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차드라이브]신형 벨로스터, 시속 160㎞로 서킷 달려보니

2011년 등장한 벨로스터는 파격 그 자체였다. 화려한 색상에 비대칭 도어 등 과감한 디자인으로 이목을 끌었다. 역대 현대차 중 가장 독특한 차량이라는 평가도 나왔다. 그러나 판매 실적은 기대 이하였다. 파격적인 디자인에 비해 성능은 평범했고, 실용성이 뛰어난 모델도 아니었다.

일각에서는 단종을 예상했으나, 현대차는 이미 2세대 모델을 개발하고 있었다. 오직 벨로스터만을 위한 테스크포스(TF)팀까지 꾸려가며 3년여의 시간을 투자했다. 풀체인지(완전변경)를 거쳐 다시 태어난 신형 벨로스터를 강원 인제스피디움 서킷에서 타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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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신형 벨로스터가 인제스피디움 서킷을 달리고 있다.

먼저 위장막을 걷어낸 신형 벨로스터의 내·외관 디자인을 살펴봤다. 차체 크기는 기존 1세대 벨로스터와 비슷하다. 다만 차체 비율을 조정하고, 그릴과 램프 등을 더 날렵해 보이도록 설계했다. 전면은 현대차의 상징이 된 캐스케이딩 그릴을 적용했고, 헤드램프를 다듬어 세련된 인상을 준다.

측면은 마치 스포츠 쿠페를 보는 듯한 느낌이다. 엔진이 자리한 후드 부분을 길게 설정했고, 탑승 공간을 최대한 뒤로 밀어 공격적인 쿠페 분위기를 살렸다. 바람개비 모양의 휠은 18인치이며, 타이어는 '미쉐린 파일럿 스포츠4' 제품을 장착했다.

벨로스터 디자인 아이콘인 비대칭 도어는 2세대에서도 이어진다. 운전석 쪽은 1개, 조수석 쪽은 2개인 1+2 도어 방식이다. 운전석 방향에서 보면 쿠페, 조수석 방향에서 보면 해치백 이미지를 나타낸다. 후면은 입체감을 강조한 리어램프를 위쪽으로 치켜올리고 범퍼 크기를 키웠다. 범퍼 가운데 자리한 센터 머플러는 고성능차 이미지를 풍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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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신형 벨로스터가 인제스피디움 서킷을 달리고 있다.

실내 디자인은 친환경차 '아이오닉'을 닮았다. 간결하면서도 직관적이다. 3개의 스포크로 구성한 스티어링 휠은 손에 잘 감기며, 뒤쪽에 수동 변속이 가능한 패들 시프트를 달았다. 최근 현대차 신차에 장착되는 돌출형 디스플레이도 눈길을 끈다.

뒷좌석에 앉아봤다. 차체 비율 조정을 통해 1세대 모델의 단점인 헤드룸이 한결 여유로워졌다. 성인 2명이 탑승하기에 큰 무리가 없어 보인다. 실내 곳곳에 사용한 플라스틱 등 내장재의 질감은 기대보다 매끄럽지 않았다.

화려한 문양으로 랩핑한 차량을 직접 타볼 차례다. 시승차는 감마 1.6ℓ 가솔린 터보 엔진과 7단 더블클러치변속기(DCT)를 탑재한 모델이다. 상세 제원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같은 파워트레인을 얹은 '아반떼 스포츠'의 경우 최고출력 204마력, 최대토크 27.0㎏·m를 발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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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제스피디움 서킷에서 공개된 현대차 신형 벨로스터.

시동을 걸면 고성능 스포츠카처럼 웅장한 엔진음을 뿜어낸다. 일종의 가상 엔진음인 '액티브 사운드 디자인(Active Sound Design)' 시스템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했다. 엔진음은 디스플레이를 통해 키우거나 줄일 수 있다.

주행 모드를 스포츠로 설정하고 서킷에 진입했다. 신형 벨로스터를 시승한 인제스피디움은 급격한 코너로 유명한 서킷이다. 산악지형을 활용해 20개의 코너와 40m에 달하는 고저 차로 국내에서 가장 위험하면서도 역동적인 서킷으로 불린다.

신형 벨로스터는 예상보다 빠른 몸놀림으로 코너를 공략했다. 최대토크가 1500rpm부터 발휘돼 가속 페달을 살짝만 밟아도 즉각적인 반응을 보인다. 터보 엔진의 단점인 터보 래그(Turbo Lag, 과급기 작동까지 가속이 지연되는 현상) 없이 꾸준한 가속력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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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신형 벨로스터가 인제스피디움 서킷을 달리고 있다.

직선 코스 앞에서 살짝 멈춘 뒤 가속 페달을 끝까지 밟으니 시속 160㎞까지 가속할 수 있었다. 1.6ℓ라는 배기량의 한계를 감안하면 괜찮은 가속력이다. 다음 코너 진입을 위해 브레이크 페달을 밟자 안정적으로 속도를 줄인다.

핸들링은 수준급이다. 조작하는 만큼만 정확히 차체를 움직이는 정직한 스티어링 휠 반응이 인상적이다. 단단하게 설정한 서스펜션은 급격한 코너에서 차체를 안정적으로 잡아줬다. 코너를 탈출한 뒤 차체를 바른 자세로 복원하는 능력도 탁월했다.

한정된 서킷을 도는 짧은 시승이었지만, 신형 벨로스터의 달라진 성능은 체험하기에는 충분했다. 시승 후 '역동적인 핸들링과 균형 잡힌 차체 밸런스로 운전의 재미를 높였다'는 현대차 개발진 설명에 동의할 수밖에 없었다.

이날 행사에 참여한 벨로스터 전담 연구원들은 이 차를 '도전과 혁신의 아이콘'이라고 했다. 가장 대중적인 차량을 만들던 현대차에 신형 벨로스터는 특별한 차량임이 분명했다. 신형 벨로스터는 내년 1월 디트로이트모터쇼에서 정식으로 공개되며, 이후 순차적으로 국내외 판매에 돌입한다.


인제(강원)=정치연 자동차 전문기자 chiyeo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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