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테인&]영화·드라마에서의 선거, 오묘하게 닮아있는 현실

영화와 드라마는 현실을 반영하기도 하고 환상을 심어주기도 한다. 두 장르가 가진 은유와 상징은 뉴스와 다큐멘터리보다 더 강렬하게 우리의 뇌리를 스친다. 2017년 재·보궐선거(4월12일)에 이어 제19대 대통령 선거(5월 9일)를 앞둔 시점에서, 영화 속 선거는 어떤 메시지를 담고 있고 드라마 속 선거는 어떤 이야기를 담고 있는지 살펴보는 것은 더욱 와 닿는 감상법이 될 수 있다.

영화와 드라마 속 선거는 권력을 둘러싼 암투를 담고 있고, 결정적인 순간 유권자들의 마음을 뒤흔들어 놓는 쇼이기도 하다. '나 하나쯤'이라며 투표에 참여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강렬한 메시지를 던지는 영화도 있다.

◇권력을 둘러싼 암투! 내가 왕을 만들 것인가? 내가 왕이 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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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재림 감독의 〈더 킹(The King)〉은 정권교체기 권력을 둘러싼 암투를 담고 있는 작품이다. (사진=NEW 제공)

한재림 감독의 '더 킹(The King)'은 '대한민국의 왕은 누구인가?'에 대해 말하는 영화로 권력을 둘러싼 암투를 그린 작품이다. 무소불위 권력을 쥐고 폼 나게 살고 싶었던 조인성(박태수 역)은 권력의 설계자 정우성(한강식 역)을 만나 핵심 라인 속에서 승승장구 한다.

친한 형이었던 배성우(양동철 역)는 권력 앞에서 자신이 이용할 발판이 되거나 자신을 이용하는 존재가 된다. 정권이 교체되는 시기에 누구를 왕으로 만들지를 권력의 검은손이 결정한다는 것을 보여준 이 작품은, 실존인물을 대입할 경우 더욱 몰입되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조지 클루니 감독의 '킹메이커(The Ides Of March)'는 승리를 위한 위험한 거래를 담고 있는 영화다. 잘생긴 외모, 안정된 가정을 가진 주지사 조지 클루니(마이크 모리스 역)는 완벽한 민주당 차기 대선 후보로 꼽혔고, 선거 캠프 홍보관 라이언 고슬링(스티븐 마이어스 역)의 과감한 전략으로 높은 지지율을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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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클루니와 라이언 고슬링 주연의 영화 '킹메이커'는 자신이 따르던 대통령 후보의 스캔들을 알고 선택에 갈등하는 모습을 담은 작품으로, 특정 세력의 선택과 이득으로 대통령의 향배가 갈릴 수 있다는 위험한 진실을 보여준다. (사진=데이지엔터테인먼트 제공)

킹메이커로 떠오른 라이언 고슬링은 자신이 믿고 따르던 완벽한 대통력 후보의 치명적인 비밀을 알게 된 후 위기에 빠지고 선택을 갈등하게 된다. '더 킹'과 '킹메이커'는 국민에 의해 대통령이 선출되는 것이 아니라, 특정 세력의 선택과 이익에 의해 대통령이 선출될 수 있다는 위험한 진실을 보여준다.

◇여자 대통령의 판타지를 만든 드라마 '대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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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현정, 권상우, 차인표, 이수경 주연의 드라마 대물은 '대한민국 최초의 여성대통령 탄생' 이라는 기본 콘셉트로 남성 대통령이라는 고정관념을 탈피하게 만들었던 작품이다. (사진=SBS 제공)

드라마 '대물'은 만화가 박인권이 2004년부터 2008년까지 연재한 만화를, 2016년에 SBS에서 24부작으로 방송한 작품이다. 남편의 억울한 죽음에 항의하다 해고된 아나운서 출신 여성이 대한민국 최초의 여자 대통령이 되어가는 과정을 그린 드라마로, 방송국 아나운서 고현정(서혜림 역), 불량 고등학생 출신 검사 권상우(하도야 역), 검사 출신으로 정계에 투신한 차인표(강태산 역)의 활약이 인상적이었다.

