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군 ‘인종청소’ 논란, 방글라데시로 도피하던 로힝야족 생후 1년 6개월 아이의 비참한 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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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CNN 캡처

미얀마군 ‘인종청소’ 논란, 방글라데시로 도피하던 로힝야족 생후 1년 6개월 아이의 비참한 죽음

4일 CNN은 미얀마군의 ‘인종청소’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방글라데시로 도피하던 로힝야족 난민 대열에서 생후 1년 6개월 된 아이가 보트 침몰로 비참하게 죽어갔다는 주장이 제기됐다고 보도했다.

방글라데시로 도피한 로힝야족 자포르 알람 씨는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부인과 함께 난민선에 탔던 아들 모함메드 소하옛이 지난달 4일 보트가 침몰하면서 사망했다며 지인이 찍어 보내준 아이의 사진을 공개했다.

사진 속 소하옛은 노란색 상의를 입고 강가의 진흙탕 위에 엎드린 채 숨을 거뒀다. 두 팔은 진흙탕 속에 묻혀 있었으며 두 다리는 웅크리고 있었다.

이 아이의 사진은 지난해 9월 터키 해변에서 숨진 채 발견되면서 전 세계에 시리아 난민 문제의 심각성을 알린 아일란 쿠르디(당시 3세)의 모습과 매우 비슷하다.

알람 씨는 집이 불타고 총알이 빗발치는 고향 마을을떠나 방글라데시로 도피한 과정과 아들이 죽음에 이르게 된 사연을 자세히 설명했다.

피난 길에서 가족과 헤어진 그는 목숨을 걸고 양국 국경지대의 나프강을 헤엄쳐 건너려 했다. 그는 천신만고 끝에 어부의 도움을 받아 방글라데시에 도착할 수 있었다.

이어 그는 미얀마에 남아 있던 가족을 데려오기 위해 보트를 수소문했다.

그는 “아내와 아들은 강 건너편에서 기다리고 있엇다. 뱃사공과 접촉해 아내와 아들이 안전하게 강을 건널 수 있게 해달라고 부탁했다”며 “지난달 4일 아내와 통화 당시 ‘아빠, 아빠’ 하고 부르던 아들의 목소리가 마지막이었다”고 전했다.

또한 그는 “미얀마 경찰이 난민들이 강을 건너려는 것을 알아채고 총격을 가했다고 들었다. 총소리에 놀란 뱃사공이 서둘러 사람들을 태우고 출발했으나, 정원초과로 배가 가라앉았다고 들었다”고 밝혔다.

다음날 그는 지인으로부터 아들이 강변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는 사실과 함께 진흙탕에 엎드려 숨진 아들의 사진을 받았다.

알람 씨는 “그가 휴대전화로 아들 사진을 찍어서 보내줬다. 나는 할 말을 잃었다. 사진을 보는 순간 차라리 주고 싶었다”며 눈물을 글썽였다.

이어 “하늘에서는 헬기가, 땅에서는 군인들이 총을 쐈다. 도저히 집에 있을 수 없어 정글로 도망쳤다. 아버지와 어머니는 불에 타 죽었다”며 고향 마을에서의 참혹했던 상황을 전하기도 했다.

알람 씨가 전한 처절한 피란길 이야기는 미얀마군의 잔혹 행위를 피해 방글라데시로 도피한 4만 명 이상의 다른 로힝야족들이 겪었던 실상과 다를 바 없었다.

그러나 미얀마 정부는 난민들의 주장이 거짓이며 조작된 선전 선동에 지나지 않는다고 부인했다.

미얀마 정부 대변인 아예 소는 방송의 사실 확인 요청에 대해 “지난해 11월 12일 헬기가 기총소사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는 무장괴한을 쫓기 위한 것이었다”고 해명했다.

앞서 미얀마군은 지난해 10월 9일 방글라데시와 인접한 라ㅇ카인주 마웅토의 경찰초소가 괴한의 급습을 받아 9명의 경찰관이 목숨을 잃은 뒤 이 지역을 봉쇄하고 대대적인 군사작전에 들어갔다.

정부는 작전 과정에서 무장세력과 군인 등 86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이어 유엔은 지금까지 4만 명이 넘는 로힝야족 난민이 국경을 넘어 방글라데시로 대피했다고 집계했다.

한편 주민은 작전에 나선 군인들이 민간인을 상대로 성폭행과 방화, 고문을 일삼으며 이른바 ‘인종청소’를 시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정부는 이런 사실을 전면 부인해왔다.


이윤지 기자 yj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