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민주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에서 작성한 개헌 논의 보고서를 놓고 여야 개헌세력들이 집단 반발했다. 특히 민주당 내부에서도 거센 반발이 이어지면서 한동안 잠잠했던 민주당 내부 갈등이 다시 점화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문병주 민주연구원 수석연구원이 지난해 말 작성한 이 보고서는 비문(비문재인)·비박(비박근혜) 진영에서 모색하는 개헌을 고리로 한 제3지대 구축이 대선 승리에 큰 위협이 될 것이라는 내용이 담겨있다.
이 보고서에는 “4년 중임제 순수 대통령제를 권력구조의 대안으로 논의한다면 그 전제로 임기단축문제를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이 좋은 전략의 하나가 될 것”이라는 내용이 담겼다. 이는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민주당) 대표가 강조하는 4년 중임제와 맥락을 같이한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특정 대권 후보 입장만 반영한 보고서가 아니냐는 지적이 적지 않은 상황이다.
이같은 비판에 대해 김용익 민주연구원장은 3일 “보고서는 당 대표, 원내대표, 최고위원들 뿐만 아니라 대선주자 5인에게도 전달하고 대선주자 비서진들에게도 통보했다”며 “제가 (문 전 대표와 가깝다고 해서) 그 정도의 공사 구분을 못할 사람은 아니다”고 말했다.
문 전 대표 역시 “정작 저는 보고서를 못봤다. 특별한 내용이 있는 것 같지는 않던데, 개헌 어쩌고 하는 것은 언론에서 이미 많이 나왔기 때문에 무슨 다를 바가 있겠나”라고 말했다.
하지만 개헌파 김부겸 의원과 민주당 재선 국회의원 모임, 새누리당, 국민의당 등은 강하게 반발했다. 김부겸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벌써 대선 후보가 확정된 것처럼 편향된 전략보고서를 작성한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새누리당은 “문 전 대표가 개헌 얘기만 나오면 펄쩍 뛰면서 반대해온 이유가 드러났다”며 “제왕적 대통령제의 혜택만 누리면서 폐해는 모른 체 하겠다는 것이 아닌가”라고 꼬집었다.
이런 가운데 국회 헌법개정특별위원회(이하 개헌특위)는 이주영 새누리당 의원을 위원장으로 확정하고 오는 4일 첫 회의를 열 예정이다.
이윤지 기자 yj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