'대물'은 당시만 해도 여자 대통령에 대한 강력한 판타지를 심어줬다. 드라마가 가진 파괴력이 기존의 강한 고정관념을 무너뜨릴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선거는 쇼, 진실을 전달하기보다는 유권자의 마음을 빼앗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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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극장가에 개봉될 최민식, 곽도원, 심은경 주연의 영화 특별시민은 관람객들에게 선거에 대한 다양한 생각을 던져줄 작품으로 알려져 있다. (사진=쇼박스 제공)

박인제 감독의 '특별시민(The Mayor)'은 “사람을 믿게 만드는 것. 그게 바로 선거야”라고 말하는 영화이다. 선거 공작의 일인자인 선거대책본부장 곽도원(심혁수 역)을 파트너로 삼고, 겁 없이 선거판에 뛰어든 젊은 광고 전문가 심은경(박경 역)까지 영입한 서울시장 최민식(변종구 역)은 헌정 사상 최초의 3선 서울시장에 도전한다.

진실을 전달하기보다는 어떤 방법으로든 감동을 줘 유권자의 마음을 빼앗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특별시민'보다 더욱 강력하게 전달한 작품은 배리 레빈슨 감독의 '왝 더 독(Wag The Dog)'이다.

개가 꼬리를 흔드는 이유는 개가 꼬리보다 똑똑하기 때문이고, 그렇지 않았다면 꼬리가 개를 흔들었을 것이라는 철학을 담고 있는 이 영화에서 대통령 선거 D-12에 일어난 대통령 성추행 사건을 덮기 위해 정치 해결사 로버트 드 니로(콘래드 브린 역)는 백악관 밀실로 불려오고, 할리우드 유명 제작자 더스틴 호프만(스탠리 모츠 역)은 컴퓨터 그래픽 기술을 총동원해 전쟁발발 가능성이 높은 것처럼 보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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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트 드 니로와 더스틴 호프만이 연기한 영화 왝더독은 정치인의 실제를 볼 수 없도록 유권자들의 눈을 속이는 모습을 담은 영화로도 알려져있다. (사진=네이버 영화 섹션)

섹스 스캔들로 인해 대통령 선거를 중단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방법을 통해 오히려 대통령 만들기라는 희대의 사기극을 실현하는 '왝 더 독'을 보면 스타의 본모습을 관객들이 잘 모르듯, 정치인의 본모습을 유권자들은 잘 모른다는 것이 전달된다.

◇투표의 중요성, 내 한 표가 대통령을 결정짓는다면 투표를 안 할 수 있을까?

조슈아 마이클 스턴 감독의 '스윙 보트(Swing Vote)'를 보면 '나 하나쯤이야 투표를 하지 않아도 대세가 바뀌지 않는다'는 생각을 멈추게 된다. 케빈 코스트너(버드 존슨 역)는 별다른 직업 없이 낙시와 맥주를 즐기며 빈둥대던 중년의 싱글 대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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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빈 코스트너 주연의 영화 스윙보트는 한 표의 중요성을 일깨우며 투표의지를 북돋워주는 영화다. (사진=액티버스엔터테인먼트 제공)

대통령 선거일의 선거시스템 착오로 선거법에 따라 단 한 명에게만 주어진 재투표 권한으로 대통령이 결정되는 이야기를 담고 있는 '스윙 보트'는 투표를 꼭해야 한다는 교훈을 남기고 있다. '스윙 보트'는 선거 등의 투표에서 누구에게 투표할지 결정하지 못한 사람들을 일컫는 말이다.

선거가 이뤄지는 시기에 유권자들이 접하는 영화와 드라마는 선거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현실을 반영하기도 하고 현실을 리드하기도 하는 이 두 장르는, 유권자들에게 정서적인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다는 면에서 주목된다. 이번 대선에는 어떤 영화나 드라마가 결정적인 영향을 줄지, 반대로 대선 후 문화예술에 어떤 영향을 줄지 궁금해진다.

천상욱 전자신문엔터테인먼트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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