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Viewㅣ영화] ‘꽃청춘’ 형제 정우X강하늘, '재심'으로 '세시봉' 부진 씻어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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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오퍼스픽쳐스 제공

[엔터온뉴스 이예은 기자] tvN ‘꽃보다 청춘-아이슬란드 편’을 통해 찰떡같은 ‘케미’로 시청자들을 웃음 짓게 했던 두 남자가 있다. 그 주인공은 배우 정우와 강하늘로, 순수하면서도 어딘가 어리숙했던 그들의 모습은 브라운관 너머로 따뜻한 즐거움을 선사했다.

사실 두 사람의 이름이 나란히 붙어있는 광경은 퍽 낯설지 않다. ‘꽃청춘’ 이전에도 스크린에서 함께 모습을 비췄기 때문. 영화 ‘쎄시봉’을 통해 대중에게 먼저 그들의 호흡을 선보였지만, 스크린에선 둘의 조합이 빛을 발하긴 힘들었다. 김태윤 감독의 ‘재심’으로 다시 한 번 조우한 그들의 호흡은 대중을 만족시킬 수 있을까.

두 배우가 함께 등장했던 영화 ‘쎄시봉’은 한국 음악계에 포크 열풍을 일으켰던 조영남, 송창식, 윤형주, 이장희 등의 인물들을 다룬 실화 작품으로, 2015년 당시 한창 복고 열풍이던 대한민국에 힘을 가세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 시절에 살던 청춘들에게는 옛 향수를 상기시키고, 이 시대의 청춘에겐 낭만적인 과거의 모습을 그려냄으로써 다양한 관객층을 노렸으나 진부하다는 평이 줄을 이었다. 결국, 171만 관객수에 그치며 손익분기점도 못 넘는 아쉬운 흥행성적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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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쎄시봉' 포스터

하지만 청춘을 노래하고 사랑을 부르짖던 두 남자는 180도 달라졌다. 한 남자의 인생과 진실을 위해 처절하게 변신한 강하늘과 정우의 모습은 신선한 기대를 불러 모으기에 충분했다. 지난 2일 언론시사회를 통해 공개된 ‘재심’은 과거 대한민국을 뒤흔든 약촌오거리 실화 사건을 스크린으로 옮겨온 작품으로, 벼랑 끝에 몰린 변호사 준영(정우 분)과 억울한 누명을 쓰고 살인범이 된 현우(강하늘 분)이 진실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과정을 그려낸 영화다.

영화 ‘동주’에서 처연하고 아름다운 청년 동주를 연기했던 강하늘이 ‘재심’ 속에선 전라도 사투리를 구사하는 양아치 건달로 변신했다. 현우의 강한 외면 안에 숨겨진 내면의 깊은 연약한 자기방어가 강하늘의 연기와 맞물려 가슴을 먹먹하게 만든다.

더불어, ‘응답하라 1994’의 쓰레기로 제2의 전성기를 맞았던 정우는 ‘히말라야’의 박무택에 이어 다시 한 번 실존인물인 변호사 준영 역을 연기한다. 특유의 위트 넘치는 연기는 자칫 가라앉을 수 있는 영화의 무게의 균형을 잡아준다. 실화전문배우(?)로 불리는 정우가 그간 쌓아온 경험을 제대로 터뜨려 관객에게 만족도를 선사할 수 있을지도 기대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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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오퍼스픽쳐스 제공

또한, ‘재심’에는 든든한 구원투수들이 힘을 보탠다. 의심할 여지없이 극강의 연기력을 지닌 김해숙이 강하늘의 엄마 역으로 분해 애끓는 감정을 고스란히 전달한다. 그리고 뜻밖의 신스틸러로, 강력한 악을 내뿜는 한재영은 이 영화의 숨은 히어로다. 뿐만 아니라, 이동휘와 이경영 등 충무로에서 존재감을 빛내고 있는 많은 배우들이 빈틈없는 연기로 이 영화의 쫀쫀함을 살린다.

‘쎄시봉’과 동일하게 실화를 다뤘지만, 완전히 다른 톤을 지닌 장르로 새로운 둘의 호흡을 기대케 하며 ‘또 하나의 약속’으로 묵묵하게 진심을 전했던 김 감독의 시너지가 제대로 더해질지 귀추를 모은다.

정우는 “쎄시봉‘때와 비교해서 강하늘은 변한 게 없다. 태도와 자세는 에너지가 더 커졌다. 내가 에너지를 받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를 듣던 강하늘은 “이번 ’재심‘ 때는 항상 만났던 사람으로써 형에게 많은 것을 받았다. 촬영할 때 편했고 고마운 부분이 많다. 동생이 아니라 현우로 대해준 것 같아서 고맙다”고 답해, 두 남자 간의 두터운 신뢰를 느낄 수 있었다.

전자신문 엔터온뉴스 이예은 기자 9009055@entero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