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월스트리트의 상징인 '황소상' 조각가가 자신의 허락 없이 소녀상이 황소상을 마주 보도록 설치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11(현지시간)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황소상(Charging Bull)을 조각한 예술가 아르투로 디 모디카 씨는 뉴욕시가 자신의 법적 권리를 침해했다고 밝혔다.
문제가 된 것은 지난달 8일 세계 여성의 날을 기념해 만들어진 127㎝크기의 청동상인 '두려움 없는 소녀상(Fearless Girl)'이다. 작은 체구의 소녀가 거대한 황소 앞에 당당하게 서 있는 모습을 형상화했다.
소녀상은 투자회사인 스테이트스트리트글로벌어드바이저가 예술가인 크리스틴 비발에게 부탁해 만들어졌다. 미국 기업 이사회에 여성이 부족한 점을 지적하고 있다.
뉴욕시가 소녀상을 처음에는 이달 2일까지 전시하도록 했지만, 소녀상이 화제가 되면서 최근 2018년 2월까지 임대계약을 연장했다.
아르투로 디 모디카씨 측은 뉴욕시가 자신의 허락 없이 황소와 소녀를 마주 보도록 설치했고, 임대계약을 연장한 것에 이의를 제기했다. 또 어떤 절차를 밟고 설치를 진행했는지 공식문서를 요구하고 있다.
아르투로 디 모디카씨는 소녀상이 세계적으로 주목 받으면서 자신의 예술적 표현이 왜곡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소녀상은 자신의 황소상과 달리 기업이 홍보 차원에서 제작한 광고트릭”이라고 비판하는 한편, “이는 소녀상이 표현하는 양성 평등에 반대하는 의미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황소상은 지금은 월스트리트의 상징이 됐지만, 애초에 설치됐을 때는 1987년 주가 폭락 이후 아르투로씨가 기습 설치한 조형물이다. 당국의 허가 없이 설치됐으나 금융시장 회복을 위한 국민적 바람에 따라 사후 허가를 받았다.
김명희 기업/정책 전문기자 noprint@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