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인터뷰] ‘여자’ 문현아가 만들어낸 ‘스윗 리메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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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정소정

[엔터온뉴스 유지훈 기자] 그는 7년이라는 시간동안 걸그룹 멤버로서 살아왔다. 그리고 지난해 10월 평범한 여자로서 세상을 마주했다. 연예인으로 보내온 7년이라는 세월은, 서른이 된 그에게 제 2의 사춘기라도 찾아온 듯 질문을 던져댔다. 그리고 그 질문들은 차곡차곡 정리되어 두 권을 책이 됐다.

문현아는 오는 2월 1일 ‘스위트 리메디’ 양장본 도서와 ‘리메디’ 음반, 혹등고래 모양의 방향제로 구성된 도서 ‘스위트 리메디 특별판’을 발매한다. 그의 생일인 1월 19일에 맞춰 911개 한정판으로 제작됐다. 화려한 무대 위에서 내려온 현아의 삶이 고스란히 담길 예정이다.

“글 쓰는걸 좋아해요. 편집장님이랑 두 번째 작업하면서 좀 친해졌어요. 편집장님이 ‘현아 씨는 감정을 다 표현하는 방법을 아는 것 같다’고 칭찬해주셨어요. 그 말에 힘을 얻어서 일단 형태는 잘 모르나(웃음) 무작정 쏟아 내보자 했어요.”

“남이 제 글을 보는 거잖아요. 일기처럼 써서 될게 아닌 거잖아요. 수정하고 보기 좋은 형태로 만드는 것도 스트레스였고, 그 스트레스가 주변사람까지 괴롭힐 정도였어요. 그런데 막상 내고 나면 또 시원해요.(웃음) 또 쓰고 싶고, 다른 주제도 생각나요. 원래는 이렇게 두 권씩이나 낼 줄 몰랐어요. 앞으로는 소설 하나 쓰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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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문현아SNS

‘스위트 리메디’는 현아가 하와이로 떠나 마주한 모든 것들이 담겨있다. 하와이의 풍경은 그의 손을 통해 사진으로, 이와 함께 떠오른 고민과 삶에 대한 통찰은 글이 되어 책 곳곳에 배치됐다. 표지 앞면은 야자수가, 뒷면은 꽃 덤불 속 고양이가 장식되어 있다.

“사실은 표지가 다 한 책이에요. 예쁘지 않나요?(웃음) 필름카메라로 찍은 것들이에요. 하와이의 상징인 꽃을 하자니 애매했고, 야자나무 사진은 흔하지만 사람들이 굉장히 좋아하는 사진 중에 하나였어요. 뒷면의 고양이는 동화 같은 순간이 그대로 담겼어요.”

현아는 남들과 똑같은 하와이 여행을 꿈꾸지 않았다. 호놀룰루가 아닌 빅 아일랜드가 주 무대였고 책을 넘길수록 조금 더 외진 곳으로 향한다. 마치 판타지 소설처럼 유여곡절을 겪고, 어느 순간 바쁜 삶으로 인해 잃어버렸던 어떤 가치를 마주하게 된다.

“더 외진 곳으로, 동화 속 나라 같은 곳으로 일부러 찾아갔어요. 빅아일랜드는 점점 커지고 있는 섬이에요. 한쪽은 막혔는데 다른 한 쪽은 아직도 화산 활동이 활발해서 점점 커진대요. 동화 같은 곳에 있었어요. 너무 많은 사람이 가는 곳으로 가고 싶진 않았어요. 모험하는 걸 좋아해요. 우여곡절도 많았어요. 비행기도 놓치고 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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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문현아SNS

“아는 분의 가정집에 갔는데 그분들이 아이 셋 낳고 살고 계셔요. 그 아이들이랑 같이 놀 때가 기억에 남아요. 아이들과 있으니 그냥 어렸을 때로 돌아간 느낌이었어요. 저는 애들을 별로 좋아하진 않아요. 무서워요. 어떻게 다뤄야할지 모르니까요. 그런데 애들이 제가 이방인이다 보니 엄청 챙겨줘요. 여섯 살 애가 화장실 앞에서 저를 기다려주고, 같이 자연 속에서 뛰어 놀았죠. 그 친구들은 스마트폰을 줘도 관심이 없어요. 왜냐하면 다 놀이터니까요. 그 아이들 덕분에 많은 걸 배웠어요.”

‘스위트 리메디’는 문현아가 쓴 첫 번째 책이 아니다. 그는 2015년 ‘매일매일 사랑해’라는 에세이를 발매한 바 있다. 현아는 이 책을 통해 반려묘 모야·호야와 동고동락하며 느꼈던 삶을 풀어냈다. 어엿한 작가로서 한 발자국씩 나아가고 있는 셈이다.

“20대 여자가 고양이와 살아가면서 배우는 사회생활이나 인간관계 감정을 쌓아가는 과정을 담았어요. 10대에는 집에만 있다가 20대 때 강제 독립됐어요. 그러면서 어떻게 보면 자아를 형성하는 과정을 일기로 썼어요. 고양이랑 살면서 제 20대가 확립됐어요.”

두 권의 책 속 현아는 다른 듯 비슷한 모습이다. 가장 두드러지는 공통점은 스스로에게 던지는 끊임없는 고민이다. 그는 반려묘와 함께 살아가는 한국, 낯선 타국 하와이에서도 그는 같은 고민을 했다. 연예인으로서 20대의 대부분을 보냈기 때문에, 모두 저마다의 의미가 있었다.

“걸그룹 활동은 저를 찾아가는 과정 중 하나였어요. 제 인생에서 가장 빛나는 순간이었어요. 어느 누가 그런 경험을 해보겠어요. 지금 많은 걸그룹이 쏟아져 나오지만, 무대에 한 번이라도 서는 것도 힘드니까요. 남는 사람도 나뮤뿐이에요. 다 재산이잖아요. 정말 좋아요. 하지만, 나이가 들면서 사람은 한걸음 나아가야 하잖아요. 더 이상 춤을 아이돌처럼 못 추게 됐을 때는 무엇을 해야 할지 많이 생각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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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문현아SNS

“모두가 다 잘되고자 하는 일인데, 어느 누가 망치고 싶겠어요. 그런데 그 안에서 트러블이 생기면 싸우기도 했고 내부에서도 싸우죠. 예민하니까요. 저희 나뮤는 한명이 2인분씩을 해야 하는 그룹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거기서 누군가가 제 욕심에 못 따라와 주면 속상하고, 서로 상처를 주죠. 모두들에게 미안했고, 그중에 매니저 오빠들에게 제일 미안해요. 그래서 나왔을 때 다 사과의 메시지를 남겼어요.”

작가로서 짧은 일탈을 끝낸 그는 가수로서 발돋움하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디지털 싱글 ‘리메디’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음악 활동에 돌입할 예정이다. 나인뮤지스 활동을 끝내고 작가로 활동하며 내실을 다졌다. 2017년의 현아는 숨겨왔던 가능성을 제대로 펼쳐 보겠다는 포부다.

“새해가 밝았으니, 팬들이랑은 진짜 자주 소통하려고 해요. 걱정이 되면 SNS로 서로 소통을 해요. 저는 ‘미안하다’는 말밖에 안 나와요. 그런데 팬들은 이 말을 싫어해요. 앞으로 저는 다양한 활동으로 재밌게 살 거예요. 현실과 일상이 지루해졌을 때, 저를 찾아주세요. 꾸준히 인연을 맺은 만큼, 우리 오래오래 만나요.”

전자신문 엔터온뉴스 유지훈 기자 tisseu@entero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