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View | 가요] 아이돌 사라진 음원차트...진정한 조화 이루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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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쇼파르 뮤직 제공

[엔터온뉴스 이소희 기자] 어느 샌가부터 온라인 음원차트의 지분이 분산됐다. 아이돌만 음원차트를 장악한다는 것은 이미 옛말이 된 지 오래다. 최근 음원차트에는 인디가수라 불리는 이들부터 방송음원까지 비(非) 아이돌이 이름을 올리고 있다.

어반자카파에 이어 볼빨간사춘기는 ‘우주를 줄게’를 히트시킨 후 ‘좋다고 말해’로 주요 8개 차트에서 모두 10위권 안에 머무르고 있다. 악동뮤지션, 헤이즈, 마마무, 정승환, 한동근, 임창정, 백아연 등도 차트 진입을 하거나 상위권 안에 오르는 등 인기를 끌었다.

방송음원 또한 강세다. 최근에는 케이블방송 tvN 드라마 ‘도깨비’ OST의 음원이 차트를 휩쓸고 있다. 최근 발매된 에일리의 ‘첫눈처럼 너에게 가겠다’부터 어반자카파 ‘소원’, 크러쉬 ‘뷰티풀(Beautiful)’, 에디킴 ‘이쁘다니까’, 샘김 ‘후 아 유(Who are you)’ 등까지 대부분 차트의 20위권 안(1월 9일 오전 8시 기준)에 머무르고 있다.

MBC ‘무한도전’의 콜라보레이션 음원도 강세를 유지하고 있다. 황광희X개코의 ‘당신의 밤’은 발매 10일째가 되도록 주요 차트 5위권 안에 들고 있다. MINO X 하하의 ‘쏘아’, 양세형X비와이 ‘만세’ 등도 20권 내 순위를 유지하고 있는 상태다.

물론 영향력 있는 아이돌이 새 앨범을 발매한 경우 모두를 제치고 줄세우기를 기록하기도 하지만, 그 순간뿐이다. 다시 비 아이돌의 노래가 치고 올라온다. 차트 진입 후 머무르는 시간이 길다는 것이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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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도깨비` OST

다수의 업계관계자는 비 아이돌이 음원차트를 점령하는데 모자라 높은 성적에 오랜 지속성까지 유지하고 있는 현상의 이유로, 높아진 대중의 수준과 음악성을 꼽았다.

최근 Mnet ‘슈퍼스타 K 2017’에 출연해 화제를 모은 진원은 이후 발매한 음원 ‘소 뷰티풀(So Beautiful)’이 20위대까지 진입했다. 방송의 여파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진원은 방송 출연 전에 발매한 음원들도 모두 40위~100위권 안에 드는 기쁨을 누렸다. 이때는 방송활동이 전무한 상태였다.

진원 소속사 관계자는 이 같은 상황에 대해 “우리도 놀랍게 생각하고 있다. 지난 히트곡 ‘고칠게’의 영향이 큰 것 같다. 옛날에 유행했던 노래를 부른 사람이 신곡을 내니 ‘그 곡을 넘어설까’ 하는 사람들의 기대감이 음원을 들어보게 했던 것 같다”고 추측했다.

그러면서 “오디션 프로그램 등을 통해 대중들이 노래를 듣는 귀가 발달된 것 같다. 실력이 좋은 사람들을 많이 접하니 더 실력이 있는 사람들의 노래를 들으려고 한다. 사람들의 인식에 남자 솔로 가수는 실력이 보장됐다는 전제가 깔려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 가요관계자 A씨는 “10cm, 장기하와얼굴들부터 볼빨간사춘기 등까지, 이들이 올라오고 있는 것은 음악의 힘인 것 같다”면서 “대중들이 옛날에 비해 다양한 음악을 많이 찾아듣는 것 같다. 그러다보니 (뜨는 음원 혹은 가수들이) 하나씩 툭툭 나오는 것이다”라고 분석했다.

이 관계자는 “메이저나 아이돌 등 뮤지션들의 수준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고 본다. 어느 한 쪽의 음악성이 월등한 게 아니라 양쪽이 음악적으로 좋아지고 있으니 점점 평준화를 이룰 것 같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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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MBC 제공

한편 자세히 들여다볼수록 아이러니한 부분도 있다. 가요시장과 차트를 전체적으로 놓고 본다면 아이돌과 비 아이돌의 차트 점령 비중이 현재로서는 아직도 큰 차이가 난다.

그나마 비 아이돌을 많이 쓰고 있는 OST 업계 덕을 보고 있지만, 진정한 인디가수나 새로운 가수의 발굴은 없다. 실제 최근 음원차트 상위권에서 방송음원을 제외하면, 남는 가수는 볼빨간사춘기와 악동뮤지션 뿐이다.

관계자 A는 “전체적인 양상으로는 비슷한 수준의 음악성으로 흘러가고 있고, 비 아이돌이 차트 진입하는 것도 좋은 현상이다”라면서도 “하지만 아직까지는 메이저 신에 비중이 쏠려 있는 것이 현실이다. 악동뮤지션도 사실 대형기획사 아닌가. 마이너 신은 홍보를 할 수 있는 풀이 좁고 틀이 부족하다”라고 꼬집었다.

이어 “마이너 신은 뮤지션이 직접 콘셉트를 정하고 메시지를 주장하며 음악을 만든다. 그 다음 뒤를 받쳐주는 게 회사다. 그러다보니 다양한 장르와 모습의 음악이 나올 수 있다”면서 잘 알려지지 않은 가수들도 꾸준히 차트에 진입해 대중의 사랑을 받는 등 진정한 조화를 이룰 수 있어야 한다고 봤다.

이제 수면 위로 떠오르는 음악의 힘은 점점 비등비등해지고 있다. 더 나아가 깊은 곳 숨어있던 음악이 날개를 펴고 음원차트에 다양한 꽃을 피울 수 있는 날만 남았다.


전자신문 엔터온뉴스 이소희 기자 lshsh324@entero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