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리뷰┃‘뚜르’] 49일, 절망적 투병의 시간 아닌 도전의 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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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뚜르:내 생애 최고의 49일' 포스터

[엔터온뉴스 이예은 기자] 예고 없이 찾아온 암세포가 자신에게는 기회였다고 말하는 청년, 故이윤혁. 영화 ‘뚜르: 내 생애 최고의 49일’ 속 이윤혁이 절망의 순간에서 만난 용기와 희망을 관객들에게 전한다.

아마추어 보디빌더이자 체육 교사를 꿈꾸던 이윤혁에게 믿기지 않는 좌절이 찾아온다. 이제 20대 중반을 넘어가는 그에게 ‘결체조작작은원형세포암’이라는 3개월 시한부 희귀암 선고가 내려진 것이다. 절망에 빠져있던 그는 어느 날, 운명처럼 자전거에 이끌리게 된다. 고환암을 극복하고 암 환자들에게 희망을 선물했던 미국의 전 사이클 선수 랜스 암스트롱을 동경하며 ‘뚜르’행을 결심한다. 주변 사람 모두가 위험을 고려해 그의 결심을 반대했지만 의지를 막을 수 없었고, 결국 프랑스로 떠난다.

‘뚜르(Tour)’는 여정, 일주 등을 뜻하는 프랑스어다. 이윤혁이 도전한 ‘뚜르드프랑스(Tour de France)’는 매년 7월 프랑스 전역과 인접 국가의 3500km를 일주하는 세계 최고 권위의 국제 사이클 대회로 프로 선수들도 두려워하는 악마의 레이스로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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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리틀빅픽처스 제공

영화 속 윤혁의 모습은 암 투병 환자라고는 상상할 수도 없다. 도중에 링거를 맞는 등의 노골적 치료는 있으나, 라이딩 중에는 전혀 느낄 수 없다. 또래와 다를 바 없이 크게 소리치며 노래도 부르고, 힘들에 욕설도 내뱉고, 자연을 있는 그대로 느끼며 즐거워한다. 워낙 쾌활해서 자신이 정한 꿈과 목표에 마침표를 찍고 싶은 건실한 청년으로만 보일 뿐이다. 그는 그렇게 당당하게 질주했다.

하지만 이 도전이 마냥 활기차고 잔잔하지만은 않다. 윤혁을 지원하기 위해 함께 떠난 프로젝트 총감독, 자전거 메카닉, 현지 코디네이터 등 많은 동행자들은 갑작스레 이뤄진 프로젝트 탓에, 모두가 예민한 상태였다. 서로의 고충과 불만으로 아슬아슬한 상황의 연속으로 이어졌지만, 이 틈에서 꿋꿋하게 버티는 이윤혁의 의지가 그들을 성장하고 변화하게 만든다. 그리고 그들은 진심으로 함께 걷는 동행자가 되어 이윤혁의 꿈에 도달하는 것에 성공한다. 우리의 전반적인 삶을 97분으로 압축시켜놓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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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리틀빅픽처스 제공

이 영화는 철저하게 다큐멘터리라는 장르에 충실하다. 억지스러움 하나 없이 고스란히 모든 것을 드러낸다. 장기전에 지친 인물들의 갈등부터 그들이 내뱉는 욕설까지 말이다. 담백하고 담담하고 조용하다. 하지만 오히려 이 담백한 연출에 보는 관객은 먹먹해지고 눈물을 쏟아낸다.

6년여 간을 달려왔다. 투자, 배급, 편집, 감독의 교체 등 수없이 많은 난관을 견뎌내며 결국 세상으로 나왔다. 끝까지 편집기를 놓지 않던 임정하 감독의 순수하고 치열한 고민이 그대로 담겨있다.

주인공은 희귀암을 앓고 있지만 투병 일기를 그린 영화가 아니다. 한국인 최초로 ‘뚜르 드 프랑스’를 완주한 한 청년의 희망과 용기 그리고 기적으로 향하는 여정을 담아낸 영화다. 2월 개봉 예정.

전자신문 엔터온뉴스 이예은 기자 9009055@entero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