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온뉴스 이주희 기자] 2016년 설에는 영화 ‘검사외전’이, 추석에는 ‘밀정’이 극장가를 장악했다. 하지만 이번 2017년 설에는 ‘공조’와 ‘더 킹’이 쌍끌이 흥행했다. 특히 ‘더 킹’에 비해 뒤처지던 ‘공조’가 역주행 하며 동점 상황을 만들었다.
31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 집계에 따르면 ‘공조’는 지난 27일부터 29일까지 이어진 연휴 낀 주말 동안 193만 3458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더 킹’은 124만 9859명을 모아 2위에 올랐다.
개봉 첫 주말(20일~22일)에 ‘공조’는 84만 5497명을 모아 2위를, ‘더 킹’은 131만 1889명을 모아 1위를 차지한 바 있다. 개봉 2주 차에 ‘더 킹’은 아주 소폭 하락했고, ‘공조’는 개봉 첫 주보다 2배 이상 관객을 모으며 역주행을 했다.
이는 ‘명절=코미디’라는 공식을 입증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물론 두 작품 모두 웃음 코드를 가지고 있다. 두 작품의 공통점이라면 국가 이야기를 소재로 하면서, 그것을 바탕으로 웃음을 자아낸다는 데 있다. 다만 두 영화의 목적은 다소 다르다. ‘더 킹’의 웃음 코드는 블랙코미디로서, 권력을 살짝 맛본 자(조인성 분)를 발가벗겨 그가 경험했던 권력을 풍자하는 데 주력했다. 풍자란 비꼬아 표현한 것이기 때문에 주어진 사실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우스꽝스러움 속에 담긴 메시지를 파악해야 한다. 정치에 대한 이념과 배경지식을 기반으로 웃을 수 있는 영화가 ‘더 킹’이다. 반면 ‘공조’는 전형적인 코미디로서 아무 생각 없이 웃을 수 있다. 남과북의 이야기를 다뤘지만, 이념의 골보다 화합에 주목해 오락액션으로 풀어냈다. 때문에 ‘공조’는 ‘더 킹’보다 명절에 더 특화된 작품으로 볼 수 있다.
이런 모습은 2015년 설, 같은 날 개봉한 ‘조선명탐정: 사라진 놉의 딸’(이하 ‘조선명탐정2’)과 ‘킹스맨’의 대결 양상과 비슷한 모양새다. 개봉 첫 날 ‘킹스맨’은 청소년관람불가(이하 청불)임에도 불구하고 1위를 기록했다. 하지만 이어진 설 연휴에는 가족이 함께 볼 수 있는 코미디 물인 ‘조선명탐정2’가 1위를 차지했고, 설 연휴가 끝나자 다시 ‘킹스맨’이 1위 자리를 가져갔다. 결국 ‘킹스맨’은 612만 명을 모아 역대 청불 영화 5위 자리에 올랐고, ‘조선명탐정’은 387만 명에 그쳤다.
그 반대의 경우도 있다. 2014년 설에는 ‘수상한 그녀’와 ‘겨울왕국’이 극장가를 장악했다. 설 1주 전에 개봉한 ‘수상한 그녀’는 개봉 첫 주임에도 불구하고, 개봉 둘째 주에 들어간 ‘겨울왕국’에 밀렸었다. 하지만 설 연휴가 시작되자 코미디물인 ‘수상한 그녀’가 1위 자리를 차지했고, 설이 지난 후에도 ‘겨울왕국’과 엎치락뒤치락 1위 자리를 놓고 대결했다. 평일엔 ‘수상한 그녀’가, 주말엔 ‘겨울왕국’이 1위 자리를 차지했고, 결국 ‘수상한 그녀’는 865만을 모았다. ‘겨울왕국’이 애니메이션으로는 이례적으로 천만 영화가 되어(1029만 명) ‘수상한 그녀’가 수치상으로 뒤졌지만, 이쯤 되면 두 영화의 대결이 아닌, 한국 영화사적으로 다뤄야 할 문제다.
