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인터뷰┃강홍석] 무대 위에서 흘리는 땀은 이유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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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엔터온뉴스 DB

[엔터온뉴스 백융희 기자] 배우에게 있어 자신이 가진 에너지를 전부 쏟아 부을 수 있는 작품을 만난다는 것은 쉽지 않다. 배우 강홍석에게 뮤지컬 ‘킹키부츠’의 롤라 역은 그런 작품이었고 배역이다. 연기자로서 처음 꿈을 품은 건 화면 속에 나오는 연기자였지만, 우연한 계기로 뮤지컬계에 발을 들였다.

지난 11월 중순 성황리에 막을 내린 ‘킹키부츠’의 삼청동 한 카페에서 강홍석과의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는 초연에 이어 재연에서도 롤라 역을 완벽히 소화했다. 짧은 공연에 아쉬움을 토로한 그는 그만큼 작품에 최선을 다해 임했다. 여장 역할을 맡는 데 고충이 있지 않았을까.

“너무 즐겼어요. 제 외모만 보면 극에서 고창석 형이 맡은 남자 중의 남자 돈이라는 역할과 비슷해요. 실제로 남자같이 사는 걸 좋아하고 아름다움이라는 걸 생각해본 적이 없어요. 하지만 롤라 역 때문에 아름다움을 생각하면서 사니까 재밌더라고요. 여자 분들이 왜 외모를 이렇게 가꾸는지 집에서 나오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이 필요한 지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됐어요. 그래서 아내를 조금 더 이해할 수 있던 계기가 됐어요. 여자들이 왜 15cm 굽의 힐을 신는지에 대한 각선미, 아이라인에 대한 집착도 알게 됐고 눈썹을 한 가닥 붙이는 의미도 알게 됐어요.(웃음)”

‘킹키부츠’는 제화 공장을 배경으로 흘러가지만 ‘롤라’ 라는 생소한 역할의 인물이 등장한다. 겉모습은 남자지만, 여성의 삶을 살아가고 싶은 이들이 주역으로 등장해 드라마틱한 전개를 이어나간다. ‘편견’을 가진 이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준다는 기획 의도를 가지고 있지만, 첫 시작이 쉽지는 않았을 것이다.

“초연 때는 저희도 관객 분들에게 우리가 생각하는 메시지가 전달이 될까에 대해서 두려웠어요. 특히 제 얼굴에 여장을 하면 관객 분들이 웃지 않을까에 대한 고민이 제일 컸어요. 그런데 막상 공연을 하니까 웃는 분들이 없고 모두들 환호를 해주시더라고요. 그래서 저도 걱정 없이 여장을 하는 것에 대해 더 아름답다는 생각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강홍석 배우는 인터뷰 하는 동안 은연중에 나오는 손짓과 말투 등에서 여성스러운 모습을 풍겼다. 한 질문에 여러 손짓과 눈짓, 몸짓을 섞어 대답을 하고 천연덕스러운 팔짱을 끼는 그에게 “롤라에서 벗어난 것이 맞느냐”는 질문을 건네자 아직도 벗어나지 못했다고 언급하며 벅찬 마음을 애써 달랬다.

“행복해서 너무 행복한 작품이었어요. 선배 배우들이 이 작품을 할 수 있어서 감사하다고 하면서 울었어요. 저는 그분들에 비하면 아직 작품을 조금 한 것에 속하는데도 작품이 주는 열정, 행복이 엄청나요. 고창석 형도 저에게 모든 에너지를 쏟아 부을 수 있는 작품을 만나는 건 쉽지 않은 일인데 넌 참 행복한 사람인 것 같다는 말을 해줄 정도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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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키부츠’ 공연을 하는 동안 강홍석에게는 큰 변화가 있었다. 아내를 만나 결혼을 했다. 특이한 점은 정신없이 진행되는 공연이 막을 내린 후 결혼이란 또 다른 행사를 치룰 텐데 이번에는 공연이 진행되는 도중에 결혼식을 올렸다는 점이다. ‘킹키부츠’ 공연, 방송 ‘불후의명곡’ 일정이 겹친 도중 무리한 일정으로 결혼식을 올린 이유는 바로 ‘킹키부츠’여야 했기 때문이다.

“‘킹키부츠’ 초연 공연 때 아내를 소개받았어요. 제가 원래 여자랑 대화를 하면 십 분 이상을 잘 못 끌어가는데 아내는 예외였죠. 처음 만났는데 말이 너무 잘 통했어요. 특히 제 직업에 대한 ‘존중’이 좋았어요. ‘이 친구는 뭐지?’ 하는 생각이 들었고 첫 만남부터 20일을 하루도 안 빠지고 만났고 결혼을 하자고 말했어요. 그래서 ‘킹키부츠’ 팀에게 꼭 축하를 받고 싶어서 다음 ‘킹키부츠’ 공연이 올 때까지 결혼을 미룬 거였죠.”

강홍석은 아프리카, 쿠바, 남미 음악 등 흑인 음악을 주로 즐긴다. 그는 어린 시절 어머니의 음악 취향으로 인해 마이클잭슨 노래 등 팝 음악을 많이 들었다고 전했다. 동요보다 팝과 흑인 음악을 많이 접한 그는 덕분에 남다른 리듬감을 갖게 됐다. 공연을 하면서 여러 음악감독들에게 리듬감이 좋다는 이야기를 자주 들을 정도다. 그의 어머니는 다양한 외국 음악을 즐겼고 아버지는 피아노 건반을 만드는 업에 종사하고 있다. 그만큼 그의 삶은 늘 음악과 하나였고 이제는 그 음악이 뮤지컬 배우로서 살아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

“음악이 저를 끌고 가는 원동력인 것 같아요. 소극장의 매력은 관객이 가까워서 감정의 교류가 되죠. 대극장은 연극을 통해서 직접적으로 가기가 쉽지 않은데 음악이라는 공간 안에 대사를 넣는다는 매력이 큰 것 같아요. 전 음악을 좋아하고 해야만 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그래야만 체증이 풀려요.”

강홍석은 현재 뮤지컬 장르 공연의 라인업들이 많이 없기 때문에 안타깝다는 말을 전했다. 다양한 장르의 작품이 만들어진다면 자신 역시 최선을 다해서 다양한 모습을 대중에게 보여줄 것임을 약속했다.

“어떤 배우로 살아가야 될지 고민이 많은데 정리가 아직 안됐어요. 제가 흘리는 땀에 대한 이유가 있을 거라고 생각해주셨으면 좋겠어요. 그냥 이렇게 인터뷰 하면서 땀을 흘리지는 않잖아요. 무대에서도 마찬가지로 그냥 얘기하고 노래만 부를 뿐인데 땀을 뻘뻘 흘려요. 그만큼 뭔가를 쏟는 것 같아요. 앞으로도 그런 배우로 남았으면 좋겠어요.”

전자신문 엔터온뉴스 백융희 기자 historich@entero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