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란정 참사 소방대원들, 정년퇴임 1년-임용 8개월 만에…'찢어지는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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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JTBC캡쳐

화재 진압을 하던 소방 대원 2명이 무너진 건물 잔해에 깔려 순직했다. 이들의 사연이 알려지면서 안타까움은 커지고 있다.
 
17일 오전 4시29분쯤 강원 강릉시 강문동 석란정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현장 진압에 나선 경포119안전센터 소속 이영욱 소방위(59)와 이호현 소방사(27)는 갑자기 붕괴된 천장 등에 깔렸다가 10여분 만에 구조됐다. 구조 당시 심정지 상태였던 이들은 병원으로 긴급 이송돼 치료를 받았으나 1~2시간여 뒤 모두 사망했다.

 
경포119안전센터 화재진압팀장을 맡고 있던 이 소방위는 정년을 1년여 앞둔 베테랑 소방대원으로 91세 노모를 모시며 아내(56)·아들(36)과 함께 단란한 가정을 꾸리고 있었다. 이 소방위 유족들은 “퇴직 후 가족여행을 많이 다니자고 말씀하셨던 분이 너무 허망하게 가셔서 가슴이 찢어질 것 같다”며 눈물을 쏟았다.
 
이 소방사는 지난 1월 임용된 새내기 소방관으로 50대 부모, 여동생(26)과 함께 생활해 왔다. 그는 지난해 2월 강원도립대 소방환경방재과를 졸업하고 소방관 시험에 합격해 6개월간 기본교육을 거쳐 8개월 전인 지난 1월9일 경포119안전센터에 배치됐다.

 
이 소방사의 아버지 이광수씨(55)는 “(아들은) 남을 구해야 하는 소방관은 체력이 필수라며 매일 운동을 했다”며 “사랑하는 내 아들은 천생 소방관이었다”고 흐느꼈다.
 
불이 난 석란정은 건축물대장도 없는 사실상 무허가 건물이다. 1956년 건립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높이 10m, 면적 40㎡ 규모의 목조 기와정자다. 주민들은 2015년 말부터 인근에서 호텔 공사가 시작되면서 석란정에 금이 가는 문제가 발생하자 업체 등에 이전 등을 요구해 왔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석란정 내부에 전기시설이 없고, 정자 주변에 높이 3m에 달하는 펜스가 설치돼 있던 점을 고려해 외부인에 의한 실화 또는 방화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보고 조사하고 있다.
 
한편, 순직한 소방대원 2명의 빈소는 강릉의료원에 나란히 마련됐다. 이들의 영결식은 19일 오후 2시 강릉시청 대강당에서 강원도청장(葬)으로 열린다. 강원도소방본부는 순직한 두 대원의 1계급 특진을 추서하고 국가유공자 지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전자신문인터넷 윤민지 기자 (yunm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