이에 ‘공조’가 ‘수상한 그녀’처럼 연휴 이후에도 ‘더 킹’을 꾸준히 제치고 인기를 끌 수 있을지, 아니면 ‘조선명탐정2’처럼 명절 특수만 누리고 끝이 날 것인가에 대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현재 누적 관객수는 ‘더 킹’ 383만 5310명, ‘공조’ 379만 3314명으로 비슷하다. 개봉 첫 주엔 ‘더 킹’이, 둘째 주엔 ‘공조’가 앞서면서 결과적으로 개봉 3주차에 동점이 되었다. 그래서 연휴가 끝난 오늘(31일) 스코어와 그 이후의 스코어가 중요하다.
물론 같은 날 개봉에 톱스타들이 대거 출연하고, 막상막하 관객수 때문에 맞붙는 모양새가 됐지만, ‘공조’와 ‘더 킹’은 상대 영화와 비교를 떠나서 그 작품 자체로서 매력적인 영화다. 같은 팀인 것 같지만 서로 달랐던 사람들의 이야기인 ‘더 킹’과 서로 다른 존재인 줄 알았던 두 사람(혹은 두 나라)이 사실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는 이야기를 담은 ‘공조’, 두 작품 함께 감상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어찌됐던 두 작품 모두 손익분기점(‘더 킹’ 350만 명, ‘공조’ 280만 명)까지 넘었다. 이미 쌍끌이 흥행이라고 부를 수 있기에 미시적으로 ‘오늘은 누가 이겼다’에 초점을 맞추는 것은 의미 없는 싸움일 뿐이다.
이미 성공했다고 볼 수 있는 두 영화를 현재 시점에서 살펴보자면, 오히려 영화의 가장 큰 요소인 배우와 감독, 배급사에 대한 평가를 나눌 수 있겠다. 우선 배우의 변화적인 면모에 주목하자면 ‘공조’의 승리다. 현빈, 김주혁, 임윤아(소녀시대) 등이 맡은 인물들은 캐릭터가 평면적이긴 하지만, 배우들이 기존에 보여주지 않았던 새로운 모습을 끄집어내는 데 성공했다. ‘더 킹’ 역시 조인성의 성장을 빼놓을 수 없다. ‘더 킹’은 ‘쌍화점’ 이후 9년 만에 스크린으로 돌아온 조인성 주연으로 눈길을 모았고, 그는 소년 같은 매력부터 권력에 찌든 모습까지 소화하며 성공적으로 복귀에 성공했다.
‘관상’ ‘우아한 세계’를 연출했던 한재림 감독은 자신이 가장 잘 하는 영역인 블랙코미디에 본격적으로 손을 댔다. 현대 정치사를 모두 풀어내 다소 민감한 소재임에도 불구하고 모든 것이 들통 난 현시국과 맞물려 호응을 받고 있다. 이렇다 할 대표 작품이 없었던 신인 김성훈 감독은 JK필름과 손을 잡고 흥행 감독이 되었다.
또한 명절을 준비하는 배급사들의 대결 역시 흥미롭다. 지난해인 2016년 설에는 쇼박스(‘검사외전’), 추석에는 워너브라더스(‘밀정’)가 명절 극장가를 차지했으며, 지난 2015년 설, 추석 역시 모두 쇼박스(‘조선명탐정2’, ‘사도’)가 승리했다. 2014년 설은 ‘수상한 그녀’로 CJ엔터테인먼트가, 추석은 ‘타짜-신의 손’으로 롯데엔터테인먼트가 우위를 차지했다. 이번 2017년 설은 CJ엔터테인먼트(‘공조’), 그리고 명절 특수를 처음 누린 NEW(‘더 킹’)가 함께 웃었다. 특히 CJ엔터테인먼트와 JK필름은 앞서 ‘해운대’ ‘히말라야’ ‘국제시장’ 등으로 많은 관객을 모은 바 있다. 감동과 코미디 코드로 대한민국 대중들에게 사랑받는 하나의 장르가 된 CJ엔터테인먼트-JK필름 영화는 처음으로 명절에 개봉해 그들의 타깃 층인 가족을 제대로 공략했다.
전자신문 엔터온뉴스 이주희 기자 leejh@entero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