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경제인연합회가 설립 56년 만에 존폐의 기로에 놓였다. 오는 24일 정기총회까지 약 열흘의 시간동안 차기 회장 영입 여부에 운명이 달렸다.
전경련은 삼성, LG 등 대기업의 잇단 탈퇴로 사면초가의 위기에 몰렸다. LG그룹은 지난해 탈퇴했고, 삼성도 지난 6일부터 15개 계열사가 차례로 탈퇴하고 있다.
전경련 회원사는 약 600여개사로, 회비 규모만 연간 500억원 규모로 추정된다. 이중 탈퇴 수순인 삼성, LG, 현대차, SK 등이 부담하는 전경련 회비는 절반을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경련도 위기에 봉착하면서 자체적 자료조사, 전망분석 등을 하지만 한국경제연구원 보도 이외에는 보도나 행사 개최 등이 원할하지 않다. 외부 시선 때문에 기업 간 교류가 사실상 전면 중단됐고, 발표 등을 미루고 있다.
전경련은 24일 이사회 이전까지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허창수 전경련 회장이 사임의사를 밝힌 가운데, 차기 회장 영입이 전경련 쇄신의 가장 중요한 열쇠가 될 전망이다.
외부 기관에 의뢰한 쇄신안 역시 새 회장의 보고를 통해 세부 실행계획을 만든다는 것이 전경련 내부 입장이다. 어떤 형태의 쇄신안이 제안되더라도 새 사령탑을 구하지 못하면 재계 지지는 물론이고 실행 동력을 잃게 된다.
전경련 관계자는 “외부 기관에 의뢰한 쇄신의 내용이 나오더라도 실행을 이끌어갈 차기 회장의 생각이나 의지가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에 보고 후에 세부안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한때 관료 등을 영입해 수장을 맡기는 것이 대안으로 등장했으나 기업 모임인 전경련에 적절치 않다는 의견이 높아지면서도 가능성이 낮아졌다. 재계 원로에서 찾는 안이 유력하다.
전경련을 미국의 비즈니스라운드테이블(Business Round Table) 형태로 정책 제안 기능에만 초점을 맞춰 운영하는 방안도 흘러나오고 있다. 1972년에 창설된 BRT는 미국 상공회의소와 함께 미국 산업계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로비단체다. 기본적으로 시장경제친화적 단체로 자유무역을 옹호한다. 한미FTA 등에 앞장서기도 했다.
이 또한 의장 역할을 할 민간기업 최고경영자(CEO)가 필요하다. BRT 의장은 주로 기업인 출신들이 맡았으며, 현재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회장이 맡고 있다. 이외에도 기능을 대폭 축소한 싱크탱크로 전환되는 방안도 남아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단순히 단체를 해체시킨다고 정경유착이 해소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해체냐 아니냐가 아니라 다시는 권력에 잘못 악용되지 않도록 제동장치를 만들고 투명한 운영방안을 찾는 것이 먼저”라고 지적했다.
김명희 기업/정책 전문기자 noprint@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