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데뷔작 : ‘...ing’(2003)
- 스토리 : 이언희 감독의 데뷔작인 ‘...ing’는 임수정과 김래원의 풋풋한 설렘을 느낄 수 있는 멜로 드라마이자 시한부 인생을 사는 한 소녀의 인생 마지막 페이지를 담은 영화다. ‘라붐’의 소피마르소를 떠오르게 하는 헤드폰을 쓴 소녀 민아(임수정 분)와 민아에게 ‘첫 눈에 반한 것 같아’라며 돌직구로 고백하는 영재(김래원 분). 그리고 딸을 위해 모든 것을 다 하는 엄마 미숙(이미숙 분). 세 사람은 민아가 세상을 떠나기 전 가장 행복한 순간을 만들어 주기 위해 온 힘을 쏟고, 민아는 진정한 사랑을 알게 된다.
- 주목할 점 : 김래원이 맡은 영재는 사진작가로 민아의 모든 순간을 사진으로 남겨놓는다. 발레슈즈를 신는 민아의 모습, 창문가에서 영재를 기다리는 모습, 푸른 하늘에서 떨어지는 구름 디자인의 우산 등 한 신 한 신 모두 남겨둘 만한 예쁜 신이다. 민아는 마지막 또 다시 병원에 입원하게 되는데, 그토록 가고 싶어 했던 하와이에 가서 영재와 바닷거북이와 함께 헤엄치는 신 역시 인상적이다. 감각적인 신에 어울리는 3호선 버터플라이, 이승열, 이지선 등의 감성적인 노래 역시 극을 더욱 아름답게 만든다.
◇ ‘미씽’ 전작 : ‘어깨너머의 연인’(2007)
- 스토리 : 능력 있는 사진작가이자 결혼 대신 연애만 하는 정완(이미연 분), 그리고 능력 있지만 외모는 안심(?)되는 남편에게 자신의 모든 것을 건 희수(이태란 분)는 서로 다르지만 서로를 응원하는 친구 사이다. 어느 날, 정완은 유부남을 만나고, 희수는 남편이 어린 여자와 바람이 났다는 것을 알게 된다. 서로 반대 입장에 처한 두 사람의 우정에도 금이 가기 시작한다. 게다가 세상마저 이 여자들에게 현실을 직시하라고 한다. 이혼한 여자는 다시 취업하기 힘들고, 유부남과 연애를 하는 것은 쉽지 않다는 것이다. 결국 두 여자는 서로에게 공감하고 위로를 찾게 된다.
-주목할 점 : ‘어깨너머의 연인’은 사건보다 등장인물들의 성격 및 심리의 흐름을 담은 영화다. 전혀 다른 두 여자가 친한 친구인 것도 재미있지만, 두 사람이 정반대의 상황에 처하는 상황도 재미있다. 희수는 자신의 남편의 사랑을 가져간 여자에 대한 분노를 친구인 정완에게 표현하게 되는데, 처음엔 쿨한 척 하다가 화를 내는 그 지점이 섬세하게 표현됐다. 이후 이들은 자신들을 바라보는 세상의 차가운 시선들에 가로막혀 힘들어 하고, 서로를 위로해주게 된다.
이런 모습은 최근 이언희 감독의 신작 ‘미씽’과도 연결되는 부분이다. ‘미씽’에서는 유괴를 당한 여자와 유괴를 한 여자가 마지막엔 서로의 손을 잡아주려고 하는 것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은 부분으로 볼 수 있다. 특히 ‘미씽’을 촬영할 때, 이 영화가 ‘엄마 영화’냐 ‘여자 영화’냐 그 차이점에 대해 많은 토론을 했던 것처럼, ‘어깨너머의 연인’에서는 “왜 나를 행복하게 해줄 남자가 없는거지?”라고 물었던 희수가 임신한 사실을 알자 “내가 엄마가 될 수 있을까? 엄마도 여자지?”라고 스스로에게 묻는 모습이 담겨있어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결국 희수는 “나는 이기적이다. 더 사랑받을 것이다”고 다짐하면서 남편의 사랑을 다시 받게 되고, 정완은 “자신을 아낄 것”이라는 명대사를 남기며 새로운 사랑을 찾는데, 이언희 감독이 추구하는 여성상이 직접적으로 표현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전자신문 엔터온뉴스 이주희 기자 leejh@enteronnews.com / 디자인 : 정소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