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유지훈의 힙합읽기] ‘우리집을 못 찾겠군요’-매드클라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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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정소정

[엔터온뉴스 유지훈 기자] 세상에는 이별을 주제로 한 노래가 정말 많습니다. 가사를 음미하며 노래를 듣는 사람에게는 진부함에 몸서리 쳐질 정도입니다. 랩으로 가득 찬 사랑 이별 노래는 더 심하죠. 내가 왜 슬픈지, 얼마나 슬픈지, 어떻게 슬픈지 구구절절 이야기 하는 꼴이 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어떤 노래는 자꾸만 읽고, 듣고 싶은 매력이 있습니다.

‘우리집을 못 찾겠군요’는 지난 3일, 매드클라운이 정규 앨범 발매에 앞서 공개한 두 번째 선 공개곡입니다. 지속적으로 깔리는 따뜻한 사운드의 LP 노이즈, 레이백 비트에 맞춰 연주되는 기타와 베이스 등의 사운드는 곡의 아련함을 더합니다. 여기에 매드클라운의 탄탄한 랩,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볼빨간 사춘기의 목소리가 어우러졌습니다. 가장 재밌는 부분은, 매드클라운이 ‘집’이라는 매개체로 독특한 사랑 노래를 완성시켰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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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으로 향하는 길, A는 전 여자친구 B를 떠올립니다. B는 헤어지던 날 분노와 함께 날선 말을 뱉었습니다. 지금까지와는 다른 모습이었기 때문에 A는 이 모습을 잊을 수 없었습니다. 독한 마음을 먹고 그런 일을 했을 것이라고 추측할 뿐입니다.

생각은 B가 뒷모습을 보이던 순간부터 다시 이어집니다. A는 B가 눈물을 쏟으며 집으로 가는 모습을 ‘어린아이가 흘리는 사탕’이라고 표현합니다. 또 힘겹게 뒤돌아 집으로 향하는 모습을, 쇠똥구리가 자신의 몸집보다 큰 쇠똥구슬을 굴리는 과정처럼 느낍니다. B는 천진난만함과 연약한 면모를 가진 여자친구였던 모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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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는 이별 후 친구들과 술자리를 가졌습니다. 이별 직후였기 때문에 해방감을 만끽할거라 생각했지만, B와의 이별에 대한 생각은 멈출 줄 모릅니다. 서로 지키기 바빴던 자존심, 그에 반해 한 박자 늦었던 진심, 그로 인해 맞이한 이별까지, 과거를 곱씹는 일은 괴롭기만 합니다. 과거 A는 B에게 보금자리와 같은 사람이 되겠다고 말했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았습니다. ‘30평짜리 아파트’가 아닌 좁은 ‘원룸’ 정도에 그쳤죠.

우울해 하고 있는 A, 친구들은 B를 언급하며 “나쁜년”이라고 편을 들어줍니다. 하지만 A는 ‘지들이 뭘 안다고’라고 생각하며 B의 편이 됩니다. 술자리가 끝나고 집으로 향하는 길, 주머니를 뒤적이지만 지갑은 찾을 수 없습니다. 술에 너무 취해서일까요. A는 아무런 생각 없이 이 골목 저 골목을 거닐기 시작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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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에 잔뜩 취한 A. 잘 알지도 못하는 낯선 거리에서 잠이 들고 맙니다. 그리고 어떤 아저씨가 자신을 깨우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하지만 A는 여전히 만취 상태입니다. “사실 나 갈 곳 없어요”라고 알 수 없는 이야기를 뱉죠. “집이 되어주겠다”는 말은 B에게 했던 약속인 동시에, 자신도 모르게 B가 해주길 바랬던 약속이었던 모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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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는 겨우 몸을 일으켜 걷기 시작하지만 여전히 자신의 집을 찾지 못합니다. 대신 B가 살고 있던 집으로 발길을 돌리죠. 버스 정류장, 미용실, 오르막길 등 추억이 가득했던 장소를 지나 B의 집 앞에 도착했습니다. 하지만 B의 집은 불이 꺼져있습니다. “그 사람 지금 어디 있을까요. 난 우리집을 못 찾겠군요.” A는 이제야 알아차립니다. 자신이 B의 집이 아니라, B가 자신의 집이었다는 것을요.

언더그라운드에서 활동했던 래퍼들은 때때로 기획사와 손을 잡고 대중가수로서 데뷔합니다. 팬들은 부푼 마음과 함께 그들의 앨범에 귀를 기울입니다. 언더그라운드에서 보여줬던 재능과 기획사의 자본력이 만났기 때문이죠. 하지만 결과물은 십중팔구 실망스럽습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평범한 사랑노래는 대중과 마니아, 두 마리 토끼를 모두 놓치는 꼴이 됩니다.

매드클라운은 영리합니다. 언더그라운드에서 보여줬던 탄탄한 랩을 바탕으로 대중적인 사랑 노래를 만들 줄 아는 래퍼입니다. 단순한 이별 노래를 ‘집’이라는 단어를 더해, 사랑이라는 주제를 한 번 비틀었습니다. 물론 ‘우리집을 못 찾겠군요’가 밥딜런의 노래처럼 문학적 가치를 지닌다고 보긴 어렵지만, 래퍼들에게는 한 번쯤 생각해볼만한 질문을 던집니다. “가사를 읽는 재미를 주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할까?”라고 말이죠.

전자신문 엔터온뉴스 유지훈 기자 tissue@entero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