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지역 학생‧학부모‧교사 ‘김진태 국회의원상’ 때문에 고민…“거부해야 되나, 받아서 버려야 하나?”
춘천지역 학생과 학부모, 교사들이 새누리당 김진태 국회의원상 때문에 고민에 빠졌다.
올해 강원 춘천지역 한 고등학교를 졸업하는 A군은 학교생활을 열심히 한 데다 성적도 우수해 졸업식에서 춘천이 지역구인 김 의원에게 국회의원상을 받게 됐다.
이에 A군은 국회의원상을 거부하겠다는 뜻을 직접 담임 선생님에게 말하는 것을 고민했고, A군의 부모가 김 의원의 상을 받지 않겠다는 뜻을 대신 전달했다.
학교 측은 “최고의 상을 왜 받지 않겠다는 것이냐”는 반응을 보였으나 A군의 부모는 “국정 농단 사태로 시민들이 촛불을 드는 마당에 김 의원의 상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며 “졸업식 날 김 의원의 상을 받으면 오히려 기분이 나쁠 것 같다”고 전했다.
앞서 김 의원은 촛불 집회를 겨냥해 “촛불은 바람이 불면 꺼진다”고 발언해 비난을 받은 바 있다.
이에 김 의원의 지역구인 춘천에서 학생과 학부모가 국회의원상을 잇따라 거부하고 있다. 졸업식 때 대표적인 상인 지역구 국회의원의 상을 거부하고 나선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춘천의 B중학교는 최근 졸업식장에서 김 의원의 상을 수여하지 않았다.
국회의원 표창은 일선 학교가 신청하면 다 받을 수 있다.
그러나 B중학교는 학생들에게 미치는 교육적 영향 등을 검토한 결과 김 의원의 상을 신청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학교 관계자는 “졸업식 때 상의 의미가 크지만 ‘올해는 아니다’ 라고 선생님들이 만장일치로 의견을 냈다”며 “요즘은 초등학생도 현 시국에 대해 자기 목소리를 내는 마당에 그런 상을 주는게 도리가 아니라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또한 춘천의 C초등학교 학부모회도 올해 졸업식에서 김 의원의 상을 받지 않겠다고 결의해 학교 측에 전달했다.
한편 이밖에 다른 초중고교도 졸업식 때 학생이 김 의원의 상을 거부하는 돌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며 학교 구성원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춘천에서 김 의원의 상을 거부하기로 한 학교는 20~30여 곳에 이르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윤지 기자 yjlee@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