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인터뷰┃강동원①] 처음으로 평범해졌다?…이젠 ‘구체적으로 믿음직한 배우’

Photo Image
출처 : CJ엔터테인먼트

[엔터온뉴스 이주희 기자] 멈춰진 시간 속에서 10년 간 홀로 자라버린 소년(‘가려진 시간’), 밉지 않은 사기꾼(‘검사외전’), 귀신 들린 소녀를 구해주는 부사제(‘검은 사제들’), 백성들의 악의 축(‘군도’), 초인(‘초능력자’), 도술 쓰는 전설 속 인물(‘전우치’) 등 그동안 배우 강동원은 톡톡 튀는 캐릭터로 극을 좌지우지 해왔다.

영화 ‘마스터’에서 강동원은 희대의 사기꾼 진현필(이병헌 분)을 잡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지능범죄수사 팀장 김재명 역을 맡았다. ‘독특함’과 ‘신비로움’을 선보였던 과거와 달리 눈에 띄는 역할은 아니다. 하지만 그는 평소보다 살을 10킬로그램 정도 더 찌워 듬직하면서도 날카로운 경찰의 모습을 제대로 소화했다. 그동안 강동원에게 보지 못했던 묵직한 모습이다.

“작품 자체가 마음에 들었고, 조의석 감독님과 해보고 싶기도 했어요. 감독님이 이 시나리오를 하시면 잘 만들 것 같았거든요. 그동안 한 번도 해보지 않았던 캐릭터이기도 하고, 밋밋하긴 한데 좋더라고요. 좋은 작품에 도전할 수 있는데 안할 이유가 없었죠.”

“감독님은 김재명이 ‘쿨’했으면 좋겠다고 요구하셨어요. 계속 말씀하시기에 이제 그만 ‘쿨’해도 될 것 같다고 말씀드렸죠.(웃음) 가장 중요했던 점은 관객들이 제 감정을 잘 따라오게 하는 것이었어요. 제 감정을 잘 못 따라오면 영화가 지루해지고 카타르시스가 줄어들 수도 있으니까요. 그래서 그 부분을 가장 많이 신경 썼죠.”

김재명은 찔러도 피 한 방울 나올 것 같지 않을 것 같은 냉철함을 주 무기로 가지고 있다. 이에 장군(김우빈 분)은 재명을 ‘구체적인 XXX’이라는 별명까지 붙여준다. 이런 모습은 그의 말투로 표현이 되는데, 강동원은 정보성 있는 말을 전달하기 위해 평소와 달리 매우 빠르게 말을 던진다. 2시간 10분이 넘는 긴 런닝타임에서 김재명의 빠른 말투는 영화의 런닝타임을 조절한 게 아니냐는 우스갯소리가 나왔을 정도다.

“머릿속에 모든 게 있어서 생각하지 않아도 대사가 나올 수 있게 했어요. 대사 양이 많았기 때문에 천천히 하면 영화가 너무 길어질 것 같았거든요. 말하는 템포를 빨리 잡는 게 캐릭터 설정으로는 좋았는데, 평소 말을 빨리 하는 사람이 아니라 연기하는데 쉽지 않더라고요. 특히 첫 신 대사가 많았는데, 감정을 표현하는 게 아니라 정보 전달을 하니까 더 힘들었어요. 템포가 너무 빨라서 중간에 멈출 수도 없었죠.”

Photo Image
출처 : CJ엔터테인먼트

“당연한 일을 하는 게 신뢰다” “대한민국에 미친놈 한 명은 나 하나쯤 있어야 한다”와 같이 김재명는 영화의 주제를 직접 대사로 표현하기도 한다. 경찰로서 정의를 행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이런 정의로운 인물은 현실에서 찾아보기 힘들기 때문에 오히려 관객에게 의문이나 상실감을 줄 수도 있는 캐릭터다.

“이 작품을 선택한 가장 큰 이유 중 하나였죠. 그동안 나쁜 짓을 하는 사람이 마땅한 처벌을 받지 않는 경우도 많이 봐왔어요. 한국이 깨끗한 나라라고는 생각하진 않아요. 서민들은 1~2만원으로도 고민하는데, 상상도 할 수 없는 금액이 왔다 갔다 하는 범죄 대상자들은 교도소에 잠깐 들어갔다 나올 뿐이죠. 제 대사에 ‘당연히 해야 될 일을 한다’는 말이 나오는데, 관객들도 우리 영화를 보고 ‘이렇게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게 당연한 거지’라는 생각을 했으면 좋겠어요. 우리나라 국민들이 정부에 대한 신뢰도가 굉장히 낮은데, 어쩌면 판타지적인 이런 모습을 영화로라도 보여드리고 싶었죠.”

이 영화는 마무리가 지어진 후 장군과 진현필의 에필로그가 등장한다. 장군의 모습은 원래 시나리오에도 있던 장면이었고, 진현필의 모습은 나중에 이병헌이 추가한 것이다. 만약 김재명의 에필로그가 있었다면 어떤 모습이었을까.

“사실 아이디어는 있었어요. 제가 경찰제복을 입고 청문회에 나가는 모습을 마지막으로 찍으려고 했었어요. 그런데 청문회 장면을 찍으려면 세트장도 따로 필요하고 사람도 많이 필요하잖아요. 그런데 따로 찍을 돈도 없고 시간도 없었죠.(웃음) 국회의사당을 빌려서 찍을 수도 없고…추가적으로 필요한 게 많아서 찍지 말기로 했어요. 재밌는 게 ‘검은사제들’ 찍을 때도 장소를 구하기가 힘들었거든요. 어떤 데는 마음껏 찍으라고 하는데, 또 어떤 데는 못 찍게 해요. 수장에 따라 각 기관들의 성격이 달라지는데, 판타지 영화에 장소도 안 빌려줄 정도면 그 기관이 어떤 곳인지 예상이 가능하죠.”

경찰청장마저 김재명에게 “너 하나론 세상 못 바꿔”라고 하는데, 김재명은 끝까지 해결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다. 자기 소신대로 밀고나가는 모습은 강동원의 실제 모습과도 다소 닮았다.

“저는 이상주의적이기도 하고, 그러면서도 현실주의적이에요. 그런 지점은 재명과 비슷한 것 같아요. 그래서 누군가 김재명은 전사도 없고 왜 이렇게 정의롭냐고 묻는데, 이 사람 성격이 원래 그렇다고 말해요. 저는 한 번도 의심하지 않았어요. 저도 성격이 집요한 편이라서 제가 실제 경찰이었다고 하더라도 좌천될지언정 끝까지 갈 것 같아요.”

전자신문 엔터온뉴스 이주희 기자 leejh@entero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