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리릭┃김민석] 보컬 트레이너 1인자에게 듣는 현실적인 ‘음악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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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터온뉴스 백융희 기자] 작사가가 하는 주 업무는 가사를 쓰는 일이다. 작사가들이 작사 비법에 대해 이야기 할 때는 ‘많이 불러 봐야한다’는 내용이 필수로 들어간다. 가사를 쓸 때는 철저하게 가수의 입장이 돼서 가사를 써야한다.

작사가는 흔히 발음을 디자인하는 사람이라는 말도 있다. 가수가 부르기 편한, 그 가수의 이미지에 맞는 가사를 써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요즘은 가수가 직접 자신의 노래를 가사로 쓰는 경우가 늘어나는 추세다. 그만큼 음악을 잘 이해하고 자신이 부르기 편한 가사를 쓰기 때문이다. 가수가 녹음할 때 부르기 힘든 발음은 수정하는 경우도 빈번하다.

그래서 보컬 아카데미 모래공장의 수장 김민석 대표의 조언은 보컬뿐 아니라 작사에 도움이 될 만한 비법들인 셈이다.

김 대표는 가수 지망생부터 걸스데이 민아, 샤이니 태민, 위너 강승윤, 이하이 등 수많은 아이돌들을 트레이닝 시키고 Mnet ‘슈퍼스타K’ TOP11의 보컬 트레이닝 뿐만 아니라 정우성, 김남길, 이수혁 등의 배우들의 보컬 트레이닝을 전담한 이력을 갖고 있다.

Q. 가수 박선주의 보컬트레이너 1호 제자다. 특별한 인연이 있었나?

“무작정 찾아갔다. 과거 박선주 선생님은 일반인에게 노래를 가르치지 않았다. 선생님이 식당에서 혼자 식사를 하고 있었는데 인사를 드리면서 노래를 배우고 싶다고 했다. 그 자리에서 노래를 해보라고 해서 노래를 부르고 이틀 후에 연락을 받았다. 원래는 가수 연습생이었다가 보컬 트레이너 추천을 받았다. 이후에 해외에서 보컬 트레이닝을 하다가 지금 모래공장과 연이 됐다. 쉬지 않고 한 달에 150시간동안 레슨을 하기도 하고 학원의 모든 일을 맡아서 했다. 이런 면들을 보고 리더십이 있어야 하는 일을 추천해준 것 같다. 힘들었던 때도 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나에게 더 맞았던 선택인 것 같다.”

Q. 뮤지션들의 인터뷰를 진행하다보면 유명한 누군가를 찾아간 일화가 많더라. 한 분야에서 성공한 사람을 찾아가서 어떤 말을 꺼내기는 참 어려운 일 아닌가?

“용기가 있어야 한다. 사람을 만났을 때 이 사람을 내 편으로 만들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없으면 만나지도 않는다. 내게 가장 자신 있는 능력이 뭐냐고 묻는다면 10분의 시간동안 상대방을 내 편으로 만들 수 있다는 자신감이다. 그 비결이라고 한다면 밝은 표정과 가벼운 언어습관이다.(웃음) 항상 갑을병 ‘정’의 정신으로 사람을 대한다. 단순하다. 자신을 낮추고 격식 없이 사람을 대하면 대부분은 긍정적으로 받아들인다.”

Q. 수많은 사람들의 노래를 가르쳐왔다.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은 무엇인지?

“개인적으로 사람을 파악하는 것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 평소에 살살 말하는 사람에게 웅장한 목소리로 노래하라고 요구하는 건 아닌 것 같다.

Q. 가사 쓸 때와 비슷한 것 같다. 작사도 한 가수의 현재 위치, 성격, 이미지 등을 고려한다.

“사람의 특성을 파악해서 가르치다보면 이론적인 발성에서 벗어나는 부분들이 있다. 그래서 노래를 가르칠 때 심리적인 부분과 연결 한다. 과거 이비인후과와 협약을 맺고 트레이닝 시키는 데 접목을 시키기도 했다. 그 후 우후죽순으로 비슷한 프로그램들이 늘어나서 그만두고 지금은 또 다른 것을 준비 중이다. 이비인후과 의사, 심리학 교수님과 셋이 콜라보로 발성심리학 적인 부분을 연구 중이다. 지금까지 약 5만 명 정도의 사람들을 만나면서 사람의 성향별로 노래 부르는 데 영향이 간다는 것을 알게 됐다. 아직 자세히 말 하긴 어렵지만, 내년 정도에 선을 보이게 되지 않을까 싶다”

Q. 노래를 잘 부를 것 같은 사람은 감이 오나?

“자기 어필 능력이 중요하다. 자기주장이 센 사람이냐 아니냐. 말 할 때 눈을 똑바로 잘 쳐다보고 자기주장이 있는 사람이 노래를 잘 한다. 어디서도 자기감정을 이야기 할 수 있다는 거다. 반면에 배려심이 많고 다른 사람의 눈치를 많이 보는 사람들은 표현하기가 힘들고 어색하니까 노래를 잘 하기 힘들다. 또 아무리 밝아보여도 내면에 있는 우울감이 있어야 한다. 그밖에도 생김새 등을 이론적으로 따진다면 키가 작고 목이 짧고 하관이 넓고 광대가 발달하고 눈썹이 잘 움직이고 말 할 때 윗니가 잘 보이고 소리가 잘 나오는 친구들이 잘 한다고 한다. 하지만 의외성은 다 있다.”

