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인터뷰] 진시몬, 트로트계의 ‘보약 같은 가수’

Photo Image
디자인=정소정

[엔터온뉴스 유지훈 기자] “아침에 눈을 뜨면 제일 먼저 생각나는 자네는 좋은 친구야. 피 한방울 섞이지 않은 우리 두 사람 전생에 인연일거야. 자식보다 자네가 좋고 돈보다 자네가 좋아. 자네와 난 보약 같은 친구야♬”

고속도로 휴게소는 트로트계의 ‘멜론’과 같다. 이곳에서 가장 많이 들리는 노래가 트로트계에서 가장 뜨거운 인기를 얻는다. 최근에는 ‘보약같은 친구’가 전국의 휴게소에서 울려 퍼지고 있다. 이 경쾌한 리듬과 구수한 가사는 모두 진시몬의 손으로 만들어졌다.

‘보약같은 친구’에는 남다른 사연이 숨어있다. 진시몬은 고정으로 출연 중인 TBN 박수림의 ‘신나는 운전석’에서 노래자랑 심사를 했고 한 청취자의 노래를 경청했다. 수화기 너머로 응원하는 소리가 들리자 누구인지 물었고, 청취자는 “보약 같은 친구들이다”라고 뱉었다. 이에 진시몬은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노래, ‘보약같은 친구’를 발매했다.

Photo Image
사진=몬엔터테인먼트

“가사를 쓸 때, 제게 제일 중요한건 실화에요. 그냥 있는 그대로 일어난 일들, 이걸 꾸미지 않고 솔직하게 표현해요. 제가 가사 쓰다가 생각나면 친구 이름을 넣어요. ‘보고 싶다’ ‘오늘따라 왜 네가 보고 싶냐’ 하는 말도 솔직하게 담죠. 꾸미면 가식 같고, 음악을 들으면서 솔직하지 못하단 생각을 해요.”

“트로트는 굉장히 솔직하죠. 그리고 중년의 인생을 대변한다고 해야 할까요. 마음을 위로해주죠. 중년들이 아이돌 노래 들으면서 위로를 받지 않잖아요. 가사에 진한 무언가가 묻어나요.”

11월 마지막주 KDJC 성인가요가 발표한 트로트 순위에 따르면 진시몬의 ‘보약같은 친구’는 1위를 기록하고 있다. 40대와 50대 사이에서 아이돌 그룹 엑소(EXO)와 같은 위치인 셈이다. 진시몬은 미소와 함께 지금의 인기를 어떻게 실감하고 있는지 설명했다.

“‘보약같은 친구’ 전에는 어르신들이 많은 무대에 오르면 ‘쟤 누구야’ 했어요. 제가 예전에 라디오 공개방송에 나가서 트로트를 불렀을 때, 애들이 ‘저 노래 뭐냐’ 하는 표정과 같았죠. 1절 끝나고 땀이 확 쏟아지더라고요.(웃음) 최근에 부산 공연에 다녀왔는데, 제 인생에서 어르신들에게 그렇게 환영받아본 적이 없어요. 수많은 어르신들이 노래를 따라 부르는 걸 보면서 아 이제 됐구나 싶더라고요.”

Photo Image
사진=몬엔터테인먼트

진시몬은 작사·작곡에 능한 어엿한 뮤지션이다. 1989년 ‘강변가요제’를 통해 가요계에 발을 들인 그는 우여곡절을 겪으며 이 자리에 올랐다. ‘눈 뜨면 코베이는 서울’이라는 생각에 하루에도 몇 번씩 지갑이 잘 있는지 확인했던 제주도 청년에게는 든든한 조력자가 숨어있었다.

“정말 맨 몸으로 서울에 왔죠.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셔서, 아버지 친구라도 계셨다면 그 분께 기댔을 텐데…. 여기저기 전전긍긍 하다가 김범룡 선배를 만났어요. 범룡이 형의 작업스타일은 저한테는 충격이었어요. 저를 능동적인 가수로 만들어줬죠. 형은 ‘그냥 편하게 불러봐’ 하고 이후엔 상의를 해요. 저를 고민하게 만든 거였어요. 형 덕분에 지금 이 자리까지 오게 됐어요.”

50대가 사랑할 노래라는 확신과 함께 ‘보약같은 친구’를 발매했고, 그 확신은 정확하게 맞아 떨어졌다. 진시몬은 지금의 위치에 만족하지 않는다. 이제는 40대와 30대의 마음을 공략하러 나선다.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우연히 듣게 된 그의 노래는, 이제 방방곡곡 트로트를 사랑하는 사람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울려 퍼질 예정이다.

Photo Image
사진=몬엔터테인먼트

“다음 노래는 벌써 준비됐어요. 조금 더 대중가요에 가까운, 약간 서정적인 느낌이에요. 우리 중년들이 옛사랑을 회상하며 부를 수 있는 노래입니다. 7080감상용으로 만들었어요. 이제는 뭘 해도 된다는 생각을 해요. 누군가처럼 되어야겠다 생각하고 노래를 만들 생각하면 스트레스 받아요. 결국엔 트렌드에 끌려가는 거고요. 제 느낌대로 만들어서 발표할 거예요.”

전자신문 엔터온뉴스 유지훈 기자 tissue@entero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