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태명의 사이버 펀치]<43>솔선수범하는 정부가 성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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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호등에 걸려서 기다리는 동안 안절부절못하는 이유는 “지각하는 학생은 예의가 없다”라고 한 말이 마음에 걸려서다. 자신이 한 말을 자신이 지키지 않는다는 허점을 보이면 학생 지도에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 밀려온다. 솔선수범하지 않는 지도자의 언행은 힘이 없다는 사실을 믿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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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정책 가운데에는 국민 모두가 참여해야 성공할 수 있는 것이 상당수 있다. 대표 사례가 정보 보호다. 작은 구멍이 댐을 무너뜨리는 원인이 되는 것처럼 정보 보호는 한 사람의 피해가 전체로 확산되기도 하고 분산서비스공격(DDoS)처럼 작은 균열이 모여서 큰 피해를 부르기도 한다. 정부 정책과 국민의 실천이 함께해야 안전한 국가를 유지한다고 말하는 이유다.

그러나 정부와 공공기관의 정보 보호 실태 조사에 따르면 공공의 정보 보호 수준은 솔선수범은커녕 민간 수준에도 이르지 못하고 있다. 공공기관의 인터넷 침해 위협이 수위를 넘은 지 이미 오래됐다. 해킹 풍선 효과는 민간으로부터 정부 공공기관, 특히 공공 금융기관과 산업 시설로 옮겨 가는 양상을 보인다. 한 해 수만건에 이르는 공공기관 해킹 시도에도 2300여개 공공기관에 배정된 약 6300억원의 예산과 소수의 정보 보호 전문가로 끊임없이 시도되는 해킹을 막아야 하는 공공기관은 솔선수범하는 정부의 모습이라고 보기엔 어렵다.

소프트웨어(SW) 육성 정책이나 4차 산업혁명 정책도 예외는 아니다. 4차 산업혁명 성공이 지능화와 연결성에서 비롯된다고 강조하는 정부지만 국민을 선도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정부 청사나 지방 청사의 지능화는 민간에 뒤지고, 공무원 혁신도 4차 산업혁명을 쫓아가기엔 어림도 없는 수준이다. 부처 칸막이도 여전히 높다. 국가 지도자가 단단히 결심하지 않고는 남북 분단의 장벽만큼이나 허물어뜨리기 어려운 지경이다. 국민이 SW를 배워야 한다고 말하는 주관 부처 전 직원이 솔선수범해서 SW 교육을 실시하고, 새로운 콘텐츠가 미래 먹거리라고 주장하는 주관 부처가 먼저 가상현실(VR), 디지털 콘텐츠를 만드는 방법을 학습하는 것이 솔선수범이다.

규제가 4차 산업혁명 걸림돌이라는 주장에는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규제의 심각성을 인지한 문재인 정부도 4차 산업혁명의 원활한 추진을 위해 규제 샌드박스를 도입했다. 그러나 공무원과 정부 스스로가 감사와 인사라는 족쇄에서 자유로워져야 한다. 현명한 정책과 과감한 추진력이 정부(지방자치단체 포함) 정책의 시현 가능성을 높이기 때문이다. 집 안에 강도가 들었다고 해서 집을 폐쇄하는 어리석음과 물에 빠진 사람을 수갑을 채운 채로 솔선수범해서 구하라고 하는 상식 이하의 정부 모습은 이제 버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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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가 변하고 있다. 관청 대청마루에 앉아 호령하던 조선시대 권위가 사라진지 오래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24시간 보고 말하는 시대에서 국민들은 인터넷에 투영된 정부의 모습에 민감하다. 이에 따라서 정부가 솔선수범하는 정책만이 국민의 신뢰와 협력을 받을 수 있다. 물론 정부가 모든 정책에 솔선수범할 수야 없지만 적어도 정책 성공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모습은 보여야 한다. 국가 지도자가 지시하고 질책한다고 해서 모든 정책이 시현되는 건 아니다. 평가의 틀을 개선하고 스스로 겸허하게 실천하는 정부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가야 한다. '말하는 입'만을 보이는 정부가 아니라 '움직이는 몸 전부'를 보여 주고, 국민의 절대 신뢰를 받는 정부가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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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균관대 소프트웨어학과 교수 tmchung@skku.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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