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이주희의 감독코드] 로버트 저메키스, 독특한 시선으로 바라본 인생의 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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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주희 기자 / 디자인 : 정소정

[엔터온뉴스 이주희 기자] 지난 11일 개봉한 영화 ‘얼라이드’는 50만 명을 모았다. 거장 로버트 저메키스 작품의 성과로 보기엔 아쉽다. 일부에선 ‘백 투 더 퓨처’ ‘포레스트 검프’ 등 영화사에 길이 남을 명작을 연출했던 로버트 저메키스 감독의 작품 치고는(?) 평범했다는 말도 있다. 하지만 사랑하는 아내를 지키기 위해 그를 끊임없이 의심해야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겪어야 하는 브래드 피트와 스파이의 신비로움을 드러냈던 마리옹 꼬띠아르의 모습을 긴장감 있게 담아낸 작품은 거장의 숨결을 느끼게 하며 절대 평범함을 보이지 않았다. 물론 25년 전 연출했던 ‘죽어야 사는 여자’, 15년 전 연출했던 ‘캐스트 어웨이’ 등은 지금 봐도 획기적인 작품들로서 로버트 저메키스 감독의 존재감을 느끼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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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주희 기자 / 디자인 : 정소정

◇ ‘죽어야 사는 여자(Death Becomes Her)’

-줄거리

1978년 브로드웨이, 헬렌(골디 혼 분)은 배우인 친구 매들린(메릴 스트립 분)에게 남자친구 멘빌(브루스 윌리스 분)을 빼앗긴다. 7년 후, 헬렌은 살이 잔뜩 찐 채 정신병원에 들어간다. 하지만 또 7년 후, 헬렌은 너무나 예쁜 모습으로 재등장 한다. 매들린은 충격에 빠지고, 멘빌은 유혹하는 헬렌에게 다시 반한다. 매들린 역시 젊음을 되찾을 수 있다는 신비의 묘약을 먹고 다시 젊어진다. 매들린은 멘빌에 의해 죽임을 당하지만, 목이 돌아간 채로 되살아난다. 매들린은 헬렌을 죽이는데, 헬렌 역시 배가 뚫린 채 살아남는다.

-주목할 점

1. 25년 전 할리우드의 CG기술

‘죽어야 사는 여자’는 25년 전 할리우드 CG기술을 볼 수 있는 작품이다. 기발한 아이디어를 가득 품고 살던 로버트 저메키스 감독의 센스를 표현하는데 도움을 줬다. 연기가 ‘펑’하고 나는 마녀의 약병이라든가 여주인공들이 젊어지는 모습 등은 지금 봐도 눈을 떼기 힘들 정도의 매력을 가지고 있다. 로버트 저메키스 감독이 다시 한 번 판타지 영화를 하는 것을 기다리게 되는 작품이다.

2. 공포+코미디, 충격적인 소재와 디자인

‘죽어야 사는 여자’는 스릴러와 코미디가 섞인 장르다. 무섭지만 결국 웃음이 나고, 웃겨서 더 무서워지는, 그런 이야기다. 초반 영화는 한 남자를 둔 두 여자의 질투와 미모 대결과 같은 평범한(?) 이야기지만, 이후 두 여자가 신비의 묘약으로 젊음을 되찾고 불사신이 되면서 충격을 선사한다. 멘빌은 매들린과 바람이 나 결혼하는데, 이후 다시 헬렌과 바람이 나서 매들린을 죽이기로 한다. 매들린은 머리가 돌아간 채 죽는데, 살아 있다. 헬렌도 총을 맞고 배가 뻥 뚫렸지만, 살아있다. 기괴한 모양을 한 채 자신이 죽었는지도 모르고 젊음만을 찾는 두 여자의 모습은 무서우면서도 우습다.

3. 영원한 삶, 진정한 의미는?

