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온뉴스 이주희 기자] 대한민국 숱한 영화제와 시상식 중 가장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부산국제영화제와 가장 오래된 영화상인 대종상은 한때 영화계의 자랑거리였다. 그러나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와 대종상은 곪았던 고름이 터졌고, 이는 올해도 고스란히 이어졌다.
◇ 제21회 부산국제영화제
21번째 부산국제영화제는 지난 10월 6일부터 15일까지 10일 동안 개최됐다. 69개국 299편이 상영됐으며, 16만 5149명의 관객이 영화제를 찾았다. 지난해와 비교하면 비슷한 모양새를 하고 있지만, 역대 최다 관객이 모였던 지난해 총 관객수 22만 명에 비해 약 6만 명이 감소한 수준이다.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은 ‘아이 서포트 비프(I Suffort BIFF)’ 퍼포먼스였다. 배우 김의성은 'INDEPENDENT FILM FESTIVAL for BUSAN‘라는 피켓을 들고 나타났고, 정지영 감독은 ’I Support Biff', 'I Support Mr. Lee'라는 스티커를 붙이고 등장했다.
이 모습은 앞서 2년 전 영화 ‘다이빙벨’ 상영과 관련해 부산국제영화제와 부산시가 갈등을 겪은 것으로부터 시작됐다. 이 문제에 대해 올해 영화인들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는데 동참한 것이다. 이들 이전에는 부산국제영화제 지키기 범 영화인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가 외압을 반대하며 보이콧하기도 했다.
이에 이번 영화제의 개최 여부조차 불확실했다. 비대위가 보이콧을 하자 부산국제영화제는 부랴부랴 7월에 부산시장의 조직위원장 당연직 조항 삭제와 민간 조직위원장으로 김동호 이사장을 선출했고, 정관을 개정했다. 과거 부산국제영화제의 이사진 21명이 99% 부산사람으로 구성됐었지만, 이번 개정을 통해 절반 수준인 9명으로 바꾸기도 했다. 하지만 비대위의 절반인 4개 단체만 참석하기로 해 ‘반쪽짜리 영화제’라는 오명을 갖게 됐다.
여기에 영화제가 치러지기 얼마 전, 경남 지역에서 지진이 연이어 이어지면서 부산을 찾는 것 자체를 꺼려하는 사람들이 생겼고, 영화제 하루 전에는 태풍이 몰아치는 바람에 영화제 기간 중 가장 많은 사람들이 찾는 해운대 일대의 비프빌리지가 무너지기까지 했다. 그래서 부산국제영화제 측은 개막 하루 전에 급하게 야외무대를 영화의 전당 두레라움 광장으로 옮겨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결국 야외무대는 유동인구가 적어 예전만큼의 관심을 받지 못했다.
다만 부산국제영화제 측은 지난 16회 개막식 이후 안성기-탕웨이 등 한국배우와 외국배우들로 구성해왔던 2MC 체제를 유지하는 것 대신 한국배우만을 선택하는 등 변화를 줬다. 설경구-한효주를 내세운 것은 국내에서 일부 외면 받고 있는 현실에 대해 고민한 결과로 볼 수 있다. 결론적으로 이번 부산국제영화제는 한국영화계의 지지를 완전히 끌어내진 못했지만, 첫 민간 이사장체제 하에서 치러진 영화제라는 점, 그리고 부산국제영화제 측에서 변화를 주기 위해 노력했다는 점에서 만큼은 의미가 있었다.
◇ 제53회 대종상
반백년이 넘도록 오랫동안 대중들과 함께 했던 대종상은 지난해 “참석하지 않은 배우에게는 상을 주지 않고 다른 사람에게 주겠다”고 말해 논란이 됐다. 이에 지난해 남녀 주연상 배우, 그리고 스태프들이 영화제에 참석하지 않았고, 대중들은 대종상을 ‘대충상’이라 불렀다.
제53회 대종상은 오는 27일 세종대학교에서 개최한다. 이는 지난해 11월에 개최된 것보다 1달 이상 늦어진 것으로, 시기를 늦춘 이유에 대해 대종상영화제 관계자는 앞서 “말씀드리기 곤란하다”고 답변한 바 있다.
그리고 15일 대종상영화제 사무국은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그동안 일어난 다양한 잡음들과 관련해 사과의 뜻을 전했다. 대종상영화제 지상화 본부장은 “한국영화를 사랑하는 팬들 및 국민들이 충분히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고 인정한다. 진심으로 반성하고 머리 숙여 용서를 구한다. 앞으로 이런 일이 절대 발생하지 않도록 매사에 신중을 기해 운영할 것이다”고 말했다.
지난 16일에는 공식홈페이지를 통해 출품작과 본선진출작품 및 배우를 공개했다. 최우수작품상 후보는 ‘곡성’ ‘내부자들’ ‘대호’ ‘덕혜옹주’ ‘밀정’이며, 감독상은 ‘곡성’의 나홍진, ‘내부자들’ 우민호, ‘검사외전’ 이일형, ‘덕혜옹주’ 허진호, ‘밀정’ 김지운이다. 남우주연상은 ‘곡성’ 곽도원, ‘대호’ 최민식, ‘내부자들’ 이병헌, ‘터널’ 하정우, ‘밀정’ 송강호이며, 여우주연상은 ‘터널’ 배두나, ‘계춘할망’ 윤여정, ‘두번째스물’ 이태란, ‘덕혜옹주’ 손예진, ‘널 기다리며’ 심은경, ‘날 보러와요’ 강예원이다.
하지만 청룡상 및 각종 국내외 영화제에서 많은 상을 시상했던 ‘부산행’ ‘아가씨’ ‘동주’ ‘우리들’ 등은 출품을 하지 않아 시상식의 질은 다소 떨어지게 됐다.
게다가 현재까지 본선에 진출한 배우들 역시 제대로 연락받지 못한 상황이다. 지난 16일 대종상은 엔터온뉴스에 “후보들이 최근 결정되어 아직 연락을 하지 못했다. 16일부터 연락을 할 예정이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해 대종상에 대한 실망으로 신인상 후보 배우들을 제외한 대부분의 배우들이 대종상을 보이콧했었다. 때문에 배우들이 대종상을 용서하고 참석할지,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은 대종상이 약속대로 정상적으로 운영을 할지에 대해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다만 참석하지 않는 배우들의 수상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대종상영화제는 ”최종수상작이나 수상배우들은 본심 심사위원들의 심사표를 밀봉한 상태로 행사당일 개봉 후에 집계를 하기 때문에 그전엔 알 수가 없고 당일 발표가 된다. 이번 영화제에선 특히 가장 중요한 심사에 있어서만큼은 한 점 의혹 없도록 투명하고 공정하게 운영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말이 사실이라면, 미리 수상자가 알려질 수도 없고, 바뀔 염려도 없기 때문에 참석 여부와 상관없이 상을 시상할 수 있다.
대종상은 앞서 5년 동안 KBS에서 생중계했지만, KBS는 “중계방송을 제작하기가 어려운 여건이다”라며 방송을 하지 않기로 알렸고, 대종상은 새로운 방송사를 찾아야 했다. 결국 대종상은 지난 16일 “iHQ(K-star)방송사에서 생중계 할 예정이다”고 전했다. 유튜브, 페이스북, 아프리카 TV를 통해서도 동시 생방송한다. 여러모로 이번해에도 우스운 모양새가 됐다.
전자신문 엔터온뉴스 이주희 기자 leejh@entero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