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를 기록하는 현대판 ‘사관’ 속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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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청문회가 지난해 12월 6일 처음 열린 이래 올해 1월 9일 7차를 끝으로 일단락됐다.

사상 초유의 청문회에 온 국민의 시선이 집중된 가운데 청문회장의 중앙에 배치된 속기석에서 묵묵히 이 역사적인 현장을 기록하는 국회 속기사들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국회의원, 증인, 취재진들로 둘러싸인 한가운데에서 속기를 하기 때문에 TV화면에는 속기사들이 빠른 손놀림으로 속기키보드의 자판을 두드리는 모습이 종종 나오게 된다.

국회 속기사들은 청문회는 물론이고 본회의와 상임위원회, 소위원회, 특별위원회, 국정감사 등의 내용을 빠짐없이 기록한다. 이 기록들을 바탕으로 만든 회의록은 국회 회의록시스템을 통해 국민들에게도 공개된다.

국회에는 모두 124명의 속기사가 있다. 의정기록 1, 2과에서 근무하고 있다. 124명 중 수필속기사는 38명이며 나머지 86명은 컴퓨터속기사이다. 컴퓨터속기사 중 속기기종별로는 CAS속기사가 75명으로 가장 많다. 속기사 중에서도 CAS속기사가 언론에 자주 나오는 이유이다.

지난해 12월 9일 국회에서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이후 진행된 헌법재판소의 박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 준비기일과 변론기일에도 속기사들의 속기하는 모습이 언론에 자주 노출되었다. 헌법재판소 소심판정과 대심판정 속기사석 모두 재판관석 바로 아래 중앙부분에 위치해 있다.

헌법재판소에는 속기사 2명이 근무하고 있으며 이번 박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에서는 지난 1월 5일 2회 변론기일 이후 속기사 6명이 추가 투입되었다. 이들 속기사 8명은 모두 CAS속기사이다.

한편 CAS는 국내 유일 바(BAR)식 키와 삼각다리를 채택한 전문가용 속기기기로 국가자격시험 합격률이 일반 키보드 방식의 기종보다 높고 가장 많은 속기사를 배출했다.

자막방송 등 실시간속기 실무 경험이 풍부한 CAS속기사들은 2011년 실시간속기 세계대회(프랑스 파리) 2위, 2015년 실시간속기 세계대회(헝가리 부다페스트) 2위와 3위에 오르기도 했다.


이정민 기자 (jm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