멘빌 박사는 과거 성형외과 의사였지만, 현재는 시체의 메이크업을 담당하는 장의사다. 그래도 시체를 품위 있게 해달라는 요구에 “안 된다. 그를 사람들이 알아보긴 해야 하지 않나”라고 말하는 소신 있는(?) 장의사다. 멘빌은 장의사로서 다른 사람의 시간을 멈추게 한 역할을 해왔는데, 그의 아내 매들린과 과거 여자친구 헬렌 역시 신비의 묘약을 먹어 젊음을 유지하려고 한다. 다만 젊음을 유지하는 대신 영원한 삶을 살아야 한다는 대가가 필요하다. 매들린과 헬렌은 죽은 후에도 자신들의 메이크업을 책임져 달라며 멘빌에게도 같은 약을 먹도록 요구하는데, 멘빌은 “나는 영원히 살고 싶지 않다. 따분하고 고독하면 어떡해. 남들 죽는 걸 지켜봐야 하잖아. 환상적 꿈이 아니라 악몽이야”라며 죽음을 택한다. 37년 후, 멘빌의 장례식에서 사람들은 멘빌이 얼마나 행복하게 살았는지 칭송한다. 그는 죽었지만 결국 묘약의 힘 없이도 다른 사람의 마음속에 영원히 살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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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캐스트 어웨이(Cast Away)’

-줄거리

척(톰 행크스 분)은 ‘전 세계 정시 배송’을 위해 한 몸 다 바쳐 일하던 택배회사 직원이다. 사랑하는 연인과의 연휴도 반납하고 또 다시 비행기를 탄 그는 무인도에 추락하고 만다. 무인도에서 그는 배구공 윌슨과 친구가 된다. 4년이 흘러 그는 섬을 탈출해 미국으로 돌아간다. 과연 그는 길을 잃어버린 걸까 아니면 찾은 걸까.

-주목할 점

1. 택배회사와 무인도의 대비를 통한 ‘시간의 상대성’

주인공 척의 직장인 택배회사는 ‘전 세계 정시 배송’을 모토로 한다. 척은 정시 배달을 위해 장애아 자전거까지 빌려서 배달하기도 하고, 크리스마스에도 여자친구와 시간을 보내는 것 대신 일을 하기 위해 비행기를 탄다. 1분 1초를 아까워하던 이 남자에게 시간만 주어진다면 어떻게 될까. 무인도에 떨어진 그는 무려 4년이란 시간 동안 혼자 보내게 된다. 계획하지 않은 시간 속에 고립된 주인공은 나름대로 다시 세상으로 나가기 위해 노력하지만, 흘러넘치는 시간과 고독에 허덕이게 된다.

2. ‘고독’은 개인의 것

주인공은 무인도로 흘러들어온 택배 중 배구공에게 윌슨이란 이름을 지어주고 친구로 여긴다. 4년 후 뗏목을 만들어 섬을 탈출하는 도중에 주인공은 윌슨을 잃어버린다. 윌슨을 잃고 실의에 빠진 주인공의 모습은 무척이나 안쓰럽다. 사실 윌슨은 실존하지 않는 존재지만, 주인공이 의미를 부여해 만든 존재이기 때문에 그에게 만큼은 소중하다. 주인공의 여자친구 켈리 역시 무인도에서 사진으로 그와 함께 했다. 하지만 미국으로 돌아왔을 때, 주인공의 곁에는 윌슨도, 켈리도 없다. 탈출 후 그렇게 간절했던 편리한 생활을 얻게 됐지만, 외로움은 여전하다.

2. ‘표류’ 중 길을 찾다

주인공은 무인도에서 살아남아야 한다. 다행히 함께 떠내려 온 택배 상자 안에 든 물품이 무인도 생활에 도움이 된다. 스케이트는 날부터 끈까지 유용하고, 드레스의 레이스 부분은 고기잡이에 알맞다. 탈출에 성공해 미국에 돌아온 주인공은 더 이상 생존을 위해 노력할 필요가 없다. 생존을 위해 필요한 건 모두 옆에 있다. 무인도와 달리 현실에서는 그저 숨 쉬는 것만으로도 살아가는 의무를 다 하는 것 같다. 하지만 그때서야 주인공은 자신이 해야 할 일을 깨닫는다. 주인공은 “계속 숨 쉬면 되는 거야. 내일이면 태양이 뜨고 파도에 뭐가 실려 올지 모르니까”라고 말한다. 이후 주인공이 사거리에서 길을 멈춘 것을 보고, 한 여자가 길을 잃었냐고 묻는다. 그러자 주인공은 “나는 갈 곳을 찾고 있다. 지금 고민 중이다”라고 대답한다. 사거리 한 가운데 선 주인공은 앞으로 어디든 갈 수 있다.

전자신문 엔터온뉴스 이주희 기자 leejh@entero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