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수조시스템 전문 기업 마린스페이스가 중국 기업에 대형 수조시험설비를 공급한다. 국내 기업이 중국에 수조시험설비를 공급하기는 처음이다.
마린스페이스(대표 이연식)는 최근 중국 상하이선박운수과학연구소(SSSRI)와 100억원 규모의 대형 수조시스템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고 12일 밝혔다.
SSSRI는 세계적 해운기업인 코스코(COSCO)그룹의 선박 운항 및 안전 기술 개발을 맡고 있는 해양 정보기술(IT) 기업이다. SSSRI는 지난해 말 상하이 창싱다오에 8만㎡ 규모의 조선해운IT 연구개발(R&D) 단지를 착공했다.
마린스페이스는 이 단지에 들어설 핵심 R&D 설비인 대형 수조 시스템을 오는 2020년까지 구축한다.
이 수조 시스템은 세계 최대 규모인 길이 225m, 폭 45m, 수심 6m의 해양수조(SMB)와 예인수조로 구성됐다. SMB는 상부에 예인전차시스템을 탑재한 채 선박 또는 기자재를 이동하면서 마치 바다 위에 있는 것처럼 유체 역학, 선적 기술 등 선박 운항 시뮬레이션 테스트를 진행할 수 있다.
대형 수조 시스템은 선종 개발, 운항 시험, 바다 속 해양플랜트 기자재 실증을 위한 필수 시험설비다.
국제해사기구(IMO) 산하 국제수조설비연합(ITTC)에 따르면 현재 전 세계에는 길이 100m 이상 대형 수조설비가 100여개 구축돼 있다. 구축 지역은 주로 유럽과 한국, 일본, 중국 등 조선 강국이다.
ITTC는 기존 설비 노후화, 심해 로봇 테스트 등 연구 목적의 다양화로 대형 수조 설비 투자는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대부분 정부 기관의 설비 투자가 주를 이뤘지만 최근에는 대형 조선소를 중심으로 민간 투자가 확대되고 있다.
지난해 기준 대형 수조시험설비 시장 규모는 5000만달러 이상으로 추정된다.
이연식 마린스페이스 대표는 “세계 조선해운산업이 침체 상황이지만 중국을 비롯해 일본 등 주요 조선 강국의 R&D 투자는 늘고 있다”면서 “중국 시장 진출을 계기로 유럽과 중동으로 수조 시스템 수출을 확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부산=임동식기자 dsl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