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유망주]내일은 PGA, 올해 프로 첫승 노리는 닭띠 프로골퍼 박진우

말레이시아 수도 쿠알라룸프로 시내에서 차로 약 20분 떨어진 18홀 골프장 '텐 프로파크 골프클럽'. 오전 6시를 조금 넘긴 이른 시각, 골프가방을 든 건장한 청년이 새벽공기를 가르며 그린 속으로 들어가 맹렬하게 채를 휘두른다.
올해로 프로 데뷔 7년차를 맞는 박진우의 아침 훈련은 이렇게 시작된다. 30도가 넘는 한낮의 땡볕을 피하면서 하루 10시간의 연습시간을 채우기 위해 박프로가 벌써 한 달째 계속해오고 있는 일과다. 올해 스스로 납득할 만한 성적을 내고 더 큰 무대로 진출하는 원년을 삼기 위해 독하게 마음먹고 3개월 일정으로 떠나온 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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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띠 골프 유망주 박진우

박진우는 "강행군의 연속이지만 지루할 틈이 없고, 늘어나는 파워와 자신감을 요즘엔 몸으로 느낀다"며 "어렵게 집에서 보내주는 경비로 빠듯하게 살고 있지만 예전처럼 크게 부담감을 갖지도 않는다. 연습을 통해 실력으로, 성적으로 보여주면 된다는 생각을 가지려고 한다"고 말했다.
박진우는 한때 촉망받던 주니어 골프 유망주였다. 프로 데뷔 후 갑작스레 닥쳐온 부친의 사업부도가 그의 발목을 잡았다. 투어프로에게 경제적 어려움은 그만큼 치명적일 수밖에 없었다.
박진우의 골프 입문은 여타 프로 선수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초등학교 3학년 때 아버지의 손을 잡고 간 골프연습장에서 처음으로 골프채를 잡아본 것이 계기였다. 공에 관한한 남다른 애착을 보였던 소년은 금세 골프공에도 흥미를 느꼈고, 급기야 골프선수가 되겠다며 본격적인 레슨을 받기 시작했다. 학교도 양구의 용하초등학교에서 서울 장충초등학교로 옮겼다.
초등학교 졸업 후 강남의 신사중학교 골프부로 입학, 한국중고등학교 골프연맹에서 주최하는 대회에 꾸준히 참가하며 실력을 쌓아갔다. 하지만 2학년 재학 중에 골프부가 해체된 탓에 경기도 여주에 있는 세정중학교로 전학하게 됐다. 주니어골프 선수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것도 이 때부터였다.
될성부른 나무로 알아본 서울 세화고등학교가 러브콜을 보냈고, 박진우도 이를 받아들여 2008년 이 학교 골프부로 입학했다. 계속해서 대한골프협회와 한국중고등학교골프연맹에서 주최하는 각종 대회에 참가하며 서서히 두각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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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우

꾸준한 성적을 내던 박진우는 빨리 프로에 입문해 경력을 쌓는 것이 좋겠다는 코치의 의견을 따라 프로의 길을 택했다. 고3 학생신분이던 2010년 전반기에 한국프로골프협회 준회원(세미프로) 자격을 획득했고, 같은 해 10월 마침내 정회원(투어프로)에 입회하며 본격적인 선수생활을 시작했다. 그해 참가한 2개의 'KPGA 챌린지투어'에서 무난히 컷을 통과하며 선수로서의 가능성을 인정받기도 했다.
이듬해는 해외투어로 눈을 돌렸다. 2011년 1월 타일랜드에서 열린 '아시안투어 퀄리파잉 스쿨(OneAsia Q-School)'에서 8위를 기록, 2014년까지 투어 시드권을 획득하며 선수생활을 했고 2013년에는 '유러피언 챌린저' 대회에서 시드를 따내기도 했다. 지난해 '일본 프로골프투어(JGTO)'에서는 한국의 박준섭 프로 외 200여명이 참가해 파이널까지 진출했으나 갑자기 몸 상태가 좋지 않아 2부 리그만 뛰어야 했던 아픔도 겪었다. 꿈에 부풀었던 유럽 무대는 경제사정으로 접어야 했고, 일본 무대 진출은 컨디션 난조 탓에 뒤로 미뤄야 했다.
박진우는 올해 슬럼프 탈출과 함께 새로운 도약을 꿈꾸고 있다. 오직 훈련만이 실력과 성적을 담보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과감히 말레이시아 전지훈련에 나선 것이다.

최근에는 어느 정도 슬럼프를 극복하고 자신감을 되찾고 있다. 일본 선수들보다 30~50야드 이상 더 뻗어가던 드라이브샷의 비거리도 회복하고 있고, 쇼트게임이나 퍼팅도 조금씩 정교해지는 걸 느낀다.

◇박진우 프로필
-1993년 2월 강원도 양구 출생
-178cn/77kg
-2010년 KPGA 입회
-2011년 아시안 투어 QT 8위
-2013년 유러피언 QT 챌린저 시드 획득
-2016년 일본프로골프투어(JGTO) 파이널 진출


박진우는 "자만하거나 조바심을 내지도 않으려 한다"며 "올해는 일본투어 1, 2부 대회에서 시드를 획득하는 것을 시작으로, 국내외 대회에서 첫승을 올리는 것이 목표다. 예정대로 그 목표들을 달성한다며 미국 PGA무대에 도전해볼 생각"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이미소 기자 (mis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