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온뉴스 이소희 기자] 레드벨벳이 네 번째 미니앨범 ‘루키’를 발매했다. ‘루키’의 티저와 뮤직비디오 속 멤버들은 기존 ‘덤덤’ ‘아이스크림케이크’ ‘러시안룰렛’ 등에서 보여줬듯 작은 인형을 콘셉트로 삼았다. 발랄하고 통통 튀는 레드의 무드로 색깔을 굳혀 가는 듯하다.
노래 역시 레드벨벳 특유의 분위기가 느껴진다. 후크송을 개성 있게 소화해왔던 레드벨벳은 ‘루키’에서는 좀 더 후크를 강조했다. 노래는 ‘루키’ ‘느낌적인 느낌’ 등 동어 반복이 수십 차례 이루어지며, 멜로디는 별다른 변화 없이 흘러간다.
후크송의 가장 큰 매력이자 특징은 ‘중독성’이다. 가사 속 별 의미 없는 의성어나 의태어 혹은 라임이 살아있는 단어들은 따라 부르기 쉽다. 단순한 멜로디의 흐름은 자꾸 귓가를 맴돈다. 다만 중독성과 노래가 좋다고 느끼는 것은 다른 궤다. 중독성 있는 음악이라고 해서 리스너를 무조건 끌어들일 수는 없다.
후크송이 시청자들의 마음을 완전히 빼앗기 위해서는 명확한 콘셉트가 있거나 너무 단조롭지 않아야 한다. 그렇지 않은 후크송은 유치하게 느껴질 뿐이다. ‘루키’에 아쉬움이 깃든 이유 역시 같은 맥락이다.
레드벨벳은 데뷔했을 때부터 대중성을 내세우는 그룹은 아니었다. 독특하고 개성 넘치는 음악 위주로 선보이며 특유의 색깔을 강조했던 팀이다. 멤버들은 다른 이들이 쉽게 소화하지 못할 콘셉트를 제 옷 마냥 소화해냈다. 앨범의 수록곡은 비슷한 톤을 유지하면서도 다양한 분위기와 높은 퀄리티를 자랑했다.
또한 레드벨벳의 매력은 같은 소속사 선배 에프엑스의 개성과 비슷하면서도 결이 다른 데서 나온다. 에프엑스가 정교하고 세련된 하나의 실험 같다면, 레드벨벳은 일단 시도해보는 패기 넘치는 도전과 같다. ‘덤덤’ ‘러시안룰렛’ 등 역시 ‘이게 뭔가’ 싶은 엉뚱함과 독특함이 존재했다.
그래서 어떻게 보면 ‘루키’는 오히려 개성 면에선 뚜렷한 곡이라 할 수도 있다. 레드벨벳이기에 소화할 수 있는 독보적인 콘셉트이기 때문이다. 반면 지금껏 보여준 레드벨벳의 색깔에 비하면 레드의 ‘느낌적인 느낌’이 강하다. 알맹이는 없고 겉에만 ‘레드’를 칠한 것 같다.
티저 이미지와 뮤직비디오, 타이틀곡과 수록곡 등에 통일성을 느끼기 힘들다. 공개된 티저 속 멤버들은 화려한 꽃들과 함께 캐주얼하다. 때로는 동화 속 예쁜 주인공이다.그런데 타이틀곡은 키치하다 못해 유아틱하고, 수록곡에서는 성숙한 매력이 풍긴다. 이처럼 명확한 콘셉트 없이 존재하는 레드벨벳의 파워풀한 안무와 후크로 인해, '루키'는 성숙과 발랄함의 공존이 아닌 부조화로 느껴진다.
결국 ‘루키’는 인형 같은 멤버들의 비주얼과 난해함만 남았고, 대중이 받아들일 수 있는 수준을 넘어 호불호를 낳았다. 팬들 사이에서도 멤버들의 코디와 안무, 음악 등이 한데 어우러지지 않은 것 같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보는 맛과 듣는 맛 모두 놓쳤다는 지적이다.
레드벨벳은 3일 KBS2 ‘뮤직뱅크’를시작으로 퍼포먼스를 공개했다. 그러자 오히려 반응이 왔다. 팬들과 대중은 거부할 수 없는 중독성을 호소하며 '루키'의 매력을 언급했다. 하지만 단순하고도 난해한 중독성이 '루키'의 빈 부분을 채울 수 있을 지는 의문이다.
전자신문 엔터온뉴스 이소희 기자 lshsh324@entero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