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미래환경산업펀드의 역할과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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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소한의 예산 지원으로 사업화가 이뤄지거나 성장이 촉진될 때 마중물 역할을 한다고 말한다. 마중물은 본래 `우물의 물을 펌프로 끌어올리기 위해 부어 두는 한 바가지 물`이란 뜻이다. 경제 개념으로 치환하면 투자를 위한 종잣돈인 셈이다.

현대 사회에서 종잣돈이 가장 필요한 곳은 어딜까. 새로운 사업이 시작되고 성장하는 곳이다. 환경 산업은 종잣돈이 목마른 신(新)시장이다. 최근 환경 산업은 미래 먹거리 또는 신성장 분야로 각광받는다. 그러나 1000조원에 이르는 세계 환경 시장을 확보하기 위한 우리의 투자는 미약하다. 투자자와 기업 간 정보 비대칭으로 인해 불확실성이 큰 데다 수익 구조가 완성되기까지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민간이 투자를 꺼리는 성향이 있기 때문이다. 환경 산업은 규제 수준에 영향을 받으며, 다양한 분야의 기술 융합으로 발전하는 속성을 띤다는 점도 영향을 미친다.

그동안 환경 정책은 제도와 규제로 목표를 추구해 왔다. 그러나 환경 시장이 성장하고 새로운 기술이 등장하는 등 환경을 둘러싼 다양한 욕구가 분출되고 있는 현 시점에서 환경 산업 확대나 민간 투자 확보가 효과 높은 정책 수단으로서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 됐다. 환경 산업과 기술 혁신이 환경 문제 해결책을 제시하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만드는 선순환 구조의 출발임을 생각한다면 환경 투자를 소홀히 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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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환경 산업은 대다수가 중소기업으로 이뤄졌다. 이들 기업의 경영자는 가장 어려운 경영 문제로 자금 조달을 꼽는다. 창업 후 기술 개발이 막바지에 이르면 자금줄이 마른다. 대출의 한계, 즉 기업 경영에서 `죽음의 골짜기(데스밸리)`에 봉착한다. 실제로 막대한 자금이 필요한 해외 환경 프로젝트를 발굴해 놓고 준비가 끝났지만 자금을 조달하지 못해 수주를 포기해야 하는 사례가 종종 있다.

지난 2일 국회가 2017년도 예산을 확정하면서 환경 산업의 민간 투자를 확대해 나갈 마중물이 준비됐다. `미래환경산업펀드`라는 종잣돈이다. 정부는 내년도 200억원을 시작으로 2021년까지 25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여기에 민간 투자 자금까지 더해지면 5000억원 규모에 이르는 최초의 환경 분야 전문 펀드가 탄생한다.

펀드는 정부를 포함한 여러 투자자들의 출자금을 전문가가 기업과 프로젝트에 투자하고 이익을 투자자에게 배분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환경부가 펀드를 추진하게 된 데에는 명확한 이유가 있다. 먼저 유망 기술을 확보하고 스타 환경 기업을 육성, 팽창하는 국내외 환경 시장을 확보하는 게 목적이다.

다음으로 환경 산업 성장세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국내 환경 투자가 활발해지도록 하기 위해서다. 실제로 국내 벤처캐피털업계가 운용하는 투자금 16조원 가운데 약 2%만이 환경 분야에 투자된다. 많은 환경산업체가 자금 조달이 원활하지 못해 수주에 실패하거나 기술 개발을 마무리 못하는 사례가 많다는 것도 마중물 성격 펀드가 필요한 이유다. 미래환경산업펀드로는 유망 환경 기업뿐만 아니라 해외 프로젝트 수주에 대한 자금 투자가 가능해진다. 투자금은 투자국 환경 개선에 활용될 뿐만 아니라 회수와 재투자로 환경 산업을 발전시키는 선순환 역할을 한다.

이번 펀드가 마중물 역할을 잘 해내려면 유망 기술과 건실한 환경 기업을 발굴하고 양질의 해외 투자처를 찾아내야 한다. 그만큼 환경 투자에 경험과 전문성이 요구된다. 환경 프로젝트에 전문성 있는 관리 기관 지정과 운용사 선정, 민간투자자 참여가 필요하다. 미래환경산업펀드가 사장될 위기에 있는 기술을 환경 문제 해결의 효자로 바꾸고, 유망한 환경 기업의 해외 시장 진출을 이끌며, 나아가 우리 경제의 성장 동력에도 밑거름이 되길 기대해 본다.

이정섭 환경부 차관 czarchung@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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