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하이브리드차 시장에서 세계를 선도하는 토요타를 경쟁상대로 지목하고 세그먼트(차급) 별로 경쟁을 펼치고 있다. 지난해 아이오닉 하이브리드는 미국 시장에서 토요타 프리우스보다 높은 연비를 기록하며 효율성 면에서 앞질렀다. 최근에는 그랜저IG 하이브리드를 출시하면서 프리미엄 브랜드인 렉서스의 대표 모델 'ES300h'를 넘어서겠다는 목표를 내놓았다.
그랜저IG 하이브리드는 현대차 2.5세대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적용된 차량으로 연료 효율성과 주행성능, 고급스러움을 두루 갖춘 차량이다. 쏘나타, K5 등에 적용된 2세대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향상시켜 엔진 개입을 최소화하고 연비 상승을 극대화시켰다. 또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을 장착해 렉서스 ES300h를 능가하는 안전·편의 사양을 갖췄다.
이처럼 동급 최고 사양을 갖춘 것으로 평가받는 그랜저IG 하이브리드 익스클루시브 스페셜 풀옵션 차량을 타고 서울 공항동 메이필드호텔에서 파주 헤이리 화이트블럭을 다녀오는 왕복 80㎞ 거리를 시승했다. 이번 시승 구간은 90% 이상이 고속화도로로 구성됐다. 고속주행 안정성과 고속도로 연비 검증에 적합했다. 다만 시내도로 구간이 짧아서 복합연비를 검증하기는 어려웠다.
그랜저 하이브리드 외관 디자인은 기존 내연기관 모델과 비교하면 두 군데만 달랐다. 우선 하이브리드 전용 17인치 에어로 다이내믹 알로이 휠을 달았다. 연료 효율을 높이기 위한 공기 역학이 적용된 휠이다. 또 하나는 측면에 달린 '블루 드라이브(Blue Drive)' 엠블럼과 트렁크 우측 끝에 달린 '하이브리드' 엠블럼이 달랐다.
실내도 계기판을 제외하면 기존 모델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계기반은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에 걸맞게 내연기관과 모터, 배터리 충전 상황을 한 눈에 알 수 있게 설계돼 있다. 실내공간 크기는 경쟁모델로 지목한 렉서스 ES300h보다 훨씬 넉넉했다. 특히 뒷좌석은 신장 180㎝ 성인 남성이 앉아도 무릎공간과 머리 위 공간이 충분했다.
실내 공간에서 가장 눈에 띈 부분은 리얼 코르크 가니쉬였다. 운전석과 동승자석 도어트림에 코르크 참나무 껍질을 채취해 만든 가니쉬가 적용됐다. 코르크가 도어트림이나 인테리어 소재로 사용된 것은 그랜저IG 하이브리드가 처음이다. 운전자가 왼팔을 차문에 걸쳤을 때 손으로 만져지는 부위에 적용된 가니쉬는 이 차가 주는 친환경 메시지를 체감할 수 있게 했다.
그랜저IG 하이브리드 또 다른 강점은 트렁크 공간이 동급 하이브리드 세단 중에서 가장 넓다는 점이다. 기존 그랜저HG 하이브리드는 배터리가 2열 뒷부분에 배치돼 트렁크 공간을 많이 차지했다. 하지만 이번 모델은 배터리를 트렁크 하단부로 옮겨 트렁크 용량을 426리터까지 확장했다. 이에 따라 골프백 4개, 보스턴백 2개를 동시에 실을 수 있다.
그랜저IG 하이브리드는 배터리 용량을 종전 1.43㎾h에서 23% 개선된 1.76㎾h로 증대시키면서 중량은 그대로 유지했다. 배터리 충방전 효율도 약 2.6%개선시키면서 모터로만 주행할 수 있는 EV모드 가동 범위를 늘렸다. 전장품 전력 사용, 엔진 출력 변화 등을 실시간으로 감지해 EV 작동 구간을 제어하는 환경부하로직을 개선했다. 덕분에 메이필드호텔을 출발해 김포공항을 지날 때까지 기름 한 방울 사용하지 않았다.
주행감각은 내연기관 차량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렉서스 하이브리드는 EV모드에서 지나치게 부드럽게 움직이는 느낌이 강하다. 마치 스케이트를 타고 얼음 위를 미끄러져 가는 느낌과 같다. 그랜저IG 하이브리드는 EV모드와 엔진 주행시 격차가 크지 않았다. 정숙성은 렉서스 하이브리드가 우수하고 주행감각은 현대차가 이질감이 적었다.
그랜저IG 하이브리드 정숙성도 렉서스 하이브리드에 결코 뒤지지 않았다. 현대차는 실주행시 사용 빈도가 높은 엔진 저회전 구간에서 발생하는 엔진의 소음·진동을 '모터의 역방향' 토크를 통해 상쇄하는 '능동부밍제어' 기술을 적용했다. 차문에 3중 실링처리를 하고, 차음필름이 내장된 이중접합 유리도 장착했다.
올림픽대로, 자유로 등 고속화도로에서도 안정적인 주행성능을 발휘했다. 그랜저IG 하이브리드는 최고출력 159마력, 최대토크 21㎏.m 힘을 발휘하는 세타Ⅱ 2.4 MPI 하이브리드 전용 엔진과 최고출력 38㎾, 최대토크 20.9㎏.m의 고출력 모터를 장착했다. 시속 100㎞를 넘나드는 고속주행에서도 전혀 힘이 부족하지 않았다. 또 주행조향보조시스템(LKAS)과 어댑티브스마트크루즈콘트롤(ASCC)이 결합된 '현대 스마트 센서'를 이용한 반자율주행 기능도 기대 이상으로 작동했다.
이번 시승을 마치고 얻은 연비는 20.5㎞/ℓ였다. 공인연비보다 4㎞/ℓ 이상 높은 수준이다. 다만 고속화도로 중심으로 주행한 결과이기 때문에 일반화하기는 어렵다.
그랜저IG 하이브리드는 성능이나 고급스러운면에서 렉서스 ES300h에 크게 뒤지지 않았다. 다만 현대차와 렉서스간 브랜드 경쟁력은 별개 문제다. 현대차가 프리미엄 브랜드로 자리잡기에는 아직 넘어야할 산이 많기 때문이다. 그랜저IG 하이브리드 판매가격은 △프리미엄이 3540만원 △익스클루시브 3740만원 △익스클루시브 스페셜 3970만원이다. ES300h보다 1500만~2000만원가량 저렴한 가격은 큰 강점이다.
류종은 자동차/항공 전문기자 rje31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