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투자 시장의 급격한 확대로 인해 벤처투자 업계에서는 정보 왜곡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벤처투자 시장을 주도하던 창업투자회사(창투사)와 모태펀드가 아닌 새로운 시장 참여자들이 대거 증가했기 때문이다.
벤처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금융위원회의 신기술금융사(이하 신기사) 등록 자본금 요건이 100억원으로 하향되면서 벤처투자업계에서 창투사의 신기술 금융사 전환이 이어지고 있다.
창투사 관계자는 “신기술금융회사는 창투사에 비해 각종 여신행위를 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손쉽게 투자조합 결성이 가능하다”면서 “자본금 요건을 충족할 수 있고 어느 정도 이상 투자 실적을 기록한 회사들이라면 신기사 전환이 훨씬 유리한 선택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실제 증권사뿐만 아니라 창투사, 대·중견기업 계열 금융회사들은 속속 신기술금융회사 등록 인가를 금융감독원에 신청하고 있다. 벤처투자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신기술금융회사 등록 요건 완화에 더해 창업벤처 전문 사모펀드(PEF)까지 도입되면서 벤처투자를 위한 모든 장애물이 없어진 상황”이라고 전했다.
창투사와 신기사라는 이중 체계로 인해 벤처투자 업계에서는 정보 왜곡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실제 국내 벤처투자 시장 정보는 모태펀드 자금을 출자 받은 벤처조합 중심으로 집계되고 있다. 벤처캐피탈협회에 따르면 2월 기준 국내 벤처투자 재원은 17조원에 달한다.
삼성벤처투자, 미래에셋캐피탈 등 금융위 소관 신기술금융회사가 조성한 펀드는 전부 빠져 있는 셈이다. 지난해 삼성벤처투자는 4000억원의 신기술금융투자조합을 결성했다. 미래에셋캐피탈이 네이버 등과 공동으로 조성한 벤처펀드도 모두 집계에서 빠진 셈이다. 업계에서는 신기술회사와 사모펀드가 집행한 벤처투자를 모두 더할 경우 전체 벤처투자 규모는 갑절로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신기사에 대한 정보를 종합적으로 분석·관리해야 할 여신금융협회는 이제야 지난해 투자 분석 자료를 내놓기 시작했다. 여신협회 관계자는 “회원사 대부분이 신기술금융사가 아닌 전업 카드사나 다른 업권이다 보니 분석이 다소 늦었다”면서 “투자 확대 추이에 맞게 분석 기능을 차차 강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종훈 국민대 교수는 “벤처투자 주체의 다양화로 인해 국가 단위 벤처투자정보 관리가 부실해져 벤처투자 생태계 발전을 위한 기초 연구조차 어려운 현실”이라면서 “정부가 아닌 민간에서 모태펀드와 신기술조합 등 벤처투자에 관한 모든 정부를 한 데서 관리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근일기자 ryu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