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온뉴스 유지훈 기자] 스물다섯 패기 넘치는 청년이 기타 하나를 매고 서울에 상경한다. 자신의 음악을 만들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전전하고, 피곤에 찌든 몸을 눕히기 전 음표를 떠올리며 기타를 튕긴다. 그리고 어느 순간 음악성을 인정받고 슈퍼스타가 된다.
이는 소설 같은 이야기지만 우리 모두가 꿈꾸는 성공신화이기도 하다. 가수 민스톤은 이 성공신화의 중간 지점에 있다. 스물여섯의 나이에 서울에 올라와 뮤지션 생활을 시작했다. 2년 동안 세 장의 앨범을 발매했고 나름의 팬 층을 보유하고 있으며 아직까지 열정이 넘친다.
“싱어송라이터로 활동하고 있고, 기타를 기반으로 포크, 락 등의 다양한 장르를 할 줄 아는 뮤지션입니다. ‘상경’ 뮤지션이라는 이미지로 제 첫 단추를 멨어요. 그리고 서울에서 일어났던 일들을 떠올리며 곡을 쓰고 있어요. 앞으로도 서울 생활에서 비롯된 저의 이야기를 노래에 담고 싶습니다.”
‘상경’은 민스톤이 2014년 11월 11일 발매한 데뷔 싱글이다. 현실을 뒤로한 채 꿈을 찾아 서울로 상경해, 차디찬 마음 속 추위와 끝도 없이 느꼈던 불안감을 담았다. “너무 쉽게 생각한 서울별을 따기가 이젠”이라고 시작하는 이 곡은 민스톤의 순탄하지 않았던, 뮤지션으로서의 첫걸음을 만나볼 수 있다.
“처음에 올라왔을 때의 서울은, 정말 삭막할 정도로 너무 추웠고 아는 사람도 없었어요. 하루가 멀다하고 한 달 15만 원짜리 지하 연습실에 기타를 메고 갔었죠. 그 안에서 코드와 가사만 그려가면서 곡을 썼었어요. 한겨울이라 코까지 흘려가면서 말이에요.(웃음) 그때 제 마음을 표현하고 싶었고 ‘상경’이라는 노래가 나왔어요.”
‘상경’ 이후 민스톤은 1년이 넘는 시간동안 앨범을 내지 않았다. 팬들은 혹시나 그가 더 이상 음악을 만들지 않기로 결심한 게 아닌지 걱정했다. 하지만 민스톤은 조금 더 가까운 곳에 있었다. 홍대의 작은 공연장과 거리, 누군가의 결혼식의 그의 무대였다.
“스물다섯 번째 생일인 11월 11일 첫 싱글 ‘상경’이 나왔어요. 2015년에는 1년 내내 공연을 다녔죠. 더 많은 경험을 쌓고 싶어서 홍대 작은 카페, 버스킹 단체에서 주관하는 공연을 했고, 일요일엔 축가를 불렀습니다. 그리고 생각대로 좋은 경험이 됐죠.”
“그렇게 지내다가 어느 날 욕심이 생기더라고요. 그래서 다섯 곡짜리 EP를 내려고 했는데 주변에서 말렸고, 두 곡씩 두 장의 앨범으로 나눠 냈어요. 정규앨범을 낸 가수를 바라보는 시선은 남다르잖아요. 저도 그런 가수가 되고 싶어요. 2017년에는 다섯 곡을 내고 그 후년에는 열곡짜리 정규 앨범을 완성 할 거예요.”
민스톤은 2016년 6월과 12월 각각 ‘그리워 유(YOU)’와 ‘홀로담은 밤’이라는 미니 앨범을 발매했다. ‘상경’은 기타 위주의 포크 록이었지만 2016년 발매한 두 앨범은 다르다. 풍부해진 사운드와 더불어발라드 가수로서의 가능성도 엿볼 수 있다.
“음악을 하기 위해 많은 사람을 만났어요. 여러 번 팀을 꾸렸지만 결국에는 저 혼자 해야 하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앨범은 제 이름으로 나오지만 그래도 여전히 많은 분들의 도움을 받고 있어요. 사막여우라는 친구는 지금 나온 모든 앨범의 조력자에요. 제가 지금까지 냈던 노래 중에 유일하게 랩이 들어있는 ‘오 사랑 오 그대여’도 그 친구 덕분에 수월하게 작업할 수 있었어요.”
민스톤은 누구나 들으면 알 법한 이름 있는 소속사의 가수가 아니다. 때문에 그는 작은 앨범을 한 장을 내기 위해 다른 경제활동을 해야했고 자연스럽게 가수가 아닌, 또 다른 직업을 가졌다. “오늘도 일하고 돌아오는 길”이라며 웃는 그의 표정은 음악에 대한 남다른 애정이 담겨 있었다.
“처음으로 뮤직비디오를 찍어 봤어요. 제 제 오랜 단짝인, 대구에 살고 있는 친구가 연출했죠. 오랫동안 못 보다가 추석? 늦여름 즈음에 대구에 갈 때마다 상의를 했어요. 찍을 때는 연출 한 명, 스태프 한 명, 그리고 저까지 세 명뿐이었어요, 저는 가수이자 운전자였고(웃음) 결국 가벼운 접촉 사고도 한 번 냈죠. 정말 힘들었고 그만큼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함께해준 두 분에게 다시 한 번 고맙다고 말해주고 싶네요.”
민스톤의 예명은 농담처럼 지어졌다. 최민‘석’이라는 본명을 가진 그는 주변 지인의 “민스톤 어떻냐”는 말을 받아들였다. 그러나 ‘돌 석’을 단순히 영어로 바꾼, 일차원적인 활동명은 아니다. 최민석만이 가진 톤(음색)을 보여주고 싶다는 의미가 담겼다. 민스톤(Min’s Tone), 단단하면서도 부드러운 느낌은 그의 활동명과 음악에 고스란히 묻어난다.
“제 롤 모델은 이적 씨에요. 그 분이 그룹 활동을 할 때, 솔로앨범 정규까지 다 포함해서 그가 걸었던 길을 밟고 싶어요. 일종의 동경이에요. 담백하면서도 센스가 넘치고, 유행에 뒤쳐지지도 않고, 그냥 천재인 것 같아요.”
하루에도 수많은 무명 뮤지션들이 공연장에 올라 자신의 음악성을 인정받기 위해 노래 한다. 그들이 내는 목소리에는 각자의 사연이 담겨있을 것이다. 민스톤은 서울에 ‘상경’해 ‘홀로담은 밤’을 노래한다. 패기만 넘쳤던 대구 청년은, 이제 조금씩 촌티를 벗고 어엿한 뮤지션으로 성장해나가고 있다.
“뮤지션이라면, 자기를 객관적으로 바라볼 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제가 투자자라도 저한테 투자하지 않을 거예요. 아직 준비하는 과정인거죠. 자아를 만든 다음에 정말 확신이 들 때, 제 소속사 분들에게 어필을 하고 씨디를 보낼 겁니다.”
전자신문 엔터온뉴스 유지훈 기자 tissue@entero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