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MRI·CT 유지보수 독점하려 서비스 차별한 지멘스에 '과징금 62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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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멘스의 MRI.(자료:공정거래위원회, 지멘스헬시니어스 홈페이지)

독일계 업체 지멘스가 국내에서 의료기기 유지보수 시장 독점을 위해 병원에 서비스를 차별 제공하고 안전, 저작권 침해 문제를 과장한 사실이 적발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멘스·지멘스헬스케어·지멘스헬시니어스(이하 지멘스)가 자사의 '전산화단층엑스선촬영장치'(CT), '자기공명영상촬영장치'(MRI) 유지보수 시장에 신규 진입한 중소 사업자를 배제한 행위를 적발해 시정명령을 내리고 62억원 과징금을 부과했다고 17일 밝혔다.

지멘스는 국내 CT(2015년 기준 점유율 33%), MRI(점유율 46%) 장비 시장 1위 사업자다. 자사의 CT, MRI 유지보수 시장은 지멘스가 독점해왔지만 2013년 유지보수 서비스만 제공하는 독립유지보수사업자(ISO)가 시장에 진입했다.

지멘스는 자사 CT, MRI를 구매한 병원이 ISO와 거래하는지 여부에 따라 장비 안전관리, 유지보수에 필수인 '서비스키' 발급조건(가격, 기능, 발급에 소요되는 기간)을 차별 적용했다. 서비스키는 CT, MRI에 탑재된 서비스 소프트웨어(SW) 사용을 위해 필요한 비밀번호다.

신영호 공정위 시장감시국장은 “이런 행위로 지멘스 CT, MRI 시장 진입장벽이 강화되고 4개 ISO 중 2개가 시장에서 사실상 퇴출되는 등 관련 시장 경쟁이 제한됐다”고 말했다.

지멘스는 2014년과 이듬해 두 차례 병원에 공문을 발송해 ISO와 거래 시 발생할 수 있는 안전 업데이트, 저작권 침해 문제를 실제보다 크게 과장했다.

CT, MRI의 안전 관련 업데이트는 지멘스가 의무 시행해야 하는 것임에도 ISO 서비스 이용 시 업데이트 미시행으로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고 알렸다. 서비스 SW 사용 없이 가능한 유지보수 작업이 상당수 있지만 ISO의 유지보수 서비스가 필연적으로 저작권을 침해한다고 공문에 기재했다.

공정위는 지멘스에 62억원 과징금을 부과하는 한편 적극적 시정조치를 내렸다.

지멘스 CT, MRI 소유권자인 병원이 유지보수를 위해 필수 서비스 SW 접근 권한을 요청하면 24시간 내 최소 행정비용으로 제공하도록 했다. 지멘스가 ISO와 거래하지 않는 병원에 고급 진단 기능까지 포함한 서비스 SW 접근 권한을 무상 제공한 사실, 환자·장비사용자의 안전과 직결되는 SW 특수성 등을 종합 고려한 조치다.

신영호 국장은 “이번 사건 조사과정에서 확인된 의료기기 관련 시장현황을 토대로 식약처 등 관계부처에 제도개선 방안 의견을 전달할 계획”이라며 “미국 식품의약국(FDA) 등 해외사례를 참고해 환자·장비사용자 안전에 직결되는 사항은 장비 제조사의 정보공개 의무를 보다 구체화하는 방안 검토를 요청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정위 제재와 관련 지멘스헬시니어스는 반박자료를 내고 행정소송 계획을 밝혔다.

지멘스헬시니어스는 “공정위 심의 결과는 사실과 일치하지 않고 지식재산권을 침해하며, 공정거래법을 잘못 적용한 결정이라 수용할 수 없다”며 “서울고등법원에 행정소송을 제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유선일 경제정책 기자 ysi@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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