라드곡이나 O.S.T.와 마찬가지로 대중의 감정적인 교류를 이끌어내며 꾸준한 인기를 모으는 한편, 한류 인기지역의 큰 열풍을 불러일으키곤 한다.
이번 봄, 꾸준히 사랑받을만한 봄 음악들로 봄의 설렘과 그리움, 청량함에 취해보는 것은 어떨까?
박동선 전자신문엔터테인먼트 기자 dspark@rpm9.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