Q. 작사가도 가수처럼 리듬감이 중요하다. 리듬감 키우는 방법이 있을까?

“들을 줄 알아야 하고 박자를 나눌 줄 알아야 한다. 한 곡의 음악을 들을 때 큰 박자를 따라가면 원 / 투 / 쓰리 / 포 /이렇게 되고 반으로 쪼개면 원투 / 쓰리 포 / 더 빨리 쪼개면 원투쓰리포 / 원투쓰리포 /이런 식으로 간다. 노래를 많이 듣고 이런 박자 감을 연습하면 리듬감 부분이 좋아질 것 같다.”

Q. 요즘 트렌디한 음악은 뭘까?

“크러쉬, 딘, 자이언티, 다비같은 팝적인 느낌을 안고 가는 친구들이 트렌디한 음악을 하는 것 같다. 주요 3대 기획사도 그들만의 확실한 성향이 있는 것 같다. 노래를 부를 때도 기획사마다 성향이 있듯 가사를 쓸 때도 그 성향을 참고하면 도움이 될 것 같다”

Q. 가수와, 작사가는 비슷한 것 같다. 직접 노래를 부르는 데에도 가사가 영향이 있을까?

“노래를 부르는 데 있어서 가사는 엄청 큰 부분을 차지한다. 멜로디와 가사는 가수가 불러야 하는 노래의 핵심이지 않나. 여기서 중요한 건 핵심적인 가사 하나겠지. 자이언티의 ‘양화대교’처럼 꽂히는 가사가 멜로디, 가창과 잘 맞물렸을 때 시너지가 있다고 생각한다.”

Q. 가사를 쓰려면 연애 하는 게 상당한 도움이 된다고 한다. 감정을 표현하는 건 노래를 부르는 가수와 똑같은 일 같다. 노래도 연애가 도움이 될까?

“연애를 하다가 헤어지면 잘 나온다. 슬픔을 안 느껴본 사람은 슬픔을 표현 못한다. 어리지만 슬픈 노래를 잘 부르는 친구들을 보면 어린 시절에 어떤 아픔을 겪어본 친구들인 것 같다. 어렸을 때부터 그런 아픔들을 겪어봤기 때문에 ‘슬픔’에 대한 단어를 이해한다. 하지만 순탄하게 자라온 20대 후반 친구들이 부르는 곡들은 30~40대들이 공감할 수 없는 게 그 슬픔을 겪어보지 않았기 때문인 것 같다.”

Q. 가사를 잘 전달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노래를 분석하는 게 도움이 된다. 어디서 어떻게 강약을 줄 것인지, 핵심이 되는 단어에 강조를 할 부분을 찾는다. 잘 들리게 하려면 발성적인 부분이 제일 크다. 작사가 분들은 이 부분을 많이 염려해서 쓴다. 고음을 내기 쉬워하는 발음은 ‘ㅏ’, ‘ㅔ’와 같은 발음이다. ‘ㅣ’, ‘ㅗ’와같은 발음은 호흡이 좁아지기 때문에 고음을 내기가 힘들다. 호흡, 소리의 힘을 받아낼 수 있는 공간이 있어야 소리를 내기 쉽다.”

Q. 오디션 프로그램을 보면 팝송을 부를 땐 노래를 잘 부르는데 한국어로 하면 그렇지 않은 경우가 있더라. 왜일까? 작사의 문제일까?

“한국어는 받침이 많기 때문에 노래를 부르기에 힘든 언어다. 받침이 있다는 건 그만큼 갇히게 된다는 거다. 영어의 경우에는 호흡이 열려있다. 언어 자체에 억양이 있기 때문에 음악 변화시키는 적응을 습관적으로 하는데 한국어는 음이 없다. 일직선으로도 말이 나가고 표현이 전달이 된다. 음의 변화를 정확한 발성으로 해본 적 없는 상태에서 노래를 부르기 때문에 어려운 거다. 그래서 요즘은 팝처럼 노래를 하게 만드는 게 트렌드다.”

Q. 정확한 발성법이란?

“호흡이 실리지 않은 정확한 진성을 낼 수 있어야 한다. 힘이 없는 발성으로는 가성으로 노래를 부를 수 있겠지만, 진성으로 고음을 내기에는 힘들다. 단단한 자신의 목소리를 알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자기 목소리를 알아야한다.”

Q. 목소리를 잘 낼 수 있는 법이 있을까?

“숨 쉴 때 자세가 바르게 돼야한다. 그게 가장 기본이다. 예를 들면 헬스트레이너들이 구호를 할 때는 목소리가 이상한 사람이 없다. 허스키한 사람도 없다. 대부분 구호를 외칠 땐 자세가 바르고 호흡의 힘이 좋기 때문이다. 자세가 흐트러지면 호흡도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바른 자세가 중요한 것 같다.”

Q. 뮤지션을 꿈꾸는 친구들에게 해줄 조언이 있나?

“자신이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 가보다 어떤 사람인지 먼저 알았으면 좋겠다. 그게 제일 중요한 것 같다. 주변에 음악인을 꿈꾸는 친구들을 보면 음악이 좋아서 시작하긴 했지만, 정말 즐겁게 자기 미래를 위해 연습하고 가꾸는 친구들은 1%도 안 되는 것 같다. 단순한 취미 생활이 아니라 업으로 삼기 위해서는 누군가의 꿈이 아니라 정말 미래의 자기 성공을 위해 온전히 자신에게 투자할 수 있는 사람들이 음악을 해야 하는 것 같다.”

전자신문 엔터온뉴스 백융희 기자 historich@enteron.com / 디자인 : 정소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