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인터뷰] 송래퍼의 전성기, 스나이퍼 사운드 두 번째 전성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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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정소정

[엔터온뉴스 유지훈 기자] 2016년 한 해도 힙합의 열기는 뜨거웠다. Mnet ‘쇼미더머니’의 랩퍼들은 여전히 스웩을 말했고 대중은 호응했다. 그러 몇몇 래퍼는 조금 다른 길을 걷고 있다. 송래퍼는 스웩이 아닌 자신의 이야기를 전하는 데 집중한다.

송래퍼는 2년 5개월 만에 MC스나이퍼의 프로듀싱으로 돌아온 첫 번째 앨범 ‘더 락커(The Locker)’를 발매했다. 타이틀곡 ‘제발’을 비롯해 ‘문을 열다’ ‘방파제’ ‘바지내려’ 등 총 일곱 곡이 수록됐다.

“솔로 래퍼로서는 미니앨범을 처음 내게 됐어요. 우여곡절이 많았는데, 이런 앨범 단위 작업을 하는 것도 처음이고 뭔가 많은 트랙을 하나로 압축시켜서 색을 낸다는 것도 부담스러웠죠. 결론적으로는 이렇게 제 정체성이 잘 드러날 수 있는 앨범이 나와서 만족합니다.”

“타이틀이 ‘제발’이 앨범 전체적인 분위기를 담고 있어요.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애착이 있는 곡이죠. 제가 어떤 사람인지 알게 해준 노래기 때문에요. 주변 사람들은 ‘왜 이 노래가 타이틀이냐’고 해요. 대중적이지도 않고 힙합스러운 것도 아니니까요. 그런데 제는 욕심을 살짝 부렸어요. 이번 앨범에서만큼은 저와 비슷한 노래를 타이틀곡로 하고 싶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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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스나이퍼 사운드

이번앨범 ‘더 락커’는 우리말로 사물함을 의미한다. 사물함 속 애정 있는 물건은 자주 꺼내 쓰고 유통기한이 지난 물건은 방치하기 마련이다. 사물함속 물건처럼 송래퍼가 치부하고 싶은 깊은 사연이 있는 트랙들과 자주 꺼내고 싶은 흥미로운 트랙들로 채워있으며 자전적 이야기가 주를 이루고 있다.

“제 정체성을 찾기 위한 앨범이었어요. ‘더 락커’는 우리나라 말로 사물함이라는 의미가 있어요. 사람마다 사물함이 있잖아요. 여기에는 애정이 있는 물품도 있고, 오래되거나 낡아서 잘 꺼내지 않는 물건도 있고, 남들에게 쉽게 꺼내지 못하는 사연도 있을 거예요. 제 앨범 트랙들이 딱 그런 느낌이에요.”

“색이 없는 뮤지션이라는 피드백을 많이 받았어요. 그런데 그걸 쉽게 찾을 수 없었거든요. 어느 순간 저의 색을 찾자고 마음을 먹고 2주간 합숙을 했어요. 항상 사장님과 술자리를 가졌는데 제가 어느 날 만취 하고 사장님한테 문자를 20줄 정도를 보낸 거예요. 그 안에는 ‘저는 외로운 사람인거 같다’ ‘힘든 일이 있다’ 하는 내용이 담겼죠. 거기서 어떤 확신이 섰던 것 같아요. 제 내면의 자아를 꺼내서, 음악으로 만들어 정체성을 찾아보자고 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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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스나이퍼 사운드

송래퍼의 데뷔는 Mnet 예능프로그램 ‘쇼미더머니’를 통해서였다. 당시 프로듀서였던 MC스나이퍼의 주목을 받았고 스나이퍼 사운드에 들어가게 됐다. 하지만 송래퍼의 활약은 다소 미진했다. 이에 대해 그는 “나를 찾아가는 과정”이라는 대답을 내놓았다. 그리고 스나이퍼 사운드 제 2의 전성기를 직접 열어젖히겠다는 포부를 품고 있었다.

“스나이퍼 사운드에 들어온 지 4년 정도 됐습니다. ‘쇼미더머니1’ 때 제가 지원자로 참가를 했었어요. 그때 프로듀서가 지금의 사장님인 스나이퍼 형이었는데 1차 예선에서 저를 뽑아주셨어요. 그리고 로꼬형과 경쟁에서 떨어지게 됐죠. 어떻게 보면 거기서부터 인연이 시작돼서 끝나고 술자리가지고 이야기를 나누고 하면서 자연스럽게 합류하게 된 것 같아요.”

“스나이퍼 사운드는 고등학교 시절 제 우상이었어요. ‘내가 언젠가 같이 음악 할 수 있을까’ ‘열심히 하면 만날 수 있을까’ 하는 생각들이 있었는데 영화처럼 여기에 오게 됐어요. 제2의 전성기는 제가 만들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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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스나이퍼 사운드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송래퍼는 스웩이 아닌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랩에 담는데 집중한다. ‘문을 열다’는 음악적 행보, ‘백 인 더 데이(Back In The Day)’는 음악의 시작점, ‘방파제’는 소극적인 성격의 동생에 대한 애틋함, ‘제발’은 어느 날 마주한 절망을 담았다.

“지금 또래 랩퍼들의 음악들과는 확실히 차별성을 가졌다고 생각하고 들어주면 좋겠어요. 요즘 힙합 신에는 비슷한 음악들이 많거든요. 겉멋을 추구하고 돈에 대한 이야기만하고. 저는 이런 감성으로 랩을 하고 자전적인 이야기를 해요. 누구에게 위로가 될 수 있는 가사를 쓰다는, 그런 나름의 차별성이 있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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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스나이퍼 사운드

송래퍼는 최근 활동 중인 래퍼들과는 확실히 다른 길을 걷고 있다. 돈과 자신의 꿈에 대해 이야기하기보다는, 조금 더 자신의 내면과 과거를 쫓고 이를 정리해 랩으로 만들어낸다. 한국의 주류 힙합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그의 노래는 다소 무거울 지도 모른다. 하지만 송래퍼의 이야기에 귀 기울일 필요 있다. 스웩에 대한 사람들의 피로는 조금씩 높아지고 있다. 송래퍼의 랩은 이에 대한 대안이다. 아직은 조금 투박하지만, 성장 가능성은 무궁무진한 어린 래퍼의 활약은 이제부터 시작될 예정이다.

“이번앨범 만들기 전까지만 해도 어떤 유행을 따라가려고 했었어요 그런데 그렇게 하니 저도 안 듣는 음악이 나오더라고요. 제 음악의 정체성을 찾는 기간이 있었고 ‘더 락커’를 통해 잘 마무리했어요. 앞으로는 그냥 꾸준히, 송순민의 색을 잃지 않고 음악을 할 겁니다.”

전자신문 엔터온뉴스 유지훈 기자 tissue@entero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