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Viewㅣ공연] 김준수, 뮤지컬 배우로 걸어온 7년간의 여정

┃김준수의 첫 뮤지컬 도전 후 티켓 매진 당시 평가는 “뮤지컬 관객이 아닌 김준수의 팬들 덕분”이라는 평가가 있었다. 아예 거짓은 아니었다. 그러나 이 평가는 서서히 사라졌다. 오히려 김준수의 팬들이 어느 새 뮤지컬 관객이 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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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씨제스엔터테인먼트 제공

[엔터온뉴스 이예은 기자] 데뷔 후 김준수의 인생은 세 번의 시기로 나눠 봐야 한다. 동방신기로 데뷔한지 14년, 그리고 JYJ 멤버로 살아온 것은 8년이다. 여기에 하나 더. 뮤지컬 배우로 또 하나의 브랜드를 구축한 시간도 벌써 7년의 시간이 흘렀다.

2010년, ‘모차르트!’를 통해 화려하게 데뷔하며 뮤지컬 배우로써 시작을 알렸다. 노래로는 정평이 나있던 김준수지만, 뮤지컬은 노래, 춤, 연기 이 모든 것을 완벽하게 지녀야하는 장르다. 동방신기 시절, SBS ‘반전드라마’와 같은 짧은 에피소드 장르에 출연한 것을 제외하고는 전혀 연기가 전무한 아이돌 스타에게 우려의 눈길은 당연했다. 조연도 아닌, 모차르트라는 타이틀롤을 맡았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는 보란 듯이 성공적인 데뷔를 선보였다. 미숙한 뮤지컬 발성과 딕션이 남아 있었지만, 천재성을 지닌 모차르트의 해맑았던 어린 시절부터 고뇌와 슬픔에 빠져 방황하는 모습까지 꽤 괜찮은 간극의 연기를 선보였다. 그 해의 신인상은 김준수의 것이었다.

3000석인 세종문화회관에서 공연된 모든 회차를 매진시킨 그에게는 ‘티켓파워’라는 수식어가 따라붙기 시작했다. 물론 당시 일각에서는 방송에서 그를 만나지 못하는 팬들이 그의 무대에 몰렸기 때문에 가능했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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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씨제스엔터테인먼트 제공

하지만 김준수는 ‘엘리자벳’(2012)에서 입지를 제대로 다지는 데에 성공한다. 초월적인 존재인 죽음 토드 역을 맡아 어디서도 본 적 없는 김준수 만의 섹시한 캐릭터를 창조해냈다. 그리고 ‘제18회 한국뮤지컬대상 시상식’에서 남우주연상까지 거머쥐며 ‘티켓파워’의 요정답게 예술의 전당 오페라 극장 3만 석을 매진시켰다. 그와 동시에, 아이돌 김준수가 아닌 뮤지컬 배우 김준수를 좋아하는 많은 팬들이 생겨났다.

이후 ‘드라큘라’에서는 판타지 캐릭터 드라큘라를 맡아 절절한 로맨스를, ‘데스노트’에서는 원작을 뛰어 넘어 엘 역할에 생기를 불어넣으며 제대로 ‘캐릭터 연기의 장인’으로 거듭났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들을 거치며 그는 이제 ‘믿고 보는 배우’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재미있는 점은, ‘모차르트!’ ‘엘리자벳’ ‘드라큘라’ ‘데스노트’ 이 네 작품 모두 초연에만 그치지 않고 재연에도 출연하며 자신을 뛰어넘는 또 다른 캐릭터로 변환을 시켰다는 것이다. 초연의 익숙함과 지루함을 완전히 종식시키듯, 재연에서는 비주얼 변화부터해서 연기 노선까지 자유자재로 변신시키며 뮤지컬배우로써의 김준수의 능력을 실감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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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엔터온뉴스DB

그는 비교적 관객층이 확보되어 있는 라이선스 뮤지컬에만 안주하지 않고, 창작뮤지컬에도 도전했다. 김준수는 첫 데뷔작이었던 ‘모차르트!’ 직후, 창작뮤지컬 ‘천국의 눈물’에서 준 역을 맡아 열연했다. 김준수는 얼마 전 V앱을 통해 “사실 신인으로서 두 번째 작품을 창작 뮤지컬로 선택한 것은 무모한 도전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뮤지컬에 대해 많은 것을 배울 수 있게 해 준 작품이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후에도 ‘디셈버’에 출연하며 창작뮤지컬의 끈을 놓지 않았다.

그리고 2016년 초연된 ‘도리안 그레이’에서 그가 쌓은 창작뮤지컬의 경험이 빛을 발했다. 연출을 맡은 이지나 감독과 김문정 음악감독과 협업해 ‘도리안 그레이’를 창작해나간 것. 그는 원캐스트로 출연하여 아름다움에 도취되어 타락의 끝으로 빠지는 도리안 그레이 역을 훌륭하게 소화해냈을 뿐만 아니라, 함께 감정선을 쌓아가고 음악에도 참여를 하며 창작뮤지컬의 퀄리티를 제대로 높이는 데에 큰 공을 세웠다.

김준수는 뮤지컬계의 새 역사를 세웠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언제나 하는 공연마다 매진 행렬이 이어지며 업계에 활기찬 바람을 불어넣었다. 더불어, 창작 뮤지컬과 라이선스 뮤지컬을 적절히 오가며 균형을 잡아주기도 했다. 배우 개인으로써도, 판타지 캐릭터와 일상 캐릭터를 넘나들며 연기의 폭을 유연하게 넓혔으며, 치열하게 고민한 결과물로 관객들에게 만족감을 선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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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씨제스엔터테인먼트 제공

심지어 뮤지컬 넘버를 종합하여 콘서트 형태로 선보이는 색다른 포맷을 최초로 도입한 장본인이기도 하다. 김준수의 팬들 뿐만이 아니라, 뮤지컬을 좋아하는 관객들까지 함께 즐길 수 있는 콘서트에 많은 대중은 환호했다. 그의 뮤지컬 콘서트는 빠른 시간 내에 전석 매진을 이뤄냈다. 이후에 여러 뮤지컬 배우들이 이 형태를 차용해 공연하며 새로운 저변으로까지의 확대를 이끌었다.

김준수는 아이돌 출신 딱지를 뗀 ‘제대로 된’ 뮤지컬 배우로 선례를 남기고, ‘데스노트’를 끝으로 잠시 뮤지컬계로부터 퇴장한다. 데뷔 초반, ‘아이돌’ 출신이기에 덕을 본 것도 있겠으나 그보다 더 엄한 잣대가 있었음은 명확하다. 하지만 그런 잡음마저 모두 끝맺게 한 건 오롯이 김준수의 노력 덕이다. 2월 9일 군 입대를 앞두고 있는 것에 대해 팬들은 아쉬워하지만, 새롭게 쌓일 경험이 그의 스펙트럼을 얼마나 더 넓힐지 기대되는 점도 있다.

김준수는 “1년 9개월 동안 떠나 있게 되었는데 뮤지컬 무대로 마지막을 장식할 수 있어서 의미가 깊다. 7년 동안 이 뮤지컬 무대에서의 시간이 너무 감사했다. 돌아올 때 더 멋진 무대로 돌아오겠다”고 전했다.

전자신문 엔터온뉴스 이예은 기자 9009055@entero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