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과 원자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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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이 수립되고 있다. 전력수급계획의 핵심은 원전 비중 결정이다. 원전은 단위기 용량이 크고 건설이 오래 걸릴 뿐만 아니라 안전성을 포함한 각종 논란이 많기 때문이다. 8차 전력수급계획에서 원전이 직면한 상황은 거의 최악이다. 전력 수요 증가 부진, 전력시스템 경직 및 전원 용량 간헐 증가, 지진과 안전성 불신에 의한 원전 수용성 악화 등이 현재 직면한 모습이다. 이른바 `원전 절벽`이라고 할 수 있다.

지난 5년 동안 전력 판매량은 연평균 1.8% 증가했다. 예상 증가율 4%의 절반이다. 과다 수요 예측 비난, 과잉 설비 우려, 신규 설비 불필요 등과 같은 주장의 원인이다. 그러나 이것은 팩트의 단면만 본 것이다. 같은 기간 최대 전력은 예상을 넘는 연평균 3.1% 증가했다. 이 결과는 판매량 과다 예측, 최대 전력 과소 예측으로 요약된다. 최대 전력 증가 원인으로 수요 관리 부재를 지적하기도 하지만 근본 원인은 전력 소비 구조 변화에 있다. 최근 부하율이 높은 산업용 소비가 극도로 부진하다. 우리 부하율은 아직 70% 중반이지만 산업용 소비 비중이 낮은 미국, 일본은 60%대 초반이다. 경기 침체는 산업용 전력 소비 부진을 의미하며, 이는 부하율 하락으로 직결된다. 부하율이 낮아지면 동일한 전력이 소비되더라도 발전 설비는 더 필요하다.

전력은 수요와 공급을 실시간 일치시키지 못하면 품질 저하나 정전을 초래할 수 있다. 저장 시스템 부재 때문이다. 이 때문에 기저, 중간, 최대 부하용 전원이 골고루 필요하다. 발전 비용이 높아도 부하 응동력이 높은 가스발전이 필요한 이유다. 우리는 에너지 신산업 육성,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신재생에너지 보급을 촉진하고 있다. 신재생에너지는 경직성 전원이면서 간헐성 전원이다.

전력시스템 운영자는 햇빛과 바람을 조절하지 못한다. 원전도 출력 조절이 쉽지 않은 경직성 전원이다. 경직성 전원 용량이 수요를 초과하는 시간대와 예상치 못한 시간에 신재생 발전이 중단될 경우를 대비해야 한다. 재생 에너지가 많은 국가는 이 문제가 이미 심각한 수준이다. 전력망이 연계된 국가에서 재생 에너지 발전량이 수요를 초과할 때 돈을 주고 전력을 수출하는 사례도 발생했다. 우리는 전력망도 고립돼 있다. 대책은 백업 용량, 부하 응동성이 높은 전원 확대다. 이는 필요 예비율 상승을 가져올 것이다.

안전성 향상에 대한 노력은 수용성 제고에 필수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안전설비 투자 확대와 안전성 강화, 지진 발생에 따른 `지진방재 종합대책` 발표 이후에도 지역 수용성은 크게 나아지지 않고 있다. 원전사업자의 안전에 대한 각성과 대비, 이의 홍보에도 시민들은 여전히 불안해 한다.

이들 세 가지 사례로 보면 원전에 우호, 비우호 상황이 혼재한다. 부하율 하락은 필요 설비 용량을 증대시키지만 기저 전원의 필요성을 약화시킨다. 신재생 전원과 원전 증가는 전력 시스템 운영의 유연성을 저해하지만 우리 원전의 용량 비중은 아직 높지 않다.

원전 절벽을 타개하는 방법이 있을까. 원전 수용성을 결정하는 핵심은 안전성과 경제성이다. 지금의 원전 발전 비용 증가는 우려할 만한 수준이다. 원전에 대한 국민 인식을 환기시키기 위한 몇 가지 조치가 필요하다.

원전 경제성이 확고하다는 증거로 가능한 수준의 발전 비용 공개, 안전성 향상과 원가 절감을 위한 연구개발(R&D) 투자 비중 증대, 우리 원전의 안전성과 경제성에 대한 국제 공인 및 시민 수용성을 높이는 계기가 되는 원전 수출 등이다. 우리에게 원전 에너지 안보나 기후변화 대응, 경제성 등은 간과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노동석 에너지경제연구원 전력정책연구본부장 dsroh@keei.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