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온뉴스 이소희 기자] 김수로가 한 몰래카메라 방송에 대한 불만을 제기한 가운데 몰래카메라 포맷의 방송에 대한 갑론을박이 펼쳐지고 있다.
김수로는 최근 자신의 SNS를 통해 “아무리 방송 몰카지만 상황파악은 하고 몰카를 해야지. 해외에서 일 보는 사람을 서울로 빨리 들어오게 해서 몰카짓 하는 건 너무나 도의에 어긋난 방송이라고 생각한다. 방송이 아무리 재미를 추구하지만 이런 경우는 너무나 화난다. 많은 걸 포기하고 들어온 것이 진짜 화난다”라는 글을 올렸다.
해당 글은 현재 삭제된 상태인데, 잘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이 있다. 아무리 몰래카메라여도 방송이니 사전에 최소한 매니저와는 협의가 되어야 할 터인데, 어떻게 해외 일정 중인 연예인을 귀국하게 만든 것일까.
방송과 김수로 측의 협의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거나, 자극적인 반응을 위해 일부러 상황을 만들었거나 둘 중 하나로 상황을 추측해볼 수 있다. 어쨌거나 두 가능성 모두가 몰래카메라 방송의 폐해임은 분명하다.
지난 ‘아는 형님’에서는 아이오아이(I.O.I)가 몰래카메라를 펼쳤다. 멤버들이 리더 임나영에게 서운함을 토로하며 당황스럽게 만든 후 몰래카메라임을 밝히는 상황으로, 리더에 대한 고마움을 전하고자 하는 의도였다.
멤버들의 말이 거짓임이 밝혀지자 좀처럼 제 감정을 보이지 않던 임나영은 왈칵 눈물을 쏟아냈다. 그 정도로 멤버들의 발언에 놀라고 상처 받았다는 뜻이다. 시청자들은 감정을 가지고 몰래카메라를 하는 것은 한 사람에게 평생의 트라우마가 될 수 있음을 지적했다.
분명 과거에는 몰래카메라 포맷의 방송이 큰 인기를 끌었다. 1991년부터 1992년, 2005년부터 2007년까지 방송된 ‘일밤-몰래카메라’는 이경규가 입지를 굳힐 수 있도록 했으며 지금까지도 레전드 프로그램으로 남아있다. 이 영향으로 다른 프로그램에서도 코너 속 코너로 수많은 몰래카메라를 실시했다.
당시 ‘일밤-몰래카메라’가 비판을 받긴 했다. 웃음을 위해 연예인의 사생활을 지나치게 침해하고 도를 넘은 부분도 있다는 의견이었다. 하지만 그 때는 연예인들의 사적인 감정이나 일상생활이 많이 노출되지 않던 시대였다. 시청자들은 스타들의 신선한 모습을 볼 수 있는 몰래카메라에 매료됐다.
하지만 프로그램이 종영하고도 약 10년이 지난 지금. 시대는 너무 많이 바뀌었다. 더 이상 신비주의 연예인은 없다. 대중은 각종 커뮤니티와 SNS 등을 통해 실시간으로 연예인의 소식을 접할 수 있으며, 연예인 본인들도 자신의 사생활을 팬들과 어느 정도 공유하며 소통한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돌아온 몰래카메라’격인 새 예능 ‘일밤-은밀하게 위대하게’에 대해 “콘셉트를 바꿨다고는 하지만 그건 누가 봐도 과거 이경규가 했던 ‘몰래카메라’의 재탕으로 보인다”며 “요즘처럼 셀프 카메라가 일상화된 시대에 ‘몰래카메라’가 그만한 힘을 발휘할 수 없다는 건 누구나 공감하는 일일 것이다”라고 말했다.
심지어 지금은 사생활 침해의 정도가 너무 지나쳐 사생팬이 몰래카메라를 설치하는 등 범죄가 성행하고 있는 시대다. 더 나아가 최근에는 성적인 몰래카메라 범죄를 저지르거나 혹은 당하고 있는 연예인들이 등장하면서 ‘몰래카메라’라는 단어는 부정적인 느낌이 더욱 강해졌다.
이런 상황 속 몰래카메라를 이용한 예능은 더 이상 지금의 정서에 맞지 않아 보인다. 연예인들이 노골적인 감정을 드러내도록 극한으로 몰아붙이는 상황은 더 이상 즐거움이 아니라 불편함으로 다가온다.
김수로가 겪었듯 사정을 고려하지 않은 몰래카메라로 피해를 입는 상황 또한 시청자들이 비판하는 점이다. 연예인의 권리침해에 대한 대중의 의식수준은 높아져가고 있고, 시청자들은 현명해졌다. 유쾌함은 고사하고 ‘왜 속여야 하는가’ 조차도 설득하지 못한다면 시청자들은 얼굴을 찌푸릴 수밖에 없다.
최근 화제를 모은 KBS2 ‘1박2일’의 김종민 몰래카메라는 호평을 받았던 것도 이를 반증한다. ‘1박2일’이 제시한 난감한 상황은 김종민에게 피해를 입혔다기보다, 감동을 극대화하는 정도의 수준에 그쳤다. 이후 바로 진심어린 메시지를 전달해 김종민이 기분 좋은 눈물을 흘리게 만들었다.
결국엔 수위조절과 설득력, 재미가 삼위일체를 이뤄야 한다는 말이다. ‘은밀하게 위대하게’ 안수영 PD는 몰래카메라 포맷에 대해 “사실 어떤 면에서 자극적인 소재다. 몰래카메라를 어떤 내용을 하냐에 따라 불쾌할 수도 있고 진지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런가하면 “관찰 예능의 시대이기도 하고. 지켜보는 시청자들의 관심을 충족시키는 포맷이라고 생각한다. 그중 농익은 것이 몰래카메라라고 생각한다"고도 했다. 이 발언은 공감가지 않는 구석이 있다.
안 PD의 말처럼 몰래카메라가 요즘 다시 유행하는 관찰예능과 비슷해 보일 수도 있지만 엄연히 다르다. 관찰예능은 프로그램 목적에 따라 뚜렷한 목표를 두고 있으며, 연예인이 촬영 중임을 어느 정도 인지한 채 행동하며 주체적으로 수위를 조절할 수 있다.
수준이 높아진 대중은 더 이상 허술한 몰래카메라 방송을 찾지 않고, 보기 불편한 신체적 혹은 정신적 가학성 몰래카메라를 원하지 않는다. 가벼운 몰래카메라가 가끔씩 이벤트성으로 펼쳐진다면 몰라도 지속적으로 시청자들을 사로잡기에는 어려워 보인다.
전자신문 엔터온뉴스 이소희 기자 lshsh324@entero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