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홍종선의 톡톡 ‘무비’] 영화 ‘미씽’이 받는 몇 가지 오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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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포스터

엄지원 “여성영화? 충돌과 설득이 빚어낸 미스터리 추적극”

[엔터온뉴스 홍종선 선임기자] 개봉 후 두 번의 주말을 넘긴 영화 ‘미씽: 사라진 여자’(감독 이언희·제작 다이스필름㈜·배급 메가박스㈜플러스엠)의 관객 수는 105만 명이다. 이만 못한 성적표를 받아드는 영화도 많지만 ‘미씽: 사라진 여자’(이하 ‘미씽’)의 관객 수가 아쉽다 못해 안타까운 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열심히 만들어서?. 어느 영화는 게으르게 만드나. 잘 만들어서?. 만듦새 좋은 영화가 관객의 외면을 받을 때 아쉬운 바 큰 건 사실이지만 흥행의 제1 척도는 아니다.

재미있어서다. ‘미씽’의 러닝타임은 관객을 지치게 하지 않는, 상업영화로서 깔끔한 97분인데 필자는 흡착기에 훅 빨려 들어갔다가 97분을 꼼짝 못 하고 붙들려 있다 영화 말미 엔딩스크롤이 오르면서 놓여나왔다. 이언희 감독과 배우 엄지원, 공효진의 손아귀에 꽉 쥐여져 있다가 풀려난 느낌이었다.

‘미씽’은 몇 가지 오해를 받고 있다. 여자 배우 투톱에 여자 감독, 사라진 아이도 딸, 여성영화일 거라는 선입견. 더불어 여성영화는 느리고 더디고 재미없다는 편견. 하지만 ‘미씽’의 스크린에는 속도감이 빛나고 빠른 스토리 전개 속에 97분이 언제 지났는지 모르게 결말을 맞이한다. 여자 친구한테 점수 따려고 예매했다가 남자 관객이 더 재미있게 볼 수도 있을 만큼 흥미진진한 미스터리 추적극의 틀을 갖추고 있다.

여자 얘기 없냐고?. 물론 있다. 모성애가 쫓고 쫓기는 긴박한 추격을 발생시키는 영화의 출발점이고, 아이를 가진 엄마로서 아니 한 명의 여자로서 바로 오늘 대한민국을 살아낸다는 게 어떤 현실과 시선을 헤쳐 나가야 하는지를 생각하게 한다. 소프트웨어는 영화 바닥에 깔려 있다. 전면에 내세워진 건 긴박감 넘치는 미스터리 추적극의 하드웨어다.

촬영 52회차 중 50회차를 꼬박 촬영한, 그나마 쉼 없는 생고생을 염려한 제작진이 1회분을 줄여 줘서 50회차가 된 거의 ‘개근생’ 엄지원의 말을 빌자면 ‘미씽’은 남성적 하드웨어를 장착한 여성적 소프트웨어의 영화다. 엄지원은, 영화 개봉을 앞둔 지난달 25일 서울 삼청동 카페에서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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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메가박스(주)플러스엠

“어느 영화 현장이 녹록하겠어요. 근데 ‘미씽’은 책 한 권을 쓰고도 남을, 산 넘어 태산을 만나는 촬영 환경이었어요. 제작비(순제작비 30억원, 총제작비 50억원)가 적어서 배우로서 정말 한 번만 더 찍고 싶어도 그게 다 돈이니까 감독님께 ‘저, 한 번만 더 갈게요’라고 말할 수 없었던 건 말할 것도 없고요, 당연히 연극 리허설 하듯 거듭 연습하고 준비한 뒤 카메라 앞에 서야 했지요.”

“이런 게 육체적 고생의 하나라면 정신적 고생(웃음)도 있었어요. 영화 ‘미씽’은 관객을 만나기 전에 현장의 남자 스태프부터 설득을 시켜야 했어요. 무슨 엄마가 이래요, 여자주인공 지선이 너무 비호감 아니에요, 우리 엄마는요…. 누구나의 마음속에 있는 인물이잖아요, 엄마라는 건. 그렇게 잘 아는 것 같지만 또 그 입장에 서지 않으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들이 그녀들에겐 일상으로 벌어진단 말이에요.”

“그런 충돌과 설득이 좋았던 것 같아요. 여자 얘기가 아니라 우리 얘기가 되어가는 과정이었던 거죠. 감독님과 효진이, 제가 여자들의 이야기, 여성적 소프트웨어를 풀어내는 동안 촬영이나 조명, 미술과 음악의 많은 스태프 분들은 그것을 남성적 하드웨어에 담아 주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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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메가박스(주)플러스엠

여자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이야기, 충돌과 설득이 빚어낸 영화라는 대목이 가슴 깊이 와 닿는다. 엄지원의 얘기 중 인상적인 걸 하나 더 보태자면, 이렇다.

“사전제작 단계부터 여성영화는 재미없어, 여자 주연 영화는 흥행이 안 돼, 소리를 너무 많이 들었어요. 근데 왜 안 돼요? 재미있으면 관객들이 좋아해 주실 수 있는 거 아닌가요. ‘미씽’의 경우 많은 영화들과 똑같이 관객이 즐길 만한 대중적 상업영화를 만들려고 하는 건데 주연이 여자면 무조건 페미니즘 영화로 봐요. 페미니즘 영화가 나쁘다는 게 아니라 ‘미씽’의 입지와 목적은 독립영화도 예술영화도 아닌, 상업영화인데 주연배우가 여자면 그냥 한 가지로 본다는 거죠. 솔직한 바람은 그런 편견을 관객 분들이 깨 주셨으면 하는 거예요. 보시고 ‘재미있다’ 해 주시면, 이 한 마디면 너무 행복할 것 같아요.”

영화는 시대상을 반영한다. 여자 둘이 나오면, 심각하게 자기네들 얘기만 하겠지 폄하하는 게 경쟁적으로 벗는 영화이겠거니 짐작되던 시대보다 낫다. 보는 대상에서 말하는 주체가 되어가는 것이니까. 영화는 시대를 앞서가기도 한다. 우리 얘기로 함께 즐기자고 손을 내민다. 남성 관객에게만 내미는 손이 아니다, 우리 얘기가 된 여자 얘기의 재미를 아직 모르는 여성 관객에게 내미는 손이기도 하다.

형사, 검사 나오는 대용량 액션이거나 피가 스크린을 물들이는 잿빛 감성, 혹은 둘 다인 영화들의 전성기가 가고 차가워지는 날씨 속에 관객은 웃고 싶어졌다. 유해진의 ‘럭키’가 문을 열고 조정석의 ‘우리 형’을 바통을 이어받았다. 이유 있는 흥행이고 관객의 마음을 보여주는 성적표다. 그래도 말하고 싶다. 좋은 영화를 함께 보고나면 같이 본 사람이 좋아진다. 여자사람친구를 여자친구로 만들고 싶은, 센스 있는 당신이 먼저 얘기하자, “우리, 미씽 볼래?”.

전자신문 엔터온뉴스 홍종선 선임기자 dunastar@entero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